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단국대 국제통상학과, 네이버, CJ ENM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이은경 단국대 국제통상학과, 네이버, CJ ENM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네 살 아들이 소파에 시리얼을 쏟은 사진에) 와 정말 리얼 쏘핫 불금이네?”

“(아들의 녹차 체험 수업 사진에) 녹차 물에 발 넣은 물을 나를 주네? 아빠나 줘!”

인스타그램에서 ‘아만다(이씨의 영어 이름)’로 통하는 이은경씨가 ‘파워 인플루언서’가 된 것은 이런 ‘솔직함’과 ‘유쾌함’ 덕분이었다. 매일 아이에게 먹일 메뉴를 고민하고 열 오르는 아이의 상태를 걱정하고 남편에게 불만스러운 점을 슬쩍 꺼내놓는 보통 엄마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공개한다.

2016년 임신한 뒤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둔 이씨는 인스타그램에 일상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예쁜 외모와 패셔너블한 감각, 재미난 화법으로 팔로어 수가 단숨에 늘었다. 영향력이 생기면서 이씨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제품을 홍보·판매하는 일도 본격화했다. 주부들의 ‘완판녀’가 된 이씨의 인스타그램 팔로어 수는 현재 7만3000명이다.

이씨의 일상은 일반인과 연예인의 중간쯤이다. 1월 30일 서울 광화문에서 이씨를 만나 엄마들을 좌지우지하고 지갑을 열게 하는 인플루언서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플루언서가 된 계기는.
“대기업에서 5년 정도 일하다가 아이를 낳고 육아 휴직에 들어갔다. 하던 일이 육아와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남편의 권유로 복직을 포기했다. 그런데 산후 우울증이 왔다. 출산 후 살도 많이 찐 데다, 집에서 아이만 봐야 하는 환경 때문에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인스타그램에서 각종 육아 정보를 찾아봤는데, 죄다 광고였다. 그래서 직접 내가 찾아본 각종 ‘육아템’ 정보, 후기 그리고 육아 일상 등을 올리면서 팔로어가 늘었다.”

‘엄마’라는 정체성이 다인가.
“기본적으로는 30대 초반의 ‘육아맘’이 내 정체성이다. 내 손으로 직접 밥을 만들어 먹이고 아이 발달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공부해 정보를 찾는 모습이 관심을 많이 받았다. 동시에 다이어트, 화장, 패션 등 자신을 꾸미는 데 열심인 모습을 보여준 것이 인기 요인이었다. ‘평범한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이지만 자기계발, 육아 모두 독하게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에 다른 이들이 호응해줬다.”

본인의 영향력을 느낀 사례가 있다면.
“셀 수 없다.(웃음) 최근에는 아이의 어린이집 낮잠 이불을 넣고 다닐 가방을 직접 찾아서 써보고 괜찮아서 피드에 소개글을 올렸는데 판매자로부터 ‘덕분에 가방이 잘 팔려 고맙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필요한 물건을 찾아 써보고 괜찮은 것들을 소개하곤 하는데, 요즘은 빈도수를 줄였다.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체 필터링을 많이 하게 된다.”

인스타그램에서 하고 있는 사업은.
“사업가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다. 브랜드나 업체와 계약을 맺고 해당 제품을 소개하고 홍보해주는 일이다. 여기엔 나만의 원칙이 있는데, ‘직접 사용해보고’ ‘그 결과 제품이 괜찮았을 때’라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내 인스타그램에 소개한다.”

업체로부터 받는 제안이 많을 것 같은데.
“일단 DM(개인에게 직접 보내는 메시지)으로 모르는 개인·업체의 연락이 하루 30~40건씩 온다. ‘제품을 한 번 써보고 괜찮으면 소개해달라’는 식이다. 일절 응하지 않는다. 지인에게 사업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경우이거나 홍보 대행사를 통해 들어온 브랜드의 제안일 때 응한다. 모두 직접 체험해본 뒤 검증된 것만 홍보한다. 작년 돌잔치에 엄마들이 입을 수 있는 드레스를 만들어 빌려주는 업체의 파티에 초대받아서 간 적이 있다. 나도 업체로부터 한 벌 빌려 입고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내가 입었던 옷을 빌리려는 엄마들의 방문으로 업체 서버가 한 시간 만에 다운됐다. 그 후 이 업체와 함께 ‘아만다 드레스’를 따로 제작했다.”

이런 식의 홍보를 몇 건 정도 진행하나.
“한 달에 1~2건, 연간 20건 정도 한다. 다만 단순하게 홍보만 해주는 게 아니고, 어떤 물품을 어떤 구성과 방법으로 진행할지 등을 잘 짜서 추진한다. 기획력이 필요하다.”

수익이 많을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했던 때와 비교해 2~3배 정도 많이 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과 별개로 화보를 찍거나, 영상을 찍는 것에서도 수입이 발생한다. 다만 고정적이지는 않다. 열심히 하면 더 벌 수 있지만, 지금은 육아와 병행하기 때문에 욕심내지는 않는다.”

게시글을 올릴 때 기준이 있나.
“하루 3개 정도 피드를 올리려고 한다. 그 이상이면 팔로어들도 질리고, 그보다 적으면 잊힐 수 있다. 내용은 ‘뷰티·패션 관련 내가 하고 있는 일’ ‘육아’ ‘아만다의 리얼한 삶’ 세 가지다. 최근에 아이 사진 도용 문제가 있어서 관련 게시글은 줄이고 있다. 아이 등원시키고 1시간 동안, 밤에 자기 전에 1시간 동안 집중적으로 게시글을 올리고 라이브 방송을 하며 팔로어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상업적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에 대해.
“요즘엔 나가서 일하는 모습을 많이 올린다. 2016년 임신과 함께 인스타그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부터 팔로해 온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아이를 낳았고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물론 예전엔 아이랑 노는 사진을 많이 올리더니 요즘은 왜 아이랑 시간을 안 보내냐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예전과 다르지만 지금의 모습도 내 모습이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한다. 그리고 밤에는 라이브 방송(인스타그램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방송 서비스)을 자주 하려고 하는데, 이때 민낯으로 잠옷 차림에 집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라이브 방송 인기도 대단한 것 같다.
“남편과 함께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을 때 동시접속자 수가 1200명에 달했다. 이 방송을 나중에 본 사람들까지 합치면 이 콘텐츠를 본 사람이 무려 3만명이었다. 주로 밤 11~12시쯤 라이브 시청자 수가 가장 많다.”

CJ오쇼핑과의 협업도 화제인데.
“앱에서 쇼호스트와 물건을 파는 ‘픽미업’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쇼호스트가 함께 제품을 소개하면서 라이브로 판매하는 형식이다. 지금까지 세 차례 방송했는데, 준비한 화장품, 명품잡화 물량 100~200개가 완판됐다. 대본도 없었고 조리 있게 말도 못 했지만 편하게 친구와 수다 떠는 식으로 진행했다.”

소속사가 따로 있는지.
“나무엑터스와 계약했다. 해외 진출도 염두에 두고 중국어, 태국어를 공부 중이다.”

유튜브 진출 계획은.
“곧 채널을 열 예정이다. ‘육아하는 엄마’ 정체성에 맞게 찍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는 ‘등원길 전쟁’같이 엄마들이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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