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수영 이화여대 체육대학 학사, 호주 에디스 콴대 레저학 석사·경영학 박사, 대한체육회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 스포츠산업경영학회 이사
설수영
이화여대 체육대학 학사, 호주 에디스 콴대 레저학 석사·경영학 박사, 대한체육회 스포츠혁신위원회 위원, 스포츠산업경영학회 이사

현대 사회에서 스포츠는 하나의 문화적 형태인 동시에, 신체 문화, 생활 문화의 한 영역으로 발전했다. 특히 지난 1982년 프로 스포츠 리그가 국내에 등장한 후 스포츠의 상업적 기능이 중시됐다. 스포츠가 지닌 경제적 가치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산업으로서 스포츠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제학은 재화(goods)와 용역(service)의 생산과 분배, 소비에 관한 전반적인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학문이다. 경제학에서 생산자는 이윤 극대화 또는 시장 점유율 극대화 등을 달성하기 위해, 소비자는 효용(주관적 만족) 극대화를 달성하기 위해 경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설정한다.

반면 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게리 베커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경제학은 분석의 대상이 되는 분야가 아니라 분석 방법론에 의해 정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현상을 연구하는 것만이 아니고, 사람들의 의사 결정과 행동을 수리적·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모형을 만들고, 이를 데이터와 통계적 방법을 활용해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경제학이라는 것이다.

실제 베커는 기존에는 경제학 분야가 아니라고 간주되던 교육·심리·결혼·출산·차별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깔끔한 모델링과 엄밀한 정량적 분석을 통해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거뒀다.

사실상 스포츠의 거의 모든 분야는 스포노믹스(스포츠와 경제학의 합성어)의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소비자가 어떤 용품을 언제, 얼마만큼 구매하는지, 어떤 스포츠 경기를 얼마나 자주 시청하는지 등에 관한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경제학에서 다뤄지는 소비자 관련 연구 분석 방법이 사용되고, 용품과 서비스의 생산에 관한 연구는 경제학의 생산 관련 연구 분석 방법론이 사용된다.

노동과 자본이 거래되는 요소 시장 그리고 재화와 서비스가 거래되는 스포츠 시장의 구조, 경쟁 등에 관한 연구 역시, 경제학의 산업조직론 등에서 다루는 모형과 분석 방법론이 사용될 수 있다.

또한 프로 스포츠 선수의 수요 공급 시장, 선수의 생산성과 임금 수준의 결정 등에 관한 연구는 노동경제학에서 사용되는 분석 틀을 차용해 설명된다. 기업 의사 결정 과정에서 사용되는 게임 이론도 스포츠 서비스 생산자의 전략적 행위를 분석하는 데 사용된다.

기존에는 스포츠의 특수성과 경제학의 순수성만을 고집하며 미처 융합하지 못했던 주제와 방법론이 스포노믹스를 통해 결합해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내고 있는 것이다.

스포노믹스의 중요성은 미국과 유럽의 프로 스포츠 관련 단체들의 존립이 어려워지면서 더욱 부각됐다. 스포츠 분야의 전문성과 상업성이 강화되면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단체가 생겼고, 이들은 팀이나 조직의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경제학적·경영학적 지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구단이 스타디움 운영을 통한 수익을 극대화하기를 원할 때는 팬들의 접근성에 따른 비용과 부지 비용을 엄밀히 계산하고, 건립 비용과 기대 수입을 고려해 스타디움의 위치와 규모를 결정하는 등, 경제학적인 분석 방법을 차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스포노믹스는 정부의 역할과 지원에 대해서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스포츠 재화 또는 서비스는 공공재적 성격과 가치재적인 성격을 갖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경제학은 이런 경우 스포츠 시장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정당화하기도 하고, 정부가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스포츠 관련 시장에 개입해 사회적 후생을 증진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스포츠 조직이나 정부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스포노믹스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선수의 연봉 결정을 위해 다양한 변수가 포함된 계량 모형이 사용되기도 하고, 유소년 시절 스포츠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재원을 투입할지 결정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요약하면 스포노믹스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개인과 스포츠 관련 조직, 기업, 정부가 스포츠를 더 많이 이해하고 이와 관련된 의사 결정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단이 스타디움 운영을 통한 수익을 극대화하기를 원할 때는 팬들의 접근성에 따른 비용과 부지 비용을 엄밀히 계산하고, 건립 비용과 기대 수입을 고려해야 한다.
구단이 스타디움 운영을 통한 수익을 극대화하기를 원할 때는 팬들의 접근성에 따른 비용과 부지 비용을 엄밀히 계산하고, 건립 비용과 기대 수입을 고려해야 한다.

전력 균형 이론 따라 불균형 심화 막아

경제학은 기초과학적인 특성이 있다. 현상을 단순화해 모델링하고 분석·전망하는 방법론의 발달이 두드러져, 스포츠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학을 접목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스포츠 리그의 팀 간 전력이 엇비슷할수록 리그의 총수입이 증가한다’는 전력 균형 이론이 미국에서 실증적으로 확인된 후,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팀 간 수입 배분, 노동 시장 개입 등을 통해 팀 간 전력 불균형이 심화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연봉 상한제, 신인 선수 드래프트제, 선수 유보 조항 등이 그 예다. 다만 이러한 조치가 선수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정당한 대우를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는 한다.

MLB에서 가장 화제가 됐던 것 중 하나는 돈도 없고 전력도 약한 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2002년 서부지구에서 우승한 것이다. 단장 빌리 빈이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저평가된 선수를 데려오고 비싼 선수를 내보내며 20연승 신화를 세웠던 것은 가장 적은 비용을 들여 목적함수인 팀의 승수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이런 면에서 경제학적 분석 방법과 유사하다. 물론 당시 팀의 놀라운 성과가 이러한 계량적인 방법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후 계량적인 분석이 MLB 팀들의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은 사실이다.

메가 스포츠 이벤트 차원에서 경제학적인 접근이 이벤트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1984년 미국 LA 올림픽이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까지만 해도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는 국가는 이벤트 개최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이나 부담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1984년 올림픽 때 LA는 올림픽의 상업적인 면을 부각하고 스폰서십과 TV 중계권료 등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이는 비용과 경제적 효과, 경제적 운용 방법 등에 대한 분석을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에 적용해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스포노믹스는 또한 각 국가의 올림픽 메달 획득에 대해 전망하기도 하고,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해 올림픽 유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처럼 거의 모든 스포츠 현상을 논리적으로 모델링하고 실증적인 방법을 활용해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노믹스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갈수록 확대되고, 이것이 다시 스포츠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스포츠는 향후 스포츠·관광 산업 등 융합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시장 논리와 여건에 맞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설수영 경기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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