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다자기구 탈퇴, 여성·흑인 비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미흡과 본인 감염…. 다수의 구설수를 남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의 운명이 11월 3일(이하 현지시각) 대선에서 결정된다. 민주당은 미국 역사상 ‘가장 특이한’ 대통령을 잡고자 ‘가장 무난한’ 후보를 내세웠다. 비교적 무난하게 정치 경력을 이어온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이하 바이든)다.

바이든은 ‘친숙하면서도 낯선’ 인물이다. 그가 익숙한 이유는 50년 가까운 세월을 정치인으로 살아온 베테랑이자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8년간 동고동락한 부통령 출신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를 속속들이 알지 못한다. 일인자였던 적이 없어서다.

트럼프의 독주를 막으려는 열망이 미국에서 다소 ‘평범한’ 바이든의 인기를 키웠다. 뉴욕타임스(NYT)와 미국 시에나대가 10월 15~18일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987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50%)이 트럼프(41%)의 지지율을 9%포인트로 앞서고 있다. 오차 범위는 ±3.4%포인트다. 다만 경합 주(州)로 분류되는 펜실베이니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트럼프가 바이든의 지지율을 맹추격하고 있어 결과가 예측되지 않는 상황이다.

대비가 중요하다. 이번 선거는 대통령은 물론 하원 전체와 상원의 3분의 1이 선출된다. 만약 선거에서 민주당이 백악관은 물론 상원도 탈환한다면 미국은 하루 만에 ‘민주당 천하’가 온다. ‘트럼프노믹스(Trumponomics·트럼프의 경제 정책)’는 우리가 4년간 경험했지만, ‘바이드노믹스(Bidenomics·바이든의 경제 정책)’는 미지의 베일에 싸여있다.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는 바이드노믹스의 실체를 △통상·제조업 △에너지 △의료 △재정·통화 부문에서 트럼프노믹스와 비교하면서 자세히 다뤘다.


“트럼프 잡아라” 바이든으로 ‘우클릭’한 민주당

우선 바이드노믹스를 이해하려면 민주당의 경제 어젠다부터 알아야 한다. 마치 문재인 정부의 정권 초기 화두가 ‘소득주도성장’이었듯, 민주당은 ‘현대통화이론(MMT)’에 집중한다. MMT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화폐를 계속 발행해야 한다는 비주류 경제학계의 이론이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선에서 재정 적자는 문제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민주당은 이를 기반으로 공격적인 재정 확대 정책을 주장한다.

다만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욕심을 자제했다. 가장 보수적인 재정 확대 정책을 내세운 후보를 최종 후보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바이든의 연방 정부 지출 예상 증가율은 3%에 불과하다. 이는 마지막까지 그와 결전을 벌이던 버니 샌더스(23%)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16%) 상원의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만큼 바이든은 현실주의적인 중도파로 분류된다. 자본주의 구조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자칭 사회주의자 샌더스와 자본주의 개혁파 워런과는 다르다.

민주당 당원들이 최종적으로 바이든을 선택한 이유는 중도 부동층을 공략하기 위해서였다. 과거 힐러리 클린턴 전 민주당 대선 후보는 2016년 대선에서 부동층의 표를 얻지 못해 패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 뉴스가 선거 한 달 전 1900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동층은 8%였는데, 이 중 자신이 공화당원이라고 답한 사람이 30%, 민주당원이라고 한 사람이 21%였다. 한 달 후 클린턴은 예상과 달리 트럼프에게 패했다.


트럼프와 대립각 세워도 온건주의 유지

바이든은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지만 온건파 성향을 유지한다. 대표적인 예가 에너지 정책이다. 셰일 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화석연료 발전을 옹호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청정에너지에 초점을 맞춘다. 신성장 동력으로 2조달러(약 2400조원) 규모의 청정에너지에 투자하고, 약 1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단 계획이다.

다만 바이든은 샌더스, 워런과 달리 원전에 우호적이다. 바이든의 파트너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도 “원자력 에너지를 지지하냐”는 질문에 “그렇다. 우리가 청정 재생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동안 한시적으로 필요하다”라고 답했다. 바이든 캠프의 청정에너지 투자 계획에는 미래 기술로 소형 모듈식 원자로(SMR) 기술 개발도 포함돼 있다. SMR의 전력 생산 규모는 기존 원자로의 20분의 1 수준이지만, 안전도가 높고 설비 투자 비용이 적다.

또 바이든은 의료 정책도 트럼프와 민주당의 다른 후보들과 중간 지점을 찾는다. 현재 트럼프가 2017년부터 폐기를 추진한 ‘오바마케어(전 국민 의무 가입 공적 보험)’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 트럼프는 공적 보험 폐기, 개인(민간) 보험 유지를 주장하는 반면, 샌더스는 개인 보험 폐기, 공적 보험 부활을 주장한다. 바이든의 공약은 개인 보험과 공적 보험 ‘병행’이다.

바이든은 선거 유세에서도 자신의 중도적 성향을 강조한다. 9월 29일 1차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 당은 사회주의 의료로 가고 싶어 한다”고 공격하자, 바이든은 “내가 민주당이다”라면서 “팩트는 내가 버니 샌더스를 꺾었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바이드노믹스’ 한국에 좋을까?…의견 엇갈려

바이든이 트럼프와 정책의 결을 함께한 부분도 있다. 자국우선주의적 제조업 육성 정책은 두 후보의 교집합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공공인프라 프로젝트에 미국산 제품을 우선 사용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행정명령에 서명하겠다고 밝혔다. 바이 아메리칸 공약의 핵심은 연방정부가 향후 4년간 7000억달러(약 793조원)를 미국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중국 때리기’도 지속할 전망이다. 대선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경합 지역인 펜실베이니아·미시간주 등 ‘러스트벨트(북동부의 쇠락한 공업 지역)’를 의식한 결과다.

‘바이드노믹스’가 한국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이번 커버 스토리에서 ‘이코노미조선’이 인터뷰한 오바마 행정부 당시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 모리스 옵스펠트 UC 버클리 교수는 “트럼프는 모든 국가와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는 반면 바이든은 동맹국을 이용해 중국을 고립하는 방법을 쓸 것”이라면서 “새로운 정부하에선 아시아와 통상 관계 개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 동향을 오랜 기간 연구한 정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이 한국에 더 유리하다고 보진 않는다”면서 “깡패처럼 굴다가 상인으로 돌변하는 트럼프보다는 훨씬 점잖겠지만, 노동이나 환경 등에서 원칙을 강조하면서 한국 기업에 더 까다로운 기준을 들이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plus point

최연소 정계 입문 후 최고령 대통령 꿈꾸는 바이든

전준범 기자

정치인으로서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는 현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와 180도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생을 성공한 사업가로 살다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대통령에 당선된 정치 신인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직업이 상원의원’이란 말을 들을 정도로 오랫동안 정치권에서 내공을 쌓았다. 1972년 29세의 나이에 최연소 상원의원에 당선된 바이든은 무려 36년간 델라웨어 연방 상원의원직을 유지했다.

바이든은 시련과 구설수가 끊이지 않는 인생을 살아왔다. 어린 시절 바이든은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 바이든이 토론이나 연설 도중 말을 더듬는 장면은 지금도 종종 볼 수 있다. 성(性) 관련 구설수에도 여러 번 휘말렸다. 올해 들어서는 1993년 바이든 사무실에서 일했던 타라 리드가 “바이든이 내게 성폭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만 78세로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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