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기업 스타십의 자율주행 배송로봇이 영국 런던 그리니치 거리를 따라 배송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아무도 직접 상점에 가지 않게 되는 세상을 상상해 보세요. 우리가 하려는 일은 (인터넷으로 주문한) 모든 물건을 1시간 안에 배달하는 것입니다. 모든 이들은 안 된다고 하죠.” -다큐멘터리 영화 ‘이 드림스(E Dreams)’ 중 조지프 박의 대사

2001년 4월 26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영화 ‘이 드림스’ 시사회는 다큐멘터리로는 드물게 2주 전에 전 좌석이 매진됐다. 예약한 사람은 기업 경영진, 증권사 애널리스트, 경제 담당 기자들이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1998년 한인 교포 2세인 조지프 박(Joseph Park)과 용 강(Yong Kang)이 설립한 코즈모닷컴의 이야기를 담았다. 조지프 박은 비디오테이프, CD, DVD, 스타벅스 커피 등을 “1시간 안에 무료로 배달하겠다”며 당시 2억5000만달러(약 2800억원)의 자금을 투자받았다. 코즈모닷컴은 1시간 안에 배달이 가능한 창고 위치, 구역 내 주민 수, 배달원 활용 방법 등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지만 많은 배달 비용 때문에 적자가 쌓였다. 자금 조달을 위해 계획했던 기업공개(IPO)도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미 증시가 폭락해 실패했고, 회사는 문을 닫았다.

코즈모닷컴에 6000만달러(약 680억원)를 투자했던 아마존은 투자금을 전부 날렸다.

조지프 박의 꿈은 거품처럼 사라졌지만 아직도 아마존을 비롯한 수많은 유통·물류 기업은 1분, 1초라도 더 빠른 배송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바쁜 일상으로 배송품을 기다릴 시간이 없는 고객이 오프라인 매장까지 가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주문을 해대며 더 빠른 배송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간을 절약해줄 수 있는 빠른 배송을 위해서라면 더 비싼 배송료를 내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다.

이런 요구에 발맞춰 유통·물류 기업은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임대료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지역 중 하나인 미국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물류센터를 짓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속도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많은 기업이 시도하고 있는 차세대 배송 무기는 드론이다. 드론을 이용하면 교통 체증 등의 문제 없이 훨씬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2013년부터 드론을 이용한 배송을 준비해온 아마존은 이미 미국 24개 주(州) 해안 지역에 드론을 위한 전용 물류기지를 설치했고, 2016년 12월 영국 케임브리지, 2017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험 배송에 성공했다. 아마존은 미국연방항공국(FAA)의 항공 통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아 미국 내 드론 배송을 상용화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드론을 이용해 미국 내 50여 개 물류창고를 기준으로 반경 25㎞ 이내의 장소로 2.5㎏ 미만의 물품을 30분 안에 배송할 수 있다.

아마존의 드론 배송에 대한 야심은 드론 전용 물류센터 특허에도 잘 드러난다. 아마존이 2015년 출원한 특허는 미국 뉴욕, 시카고 등 대도시 중심에 드론 이착륙이 가능한 9층 높이의 다층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게 핵심이다. 물류센터의 층마다 뚫린 구멍은 드론이 드나드는 통로로 사용되고, 수십 대의 드론이 착륙해 신속하게 물품을 싣고 이륙할 수 있다.

드론배송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회사인 징둥닷컴(京東商城)은 중국 장쑤성·산시성 등 100여 곳의 배송을 드론 40대에 맡기고 있다. 프랑스 우정국(la poste)도 최장 14㎞까지 1㎏ 이하 물품을 드론으로 나르고 있다.

