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서울 성수동 ‘에디토리’ 매장에서 열린 영국 탄노이 스피커 전시회 전경. 사진 에디토리, 김문관 기자
10월 25일 서울 성수동 ‘에디토리’ 매장에서 열린 영국 탄노이 스피커 전시회 전경. 사진 에디토리, 김문관 기자
탄노이 스피거 전시회장 동영상
탄노이 스피거 전시회장 동영상

“음… 이 소리가 아닌데요?”

10월 25일 오후 2시 서울 성수동 편집숍 ‘에디토리’ 매장 안. 미국 팝 가수 돈 맥클린의 명곡 ‘빈센트(1971)’가 적막한 공간에 가득 울려 퍼진다. 이탈리아 오디오 브랜드 패토스의 고급 진공관 앰프에 연결된 고색창연한 원목 스피커 앞 소파에 앉은 젊은 부부가 눈살을 찌푸리다 직원을 호출한다. 직원이 곧바로 다른 스피커에 앰프를 연결한 후 첼로 연주곡을 틀어주자 그들의 이마에 새겨졌던 주름이 점차 펴진다. 마치 스피커 안에 실제 첼로가 들어 있는 듯, 생생한 선율이 다섯 평 남짓한 공간을 가득 채운다. “이제야 우리가 찾던 소리가 납니다. 저 스피커는 얼마인가요?”

에디토리는 음악과 소리를 테마로 한 편집숍으로 다양한 음향 기기 및 인테리어 제품을 전시·판매한다. 이곳에서는 최근 1926년 영국에서 설립돼 지금도 소위 ‘브리티시 사운드’의 명품으로 불리는 오디오 브랜드 탄노이의 스피커 전시회가 열렸다. 전시관을 가득 채운 다양한 크기의 스피커를 둘러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자못 진지했다. 미국 재즈 뮤지션 루이 암스트롱 특유의 걸걸한 목소리 그리고 흥겨운 피아노 소리가 전시장 곳곳에서 퍼져 나왔다.

사람들은 왜 음악에 빠져들까. 아니, 왜 소리에 귀를 기울일까. 뇌과학적으로 인간의 오감(五感) 중 하나인 청각은 다른 감각에 비해 가장 민감하고 섬세한 분야다. 음악은 물론 배경음도 인간의 잠재의식에 영향을 미쳐 각인 효과와 암시 효과가 크다. 이에 따라 소리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수단으로 쓰이며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에서 기업·브랜드·제품·서비스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활용된다. 디지털카메라가 첫선을 보였을 때 인공적인 셔터음을 넣었던 거나, 최근 전기자동차 이동 시 음향을 넣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음향 산업부터 자동차 전장, 가전 등 제조업 분야에서 소리는 중요한 비즈니스 테마 중 하나다. 또 스타벅스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배경음을 통해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강화하기도 한다. 프리미엄 호텔에선 음향에 더욱 신경을 쓰기도 한다. 반대로 기계가 작동할 때 나는 소음 등을 줄이는 ‘무음’ 비즈니스의 세계도 있다. 방진·방음 업계가 대표 사례다. 마케팅 분야에서도 TV 광고를 통해 바삭한 치킨 소리를 강조하는 등 소리가 광고의 조연에서 주연으로 부각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소리 비즈니스의 세계가 방대한 만큼 전체 시장 규모는 추정이 쉽지 않다. 다만 스피커, 무선 이어폰, 헤드폰 등에 대한 개별 시장 규모는 글로벌 리서치 업체들의 조사 결과가 있다. 이 세 분야의 시장 규모만 87조원에 달한다. 그랜드뷰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스피커 시장 규모는 올해 68억달러(약 7조7000억원)에서 2025년 85억달러(약 9조7000억원)로 25% 성장할 전망이다. 스마트폰의 성장과 함께 달라진 청취 환경에 따라 무선 이어폰 및 헤드폰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확연하다. 지난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무선 이어폰 시장 규모를 37조원으로 전망했다. 판매량이 지난해 1억2000만 대 수준에서 올해 90% 안팎 성장한 2억30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스태티스타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헤드폰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40조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애플과 아마존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이런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처럼 직접 음향을 만드는 업체가 아닌 전장, 가전, 서비스업과 신기술 분야의 소리 시장을 합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소리를 제대로 알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4차 산업혁명 후 역할 더 커진다

이정권 카이스트(KA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소리는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부가 가치를 높여 비즈니스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다”라며 “사업의 연속성과 발전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최고경영자(CEO)라면 소비자 대다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소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했다. 김재평 대림대 방송음향영상학부 교수는 “상대적으로 한국에서 낙후됐던 소리 산업이 성장하면 새로운 시장과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2016년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 JBL, 하만카돈, 마크레빈슨 등 다양한 오디오 브랜드를 보유한 하만을 인수한 사실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 사례다.

소리는 4차 산업혁명과도 관계가 깊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소리는 4차 산업혁명 이후에는 더욱 중요한 사업 영역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람과 사람, 기계와 사람, 그리고 기계와 기계가 소통하는 수단으로 소리의 적용 분야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음성인식 기술 등 과거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이 인공지능(AI) 발전과 함께 계속 열리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커버 스토리에서 소리를 알면 왜 돈이 되는지 그리고 어떤 비즈니스 영역이 있으며, 앞으로 유망한 분야가 어디인지를 살펴봤다. 소리를 통해 경영 영감을 얻는 최고경영자(CEO)들 및 소리로 돈을 버는 현장의 이야기도 담았다.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백문(百聞)이 불여일청(不如一聽)’이라고 흔히 말한다. 남에게 백번 좋다고 소개받는 것보다 내 귀로 직접 한 번 들어보는 것이 낫다는 의미다.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는 독자 여러분이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QR코드를 다수 삽입했다. 스마트폰에 QR코드 인식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후 QR코드를 대면 기사와 관련된 동영상을 보고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모쪼록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만족하는 색다른 경험이 되기 바란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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