안정적인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챌린저스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안정적인 대기업을 박차고 나온 챌린저스는 다양한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여성용품 스타트업 ‘라엘코리아’ 김지영(49) 대표의 요즘 일상은 2년 전과 정반대다. 2018년만 해도 삼성물산 패션부문 상무였던 그에게 하루는 끝없는 ‘보고 듣기’의 연속이었다. 40·50 팀장급 이상의 직원들은 김 대표에게 모든 것을 보고했고, 그는 승인했다.

그러나 스타트업 대표가 되자 그가 오히려 남에게 보고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20대 중후반의 대형 유통사 대리급 직원들에게 말이다. ‘삼성’ 명함 내밀면 ‘척이면 척’이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구구절절 모든 걸 외부에 설명해야 한다. 하지만 여성의 건강을 책임지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안고 그는 오늘도 ‘보고’를 하러 대기업 직원들을 찾아 나선다.


‘안정’ 박차고 나온 챌린저스

하루하루 도전이 일상이 된 김 대표는 ‘이코노미조선’이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 소개할 산업계의 챌린저스(Challengers·도전자들) 중 한 명이다. 도전(挑戰)의 사전적 정의는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걸다, 어려운 사업에 맞섬’이다. 새해마다 우리는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의 도전을 다짐한다. 운동을 매일 해 10㎏을 빼겠다는 도전,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겠다는 도전…. 모두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 그러나 대기업과 스타트업을 포함한 산업 전반과 기업인을 심도 있게 취재해온 ‘이코노미조선’은 신년을 맞이하여 산업 전반에서 의미 있는 도전을 하는 기업인을 올해의 유망주인 챌린저스로 선정했다.

선정 기준은 삼성, 네이버 등 주요 기업의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을 창업했거나 합류한 기업인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단순히 부를 쌓는 것을 넘어서, 사회 문제 해결에서 찾는 기업인을 선정했다.

대기업은 커다란 공룡이다. 잘나가는 기존 사업을 줄이고, 큰 돈이 되지 않는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과 돈을 쏟기엔 잃을 것이 너무나 많다. 돈이 되는지 여부보다는 급격한 시대 변화로 사회와 산업 전체가 안게 되는 고질적인 문제를 푸는 사업, 안정된 기존 사업과 규제 탓에 대기업은 선뜻 도전하기 힘든 사업…. 챌린저스는 이런 사업에 기꺼이 도전했다. 대기업과 임원이라는 한계에서 시도할 수 없었던 일을 하기 위해 안정된 자리를 버린 진정한 챌린저스다.

마블 영화 시리즈 ‘어벤져스(Avengers·복수자들)’ 속 히어로는 초능력을 동원해 원수 같은 악당과 싸운다. 반면 챌린저스는 대기업에서는 쉽게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풀기 위해, 자기 자신과 싸움을 한다. 대기업의 자본력과 영향력에 기댔던 자기 자신 그리고 평생 익숙했던 분야에 머물던 자기 자신을 이기는 과정에 도전했다. 큰 기업이 제공했던 ‘명함 파워’, 수년간 내 손에 익었던 ‘노하우’ 등을 뒤로하고 정글 같은 스타트업 업계에 뛰어든 것이다.

새로운 환경에 스스로를 던진 이들은 새로운 분야의 밑바닥에서부터 고군분투하지만 사회와 산업의 문제 해결을 자신의 가치실현으로 설정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을 지낸 임정욱 TBT 공동대표는 “최근 대기업 등에서 경험을 쌓고 나와 창업을 하거나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챌린저스’는 스타트업 붐이 일어나면서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큰 기업 출신이 신념을 가지고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 때 져야 할 책임도 막중하다는 점에서 이들 챌린저스의 도전을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붐…챌린저스 증가

챌린저스가 활약할 수 있는 시장도 무르익었다. 국내에 이미 많은 창업이 일어나고 있고, 이들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9년 신생 기업인 스타트업을 포함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4조2777억원을 기록, 사상 처음 4조원을 넘어섰다. 5년 전인 2014년(1조6000억원)보다 2배 이상 늘었다. 국가별 벤처투자 비교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도 0.22%로 미국, 이스라엘, 중국에 이은 4위에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도전은 새해 다짐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앞서 비슷한 도전을 시도한 기업인의 경험과 노하우가 나침반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를 퇴사한 후 스타트업에 합류한 A(38) 대표는 “삼성처럼 큰 회사에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스타트업으로의 도전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A 대표는 “직장인들은 새해마다 퇴사 후 창업 혹은 스타트업 합류를 올해의 도전 목표로 삼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쉽게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며 “모두가 참고할 만한 생생한 도전기를 찾아 헤매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조선’은 챌린저스와 전문가를 만나 도전자들의 생각과 노하우 등을 들었다. 잘 알려진 기업을 뛰쳐나와 스타트업 업계에서 화제가 됐던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전 네이버 AI 총괄), 김지영 라엘코리아 대표(전 삼성물산 임원),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전 트위터⋅에어비앤비 엔지니어), 소태환 모노랩스 대표(전 넥슨 모바일 게임총괄)의 도전기를 담았다.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도전은 나만을 위한 성공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가치를 가져다 주는 일을 목표로 할 때 이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직접 수많은 스타트업을 키워낸 벤처캐피털 전문가를 만나 업계를 진단하고, 해외 챌린저스 이야기도 들었다. 도전을 꿈꾸는 이들의 새해 포부 실현을 위한 조언이 되길 바란다.

이소연·박용선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