하늘길의 속도 전쟁에 드론이 많이 사용되고 있다면, 육상 배송을 빠르게 하기 위해선 배달용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미국 물류 기업 페덱스는 로봇 기업 스타십(starship)과 함께 로봇집배원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스타십이 2016년 말 개발한 자율주행 로봇은 6개의 바퀴로 굴러다니며 반경 약 3.21㎞ 내의 목적지까지 9㎏ 이하의 물품을 배송할 수 있다. 뉴욕 등 대도시나 인구가 밀집된 주거 지역에서도 최적의 길을 스스로 찾아간다. 스타십은 이미 샌프란시스코의 도어대시(DoorDash·음식 배달 회사)와 포스트메이츠(Postmates·잡화 배달 회사)와 협업해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와 워싱턴 D.C.에서 시험 운영했다. 스타십이 페덱스의 배달을 도울 경우 배달원이 집집마다 찾아가야 하는 현재의 배송 서비스가 훨씬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이나 드론은 한 번에 배달할 수 있는 화물의 양과 거리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양의 화물을 좀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배송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율주행 배달 트럭을 사용하는 기업도 있다. 영국 온라인 수퍼마켓인 오카도(Ocado)는 지난해 6월부터 ‘카고포드(CargoPod)’라는 이름의 자율주행 밴을 이용해 시험 배송을 하고 있다. 운전자 없이 차량 내 장착된 카메라와 센서가 위치를 확인하고 주행한다. 또 각 밴은 교통량이나 날씨 같은 요인에 따라 가장 빠른 경로를 알아내 배송한다.


뉴욕 맨해튼에 물류센터 지은 아마존

빠른 배송을 위해서는 배송 거리를 줄이는 작업도 필요하다. 최종 물류센터와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줄이면 그만큼 배송 시간이 단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대규모 물류센터 몇 곳에서 모든 물품을 배송하는 것보다 전국에 퍼져 있는 소규모 물류창고를 활용해 최종 배송 거리(라스트마일)를 최대한 단축하려고 한다. 미국 부동산 기업 CBRE가 최근 2년간 미국 15개 대도시에 세워진 물류센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새 물류센터는 인구 밀집지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거리(10~15㎞)에 세워졌다.

아마존의 경우 임대료가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 맨해튼에서 약 4600㎡(약 1390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뉴욕의 상징인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맞은편이다.

미 부동산 업체 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Cushman&Wakefield)에 따르면 맨해튼의 1㎡당 월평균 사무실 임대료는 84.17달러로 이스트강 너머 롱아일랜드시티(48.20달러)보다 75% 이상 높다.

아마존은 맨해튼에 물류센터를 세운 후 배송료 7.99달러(약 9000원)를 내면 샴푸, 휴지 등 생필품과 식료품을 1시간 안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미국의 IT 전문가 앙드레 인팡테(Andre Infante)는 “궁극적으로 모든 전자상거래는 초고속으로 30분 만에 배달되는 피자와 같은 배송 시스템을 지향하는데, 수많은 인구가 몰린 지역에 충분한 수의 물류 거점을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아마존은 지금까지 많은 비용이 드는 거대한 인프라 투자를 주저 없이 해왔기에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plus point

20분, 58분 배송 나선 日 기업

인터넷·모바일 쇼핑이 급증하고 있는 일본 기업도 배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마존 재팬은 2015년 11월부터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1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인 ‘프라임 나우(Prime Now)’를 시작했다. 수도권과 오사카 지역에서 890엔(약 8800원)을 내면 1시간 이내에 배송품을 받을 수 있다. 2시간 이내에 받기 원하면 배송비가 없다. 일본 최대 온라인 쇼핑몰 중 하나인 라쿠텐도 주문 후 빠르면 20분 만에 상품을 받을 수 있는 ‘라쿠빙!’ 서비스를 도쿄 시부야구 등 4개 구에서 하고 있다. 음료수·주류·인스턴트식품 등을 앱으로 주문하면 평균 1시간 이내에 고객에게 상품이 전달된다. 배송료는 390엔(약 3800원)으로 아마존 재팬보다 저렴하다.

일본의 잡화 체인 돈키호테도 지난해부터 ‘58분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750엔(약 7400원)을 내면 반경 3㎞ 이내에 있는 곳으로 상품을 58분 안에 가져다 준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배송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도심 지역에서까지 경쟁하는 것은 물류 비용이 올라가더라도 그만큼 고객을 만족시키면 자신들의 제품을 계속 구매하려는 충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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