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경제학,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장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경제학,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박사, 도쿄대 모노즈쿠리경영연구센터장

제조 업계에선 지난 10년간 ‘장인정신’이 화두였다. 세계 시장에서 중심축을 담당하던 일본 제조업이 맥을 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와 스즈키 자동차의 연비 조작, 다카다 에어백의 대규모 리콜, 도레이의 품질 데이터 날조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조업의 신뢰가 흔들렸다. 이런 현상은 ‘일본식 장인정신의 몰락’으로 설명되곤 했다.

일본식 장인정신을 ‘모노즈쿠리(ものづくり)’라고 부른다. 후지모토 다카히로(藤本隆宏) 도쿄대 대학원 경제학연구과 교수가 경영학계에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는 일본 제조 업계의 신념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모노즈쿠리는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신화의 탄생 배경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글로벌 제조 업체와 경쟁한 일본 업체가 ‘과잉 품질’에 대한 피로감으로 품질 관리에 소홀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노즈쿠리가 융합과 혁신을 거듭하는 21세기 제조업에 걸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제조업보다 서비스업이 각광받는 요즘, ‘공예가를 연상시키는 모노즈쿠리 정신이 유효한가?’라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모노즈쿠리 개념의 창시자 후지모토 교수에게 현시대 모노즈쿠리의 의미를 물었다. 모노즈쿠리가 유효한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그는 일각의 우려에 대해 “편견에 불과하다. 모노즈쿠리의 본질을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2016년 ‘모노즈쿠리의 부활’을 써내면서 현시대 모노즈쿠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거듭된 조작과 리콜 사태로 ‘메이드 인 재팬’이 힘을 잃었다. ‘모노즈쿠리의 몰락’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일련의 사태는 일본 산업과 기업의 명성을 파괴하는,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되는 일들이었다. 20~30년간 업계가 태만했다는 증거인데,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를 모노즈쿠리와 연결 지어 생각하면 안 된다. 조사 결과 일본 제품의 품질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때도 부정행위는 지속됐다고 밝혀졌다. ‘품질 검수 과정에서 부정행위’와 ‘품질 결함’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모노즈쿠리의 ‘과잉 품질’ 추구를 비판하기도 한다. 중가·중품질 중국산 제품이 주목받는데, 일제는 불리하지 않냐는 지적이다.
“제품의 품질은 기업이 아닌 시장이 결정하므로 무의미한 ‘과잉 품질’은 피해야 한다. 하지만 요즘은 소비자의 제품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워지고 있다. 어느 국가든 장기적으로 제품 품질은 기업의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중국도 저가 제품 전략을 더는 쓰지 않고 품질을 개선하고 있다. 품질을 우선하는 일본의 모노즈쿠리 기업의 원칙은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

모노즈쿠리는 한 분야의 ‘디테일’에 몰두하지 않나. 융합과 혁신이 중요한 시대에 불리할 것 같다.
“많은 사람이 모노즈쿠리가 미시적인 디테일을 신경 쓰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틀렸다. 모노즈쿠리는 가치 창출이 가능한 생산자의 의도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의 총체를 의미한다. 각 작업장과 작업자의 세부적인 작업 방식도 포함하지만, 전체 맥락에서만 고려할 뿐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쉽게 말하면, 모노즈쿠리란 ‘좋은 설계(생산자 의도)의 좋은 흐름(개발·생산·구매·판매 방식)’을 만들어 고객을 만족시키고, 사회에 공헌하고, 자신도 성장해 이익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경제 행위 전체다.”

장인은 공예가처럼 여겨진다. 장인정신도 그런 의미에서 오해를 산다. 공예가가 금속 단추 하나를 정성 들여 만들 듯 여태껏 일본의 제조업도 그런 정신을 추구하는 것 아니냐고. 후지모토 교수에 따르면, 모노즈쿠리는 경제적 가치 창출을 위해 생산자의 의도를 실현하고, 효율적인 방식의 생산 체계를 선택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서비스업에도 적용될 수 있나. 탈제조업 시대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서비스업의 경쟁력이 주목받는 시대다.
“서비스업이 부상했다고 제조업의 중요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서비스업도 사람이나 자동화 장치가 알맞은 서비스 기능을 위해 생산품을 조작해야 이뤄진다. 즉, 좋은 생산품은 고품질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이다. 예컨대 양질의 모빌리티 서비스는 그에 걸맞은 품질의 자동차, 소프트웨어, 인프라가 필요하다. 서비스와 생산품은 대체재보단 보완재인 경우가 많다. 서비스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도 모노즈쿠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모노즈쿠리의 모범이 되는 기업은.
“도요타다. 도요타는 ‘좋은 흐름’의 대명사다. 고 오노 다이치 도요타 전 부사장이 구축한 ‘도요타 생산 시스템(Toyota Production System)’이 대표적인 예다. 낭비를 최소화해서 원하는 물량을 제때 공급하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생산 체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미(近江) 상인의 ‘산포요시(三方よし) 정신’이다. ‘판매자에게 좋고, 구매자에게 좋고, 모두에게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이익 추구’ ‘고객 만족’ ‘안정적인 고용 관계’가 이에 해당한다. 저성장 국면에서는 산포요시 없는 경영은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도 살아남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주의해야 하는 지점은.
“‘좋은 설계’가 동반돼야 한다. 설계와 관련해서는 서남표 카이스트 전 총장의 공리적 설계 이론(소비자 수요를 분석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이론)에 동의한다. 설계를 잘해야 실제 부가가치가 창출된다. 좋은 설계 없는 좋은 흐름은 무의미하다.”

김소희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