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기 경희대 약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메디컬코리아팀장, 보건복지부 중증질환보장팀장,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
정영기
경희대 약학과,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석사, 보건복지부 메디컬코리아팀장, 보건복지부 중증질환보장팀장,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

2017년 7월 국내에 궐련형 전자담배가 출시된 이후 젊은층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키우고 있다. 올해 5월에는 미국 청소년층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가 국내에 출시되는 등 젊은층을 겨냥한 신종 전자담배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젊은층의 취향에 맞춰 개발된 제품 특성과 담배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한국 금연 환경도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신종 전자담배 출시 이후 담배 위해성 저감 정책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위해성이 적으므로, 일반담배를 끊지 못하는 흡연자에게는 차라리 위해성이 적은 전자담배를 사용토록 권장하고 금연을 위한 보조제(일반담배의 대체재) 사용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종 전자담배에 적용하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영국과 뉴질랜드 등 일부 국가의 사례를 언급하며 주장의 강도를 점점 높여가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전자담배와 관련한 이러한 주장에 대해서는 국내외 대부분 금연학자 및 금연단체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다. 한국은 성인 남성 흡연율이 3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위 수준으로 여전히 높고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 중 하나인 담뱃값은 가장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서는 비용·효과적인 담배규제 정책으로 7가지 금연 정책을 제시하고 회원국에 적극적인 이행을 권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실내 완전금연, 무광고 표준 담뱃갑(Plain Packaging·경고 그림과 경고문구 부분을 제외한 모든 디자인 요소를 표준화한 담뱃갑), 낮은 담배 가격, 담배 광고·판촉·후원행위 포괄적 금지 등 효과가 검증된 금연대책들도 충분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전자담배 사용에 대한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 국제호흡기학회 등 전문학회 등은 전자담배의 위해성 및 담배로서의 폐해를 우려하면서 다양한 규제조치를 도입할 것을 권고하고 있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자담배 제품의 제조, 수입, 유통, 출시 및 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및 비흡연자의 전자담배 사용을 차단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세계보건기구 결정사항을 지지하며 전자담배에 대한 과세조치의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세계의사회(World Medical Association)도 전자담배의 금연 보조제로서의 효과 및 일반담배 대체재로서의 안전성을 검증할 만한 자료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유럽호흡기학회(European Respiratory Society)는 전자담배 사용의 장기적 인체 영향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고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장기적으로 더 안전하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미국심장연합(American Heart Association)은 전자담배의 사용이 흡연의 재정상화(renormalization), 일반담배와의 중복사용, 니코틴중독을 초래하고 과거 흡연자의 재흡연을 유발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외 독일암연구센터(German Cancer Research Center), 호주암협회(Cancer Council Australia), 미국암협회(American Cancer Society) 등도 전자담배의 금연효과가 입증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시 감리위원회는 6월 25일(현지시각) 전자담배의 유통 및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현재 전자담배의 금연효과를 인정하는 국가는 영국·뉴질랜드·캐나다 정도이고 싱가포르·태국 등은 전자담배의 판매, 유통을 금지하고 있고, 호주는 전자담배의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세계보건기구 담배규제기본협약에서 권고하고 있는 담배규제 정책의 충실한 이행을 통해 국내 흡연율을 낮추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5월 21일 새로운 금연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흡연을 조장하는 환경을 근절해 청소년·청년 시기의 흡연 시작을 적극 차단할 계획이다. 담뱃갑 경고 그림 및 문구의 면적을 현행 담뱃갑 면적의 50%에서 75%까지 확대하고, 담배의 매력도를 떨어뜨리기 위해 무광고 표준 담뱃갑 제도를 오는 2022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누구든지 담배 구매를 유인하는 판촉행위를 못 하도록 담배 판촉행위에 대한 규제도 강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흡연장면이 일정 분량 이상 노출되는 영상물에 대해서는 도입부에 금연광고를 상영하거나 건강 경고 문구를 자막처리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등 신종 담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담배의 맛을 향상시켜 여성 및 청소년의 흡연을 유도하는 가향물질 첨가를 단계적으로 금지하고, 현행법상 담배는 아니지만 니코틴 중독을 일으키는 니코틴함유제품(담배 줄기 또는 뿌리로부터 추출한 니코틴, 합성니코틴 등)을 담배에 포함해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담배 제품의 원료, 첨가물, 제품 연기 등에 포함된 유해성분 정보를 정부에 제출토록 의무화하고 정부는 담배의 유해성분 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거리에 설치된 금연구역 표시판.
거리에 설치된 금연구역 표시판.

2022년 담배규제협약 총회 유치

간접흡연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간접흡연도 적극 차단할 방침이다. 현재 공공기관, 음식점, 실내 체육시설 등 공중이용시설을 금연구역으로 관리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실내 금연구역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2025년에는 실내에서 완전금연을 실시하고, 길거리 흡연으로 인한 간접흡연을 방지하기 위해 보행자와 분리된 장소에 실외 흡연가능구역을 전국 1만 곳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끝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금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및 국제적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흡연자 패널을 구축해 금연 정책 평가, 흡연 행태 등을 분석해 국제적으로 공유하고,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 및 건강위해도 등을 지속 평가해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국제적 담배 불법거래 근절을 위해 ‘담배제품 불법거래 근절을 위한 의정서’ 비준을 추진하고, 2022년 제10차 담배규제협약 당사국 총회를 우리나라에 유치해 금연 정책 분야의 국제적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금연 정책 추진의 모멘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금연종합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민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와 함께 담배 없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나가는 데 동참을 기대해 본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