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2479.65로 시작한 코스피는 한국 경제와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년보다 17.3% 하락한 2041.04로 지난해 증시를 마감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해 초 2479.65로 시작한 코스피는 한국 경제와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년보다 17.3% 하락한 2041.04로 지난해 증시를 마감했다. 사진 연합뉴스

세계 경제가 누려온 오랜 호황 국면이 끝날 조짐이다. 최근 세계 주식시장이 경제 성장 둔화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가 가져올 파장에 대한 우려로 급락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 유럽의 정치적 갈등 등 악재가 이어진 탓도 크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두 나라가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40%에 육박해 직접 타격을 입고 있는 데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조달 비용이 상승해 가계와 기업 부담이 커졌다. 미·중 무역갈등이 심화되면서 전 세계 평균 관세율이 10% 수준으로 오를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은 0.6%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위기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추세는 더욱 뚜렷해졌다.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는 증시에도 즉각 반영됐다. 지난해 초 2479.65로 시작한 코스피 지수는 한국 경제와 기업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년보다 17.3% 하락한 2041.04로 2018년 증시를 마감했다.

새해 경제 전망은 어느 때보다 밝지 않다. 올해 한국 수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히는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또 미국 경제 성장 둔화가 세계 경제의 큰 불안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잿빛 경제 전망이 쏟아지면서 증시 불안도 커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새해 증시를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은 올해 국내외 증시 전망과 위험 요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국내 리서치센터장 6인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1│국내 증시 낙폭 크지 않을 것

‘위험과 기회의 공존, 전환점, 전화위복’. 전문가들은 올해 국내 증시 전망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들은 세계 증시에 충격파를 던진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 금리 인상 등이 국내 증시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보면서도 그 속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주가가 하락하면 투자자들은 두려움에 떨지만 진정한 고수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증시를 흔든 주요 악재가 이미 국내 증시에 반영돼 지난해 코스피 지수가 최고점에서 20% 이상 하락했기 때문에 1997년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폭락’은 없을 것”이라며 “지난해 말까지 시장에 퍼진 불안 심리가 연초 증시 하락세를 이끌어 가겠지만, 하락 후 주가가 반등하면서 이르면 2분기에 투자 기회가 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통화정책이 한국 증시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실물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안갯속 국내 증시에 여러 가지 위기 요인이 산적해있지만 미국 정책 변화로 국내 증시가 나아질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두운 세계 경제 전망에 비해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이 많았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위기 요인 대부분이 이미 지난해 증시에 반영된 상황이기 때문에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국내 증시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정책에도 ‘소득주도 성장’에서 방향을 틀어 ‘투자’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했고 재정 투입을 통한 경제 성장이 시작되면 단기적 반등이 일어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1월 초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에서 양국이 어느 정도 합일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국면에 국내 증시 반등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용택 본부장은 “코스피 역시 세계 증시와 비슷하게 약세장으로 흘러가겠지만, 수출 기업 실적이 크게 나쁘지 않고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이 이미 저평가 상태이기 때문에 증시 낙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 회복을 위해 기업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한국 총수출 증가율은 2.1%로 악화하고, 순수출(수출에서 수입을 뺀 금액) 규모도 축소될 전망”이라며 “정부의 정책적 투자 외에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증시 회복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2│美 성장 둔화, 中 경제 경착륙이 ‘리스크’

세계 증시 전망은 어떨까.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증시가 지난해 하반기 증시 약세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연말에는 맥없이 무너진 세계 주식시장에 관한 소식이 증권가를 강타했다. 블룸버그가 지난해 12월 27일 기준으로 집계한 세계 주요 증시 시가총액은 68조9000억달러(약 7경7000조원)로, 2017년 말(81조2000억달러)보다 15% 줄어들었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한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IMF 추정 1조6600억달러)의 7.4배가 증발해버린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미·중 무역전쟁,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우려 등으로 위험 자산 회피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주가가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중 갈등과 미국의 금리 인상 여파가 올해도 계속되고 미국 경제 성장 둔화, 중국 경제 경착륙 등의 불안 요인이 증시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급증하고 있는 미국의 재정적자도 위기 요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9년 경제전망을 통해 “사이클상 미국 경기 하강 국면 도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재정 확대 정책으로 적자 규모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향후 경제정책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증시 또한 경기 부진 영향으로 지난해에 이어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중국 수출업체들과 중소기업 경기를 나타내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2018년 12월 기준)는 2017년 5월 이후 1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석원 센터장은 “세계 경제 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해온 중국의 경기 둔화가 올해 내내 세계 증시를 괴롭힐 것”이라며 “경기 둔화, 기업 이익 하락 등이 증시에 빠르게 반영되면 반작용으로 증시가 반등할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위험과 기회가 공존하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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