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모(42)씨는 4월 23일 아침 헤이카카오(카카오의 인공지능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눈을 떴다. 전날 밤 “내일 아침 7시에 비틀스 노래로 깨워줘”라고 헤이카카오에 말해둔 덕이다. 눈을 뜨자마자 카카오톡 창부터 살핀다. 후배가 남긴 ‘이모티콘이 귀엽네요. 하나 사주세요’라는 메시지가 눈에 띈다. 카카오페이로 2250원짜리 ‘귀염뽀짝 아무말대잔치 2’ 이모티콘을 결제해 바로 선물한다. 샤워를 마치고 길을 나서기 전 카카오내비를 켠다. 그의 집과 직장은 25분 거리. 카카오내비가 안내해준 길을 따라 도착한 직장에선 메신저로 카카오톡을 주로 이용한다. 어떨 때는 직접 대화하는 것보다 카카오톡이 마음 편하다. 생일인 친구를 위해 카카오페이로 요새 핫한 ‘마사지 건’을 하나 주문한다. 어느덧 퇴근길이지만 오늘도 회식이다. 술에 취해 카카오택시에 몸을 싣는다. 카카오멜론으로 비틀스를 틀고 이어폰을 꽂은 채 잠든다.

# 대학생 박모(22)씨는 며칠 전 ‘카카오뱅크 26주 적금’을 만기해지했다. 가장 먼저 공유하기를 눌러 엄마에게 기쁜 소식을 알렸다. 2년 전 라이언이 그려진 체크카드가 갖고 싶어서 카카오뱅크 계좌를 만들었는데, 벌써 두 번째 적금 만기 해지다. 매주 금액을 납입할 때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티커가 하나씩 채워지는 게 재밌고 뿌듯했다. 고등학교 친구들 정기모임에서 총무를 맡은 박씨는 카카오뱅크 모임통장도 만들었다. 모임통장을 만들기 전에는 엑셀 파일로 입출금 내역을 일일이 정리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앱) 상에서 회원별 입금 내역을 바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비를 내지 않은 친구에게는 메시지 카드 기능을 이용해 독촉한다. 이전에는 교통비, 생활비, 비상금 등 총 3개 카드를 들고 다녔지만, 요즘은 라이언이 그려진 카카오페이 체크카드만 들고 다녀 지갑이 얇아졌다. 원할 때마다 카카오페이 앱에서 연결된 계좌를 변경하면서 결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 공화국’이 된 대한민국의 단면이다. 2010년 카카오톡에서 시작된 카카오의 각종 서비스는 한국인의 삶 곳곳에 스며들었다. 카카오톡은 현재 월간 이용자 수 5000만 명, 하루 평균 송수신 메시지 110억 건, 한국 모바일 메시지 앱 시장 점유율 96%에 이르는 명실상부 ‘국민 메시지 앱’이 됐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콘텐츠·금융·모빌리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모바일 생활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카카오톡은 가족과 친구 간의 대화 공간에서 업무와 사업 공간으로 확대됐고 단 몇 초 만에 카카오톡을 통해 각종 사진, 동영상, 문서 등의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늦은 밤 택시를 부르거나 대리운전을 요청할 때는 전화가 아닌 카카오T 앱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에서는 계좌번호와 전화번호를 몰라도, 공인인증서가 없어도 카카오톡 친구에게 송금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헤어샵으로 미용실을 예약할 수도 있다. 한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는 “한국에서 스마트폰을 쓴다면 ‘카카오 생태계’ 속에서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카카오톡은 PC에서 모바일로 플랫폼 전환이 이뤄지던 흐름의 첨병에 있었다.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시대의 아이콘이 됐고 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성장에 힘입어 국내 ICT 업계 최초 대기업이 됐다. ‘포브스’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모바일 마스터(Mobile Master)’라고 칭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넥스트 모바일’ 시대를 고민하고 있다. “문자해”라는 말이 “카톡해”로 대체돼 사라진 것처럼 “카톡해”도 언젠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문자해”에서 “카톡해”로, 그리고…?

이미 10대를 중심으로 ‘탈(脫)카카오톡’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0대들은 “카톡해”보다 “페메해(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하라는 말)”라는 표현이 더 익숙하다고 한다. 실제 10대들이 메시지 앱으로 카카오톡보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선호한다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 앱애니의 2019년 상반기 ‘Z세대를 사로잡는 방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Z세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은 분야별로 페이스북 메신저(SNS)와 트위치(엔터테인먼트), 브롤스타즈(게임), 토스(금융)인 것으로 조사됐다.

카카오도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올해 3월 카카오톡 10주년 메시지에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우리가 살아 봤던 세상이 아니다”라며 “밀레니얼 세대가 행동하는 방식을 리더들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카카오가 올해 채용을 진행하면서 제시한 인재상은 다름 아닌 ‘디지털 네이티브’다. 디지털 네이티브란 디지털 언어와 장비를 마치 원어민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세대를 말한다. 즉,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등 최신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소위 말해 ‘요즘 애들’이 카카오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지난 10년 ‘시즌 1’을 끝내고 앞으로 10년 ‘시즌 2’를 막 시작했다. 김 의장은 카카오톡 10주년 기념 메시지에서 앞으로 10년에 대해 “모바일 생활 플랫폼을 넘어 또 다른 변화의 파고에 대응해야 한다”며 “글로벌 IT 기업의 압도적인 규모에 긴장해야 하고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또 다른 10년 앞에서 우리의 길을 찾아야 한다”라고 했다. 또 “우리만의 문화, 넥스트 비즈니스의 고민을 넘어 사회 문제 해결 주체자로서 역할도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코노미조선’은 이번 커버 스토리에 시즌 1이라 할 수 있는 카카오의 탄생과 성장 과정 그리고 활약상을 담았다. 카카오톡 개발자 이확영 그렙 대표를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고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카카오의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시즌 2의 예고편도 있다. 글로벌 플랫폼 비즈니스의 세계를 조망하고 카카오의 미래 전략을 살펴봤다. 끝으로 6년간 카카오 사외이사를 맡은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에게 카카오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임수정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