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순 인하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겸임교수, 전자부품연구원 SoC플랫폼 센터장, 한국기술평가관리원 차세대 반도체 프로그램 디렉터
김동순
인하대학교 정보통신공학과 겸임교수, 전자부품연구원 SoC플랫폼 센터장, 한국기술평가관리원 차세대 반도체 프로그램 디렉터

자율주행차와 수소·전기차 등 새로운 자동차가 등장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 반도체 시장에 호재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잡기 위해 차량용 반도체를 구매할 완성차 업체부터 자동차 부품 업체, 팹리스(fabless·공장 없는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가 상호협력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기업이 많은 유럽에서는 팹리스 회사(NXP)와 차량용 반도체가 필요한 업체(보쉬·콘티넨털), 완성차 업체(메르세데스-벤츠·폴크스바겐·BMW)가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유럽에선 수십 년간 차량용 반도체 수요 파악부터 차량용 반도체 생산, 신기술 개발이 선순환으로 작동했다. 그 결과 유럽 회사인 NXP(네덜란드)와 인피니언(독일)이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 시장에서 세계 1·2위를 차지했다. 유럽의 자동차 부품 회사는 전 세계를 상대로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유럽 자동차 기업의 제품 경쟁력은 강화됐다.

유럽 자동차 관련 기업은 차량용 반도체 육성을 위해 협력하고 있다. 이들은 우선 차량용 반도체에 탑재될 통신 방식을 표준화했다. 유럽 ‘티어 1(1차 협력업체)’급 부품 회사는 물론 유럽 유수의 완성차 업체는 해당 표준을 지지한다. 이렇듯 차량용 반도체 시장 활성화와 팹리스 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차량용 반도체가 필요한 기업과 설계하는 기업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유럽의 선진 모델을 참고해 차량용 반도체 수요 업체(완성차 회사), 설계 업체(팹리스 업체), 생산 업체(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가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자동차, 바이오, 에너지, 사물인터넷(IoT), 기계·로봇 등 시스템 반도체 수요가 많거나 국내 기업이 빠른 시간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서 ‘얼라이언스 2.0’이라는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4월 30일 발표했다.

이와 함께 세계 최강인 우리나라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차량용 반도체와 연계해 연구·개발(R&D)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무엇보다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잡기 위해선 라이다(레이저 이용 사물 감지), 레이더(전파 이용 사물 감지), 텔레매틱스(차량 무선 인터넷 서비스) 등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반도체 원천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수년 전부터 자동차 산업 구조는 완성차 기업 중심의 수직적 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우리나라 팹리스 업체 입장에선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전장 부품 회사를 상대로 사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실제로 한국 자동차 부품 업체 코렌스 등 28개 업체는 BMW에 배기가스저감장치(ERG) 등 1년에 약 2조원 상당의 부품을 공급한다. 우리나라의 중견 자동차부품 회사인 이래오토모티브는 독일 폴크스바겐에 연 5000억원 규모의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을 납품한다. 이처럼 국내 전장 부품 관련 중소·중견기업은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와 차량용 반도체 관련 제품을 맞춤 설계해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IT 기술이 결합한 자동차),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자동차 산업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 분야가 늘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20%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시장 세계 1위 기업인 NXP의 시장점유율은 12%일 정도로, 아직 이 시장의 절대 강자는 없다. 100여 개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 경쟁하고 있는 상황은 우리나라 팹리스 업체에 기회다. 세계 1위 차량용 반도체 기업이라는 아성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김동순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차세대 반도체 프로그램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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