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돈, 물건과 사람을 다루는 게 경영이라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경영만큼 초월적인 요소가 다분한 영역도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다 원없이 돈을 벌고 싶어 하지만 극소수만이 경영자가 된다. 숫자에 눌리지 않는 배짱, 사회를 읽어 내는 안목, 소비자 심리를 파악하는 기민성, 혁신이라는 창의성, 직원관리에 필요한 전략들. 골목식당 같은 프로그램이 보여주듯이 ‘경영’이라는 발전소는 인생살이의 종합체다. 용기, 창의성, 직관, 통찰력, 몰입 같은 에너지로 돌아가는.

이러한 종합적인 통합 능력을 원하는 경영의 고속도로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뿐이다. 현실을 다루는 경영자가 오히려 현실을 초월한 인간 정신의 더 높은 곳에 종착역을 만들어 두는 것. 경영학자 짐 콜린스의 말대로 머리가 쭈뼛 설 만큼의 영감을 주는 자리에 가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종착역에 가닿으려는 경영자가 경영이란 고속도로에서 길을 잃거나 우회로가 필요할 때 표지판 역할을 해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영화’일 것이다.


영감에 불을 지피는 영화들

영화는 인간 정신의 경이로움과 상상력이 갖는 초월성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면 인간을 탐구하고 시대와 호흡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왜냐하면 영화엔 시간을 관통하는 진리와 진실에 대한 뜨거운 도전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극적인 인물이나 막다른 골목이 없는 영화 관람은 경사없는 미끄럼틀을 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악당과 좌절, 실패가 없는 영화는 관객들이 먼저 알고 등을 돌린다. 인간 세상을 다시 비추는 영화라는 프리즘 안에서 우리는 지식의 들통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영감에 불을 지피게 된다. 내일은 더 나은 실수를 하도록 대담하게 마음먹게 된다.

가끔 상상해 본다. 스티브 잡스가 자신을 모델로 한 영화들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아마 그는 자신이 모델인 영화보다 어마 무시한 판타지의 세계로 중무장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를 더 즐겨보지 않을까. 쓸데없고 무용하며 저잣거리의 저급한 예술, 몽상의 쓰레기 산으로 취급받은 영화가 오히려 다양한 일상의 경험을 다시 조립하거나 재해석할 때, 영화는 단편적인 지식보다 종합적인 사고력,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 수 있는 ‘현명한 바보가 되는 기술’을 가르쳐 준다.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게 만드는 힘으로, 그렇게 영화는 경영이 돼 간다.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위기관리 리더십의 교본

경영자에게 영감을 주는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을 먼저 꼽고 싶다. “오늘은 아무도 죽지 않았습니다.” 허드슨 강에 불시착한 US항공 1549편 비행기의 승객을 구조한 요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이 영화는 2009년 1월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이륙 2분 만에 새떼와 충돌했지만 허드슨 강에 착륙해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내지 않았던 기적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42년 베테랑 조종사로 혹여나 남아 있는 승객을 찾기 위해 물속을 헤치며 기내로 되돌아오는 체슬리 설리 설렌버거, 일명 설리 기장의 모습은 위기관리 리더십의 교본이라 불릴 만하다.


아부의 왕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는 대화법

“암요. 그럼요. 당연하죠. 별말씀을.” 영화 ‘아부의 왕’에 나오는 ‘혀고수’의 화법이다. 영화의 제목은 희화화됐지만 다른 이의 마음을 얻는 대화를 위해 경영자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지 뒤집어 보게 한다. 사실 커뮤니케이션은 단지 혀의 문제가 아니다. 영화 속 주인공 혀고수가 전해 주는 설득의 비법은 침묵과 미소, 끄덕임과 ‘아~’라는 감탄사라는 것을 잊지 말자.


조이
창업에 대한 용기 ·독립적인 여성상

철제 옷걸이에 건 블라우스가 흘러내려 귀찮을 때, 납작하고 얇은 ‘허거블 행거’ 즉 천으로 만든 옷걸이를 사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영화 ‘조이’는 밀대 걸레 ‘매직 몹’이나 ‘허거블 행거’를 발명하고 창업한 조이 망가노의 일대기를 다룬다. 마트 앞에서 하나하나 밀대 걸레를 팔던 조이가 홈쇼핑 경영에 뛰어드는 모습은 경영자들에게 창업에 대한 용기를 북돋는다. 독립적인 여성상에 대한 롤 모델을 목격하는 것도 영화 ‘조이’만의 특별한 보너스다.


훌라걸스
결단과 혁신의 과정

1965년 일본 후쿠시마현(縣) 이와키시(市) 탄광마을은 1t의 석탄을 캐면 나오는 40t의 온천수를 다 퍼다 버렸다. 영화 ‘훌라걸스’는 탄광촌 마을이 결단과 혁신의 과정을 거쳐 창의적인 훌라댄스를 전파하는 온천마을로 변모하는 과정에 집중한다. 석탄을 ‘검은 다이아몬드’라고 치켜세우면서 온천수의 가치를 못 보고 살아온 마을 사람들. 그러나 혁신은 항상 상황을 뒤집어 보는 데서 시작하는 법. 탄광회사 사장 나카무라가 온천의 가치에 집중한 순간 마이너스 자산은 플러스 자산이 됐다.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남을 비난하지 않고 책임지는 자세

영화 ‘인턴’만이 멘토링 영화의 대명사는 아니다.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의 해리엇은 성질 괴팍한 꼬장꼬장한 노인네 취급을 받지만 일찍이 광고 회사를 설립하고 유리 천장을 깨려고 한 여성 경영의 선각자다. 해리엇은 상황이 나빠질 때도 남을 비난하는 대신 스스로에게 먼저 책임을 돌린다. 진정한 멘토인 해리엇에게 배우는 잘 자란 진짜 어른의 느낌.


플로렌스
끊임없는 에너지의 힘

“사람들이 내게 ‘노래를 못한다’고 할지언정, ‘노래를 안 했다’고 하지는 못할 걸요.” 영화 ‘플로렌스’에서 뉴욕 최대 갑부의 딸로 세계 최악의 소프라노였던 플로렌스 젠킨스는 죽어가면서 이렇게 유언한다. 찢어지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음악 녹음을 감행하는 플로렌스의 투명한 열정은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에너지의 힘을 선물한다.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동기 부여 노하우

교과 성적 외에는 관심이 없는 경직된 학교 시스템 안에서 사야카는 어느덧 전교 꼴찌 문제아가 돼 있다.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는 공부엔 관심이 전무했던 소녀 사야카를 1년 안에 게이오 대학에 입학시킨 쓰보타 선생의 고군분투기가 그려진다. 배꼽이 드러난 핫팬츠를 입고 온 사야카에게 오히려 요즘 패션에 대해 알려달라는 쓰보타 선생. 사람들 눈높이를 맞춘 동기 부여의 노하우가 가득한 영화다.


행복한 사전
자기 일에 대한 장인정신

‘평생을 바쳐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것이 장인 정신이라면 ‘행복한 사전’은 장인 정신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15년에 걸쳐 사전을 만들고 평생 단어를 채록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무한한 말의 바다에서 단어를 언어의 그물로 건져내는 행위에 생을 바치는 것. 긴 세월을 벼려내는 장인 정신이 소금처럼 빛을 내며 자기 앞에 주어진 일을 행복의 경지로 이끈다.

심영섭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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