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지몬(Hermann Simon) 독일 본 대학 경제·경영학과, 빌레펠트대·마인츠대 교수 역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영국 런던비즈니스 스쿨, 미국 MIT, 스탠퍼드대, 일본 게이오대, 프랑스 인시아드 객원교수, 1985년 에크하르트 쿠허와 경영 컨설팅업체 지몬-쿠허&파트너스(Simon-Kucher&Partners) 설립, 2009년부터 회장 재임
헤르만 지몬(Hermann Simon)
독일 본 대학 경제·경영학과, 빌레펠트대·마인츠대 교수 역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영국 런던비즈니스 스쿨, 미국 MIT, 스탠퍼드대, 일본 게이오대, 프랑스 인시아드 객원교수, 1985년 에크하르트 쿠허와 경영 컨설팅업체 지몬-쿠허&파트너스(Simon-Kucher&Partners) 설립, 2009년부터 회장 재임

“삼성과 LG전자의 프리미엄 전략은 시작부터 잘못됐다. (삼성·LG 같은) 글로벌 500대 기업이 진출하기에 초고가 시장은 규모가 너무나 작다.”

‘가격 결정’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손꼽히는 헤르만 지몬 지몬-쿠허&파트너스(SKP) 회장에게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주요 대기업의 가격 인상 정책, 즉 생산자 입장의 프리미엄 전략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지몬 회장은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 프리미엄 전략은 ‘혁신이 동반되지 않는 가격 인상 정책’에 가깝다”면서 “한국 대기업은 기존의 럭셔리 시장을 공략하기보다 독창성을 발휘해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헤르만 지몬 회장이 1985년 설립한 경영컨설팅회사 SKP는 미국과 영국, 스페인, 일본 등 35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특히 가격 결정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지몬 회장은 이번 달 글로벌 기업의 가격 결정 방법을 다룬 책 ‘가격 관리(Price Management)’의 출간을 앞두고 있다. ‘독일의 피터 드러커’로 불리는 그를 ‘이코노미조선’이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부문 프리미엄 브랜드(삼성은 셰프컬렉션, LG는 시그니처)를 출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나.
“초고가의 틈새시장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 틈새시장은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글로벌 상위 500대 기업이 공략하기에는 규모가 너무나 작다. 체급이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초고가, 초프리미엄 시장은 중소 규모 기술 기업의 영역이다. 가전 시장에서 독일 밀레(Miele) 세탁기를 예로 들어보겠다. 밀레는 초고가 가전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밀레의 최고가 라인 세탁기 가격은 독일 기업인 보쉬(Bosch)와 지멘스(Siemens) 세탁기보다 2배 이상 비싸다. 그러나 보쉬나 지멘스는 밀레의 영역까지 가지 않는다.”

밀레의 지난해 연 매출은 41억유로(약 5조2400억원). 같은 기간 가전부문을 포함한 보쉬와 지멘스의 매출은 각각 781억유로(약 100조원), 840억유로(약 107조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연 매출은 2140억달러(약 239조원)다. LG전자의 지난해 매출은 577억달러(약 64조원), 가전부문(H&A) 매출만 해도 173억달러(약 19조원)에 달했다.

보쉬와 지멘스는 중저가에 만족한다는 얘기인가.
“그렇지는 않다. 보쉬와 지멘스가 저가 전략을 쓰는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 두 기업 역시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는 가전업체다. 다만 초고가 시장으로는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동차 시장을 예로 들어보겠다. 럭셔리 시장은 대기업이 공략할 대상이 아니다. 포르쉐, 페라리 같은 럭셔리 브랜드는 소규모 시장을 겨냥한다.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LEXUS)가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되는데, 사실 렉서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보기 어렵다. 약간의 프리미엄만 얹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나 LG전자가 취해야 할 프리미엄 전략은 무엇인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셰프컬렉션이나 시그니처와 같은 브랜드를 모기업에서 분리해 독립적으로 배치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여기서 독립이란 가치 사슬은 물론 인사, 재무, 회계 등 모든 측면을 다 포함한 독립을 의미한다. 그러나 삼성과 LG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조직 측면의 장점과 문화적 차이를 고려했을 때 이 같은 방식은 실현 불가능해 보인다. 더욱이 럭셔리 가전 시장의 규모는 그 정도 노력을 하면서까지 진출할 정도로 크지 않다. 삼성이나 LG는 가전 시장에서 독창성을 창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노력을 하는 것이 더 유효해 보인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나.
“제품 혁신의 주된 과제는 기술 향상과 고객의 요구를 적절히 통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기업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기업들은 제품을 만들 때 기술 지향적으로 가거나, 아예 시장 지향적으로 가는데 그 가운데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히든챔피언(잘 알려지지 않은 중견 글로벌 리더 기업)에 대한 연구에서 대기업의 19%만이 고객의 요구와 기술적 발전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히든챔피언 기업의 65%가 이 부분을 매우 신경쓰고 있었다. 성공한 중견기업들은 우수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과의 친밀감을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 역량이 진정한 고객 가치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성공적 혁신의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친밀감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원칙적으로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은 고객이 느끼는 만족의 정도로 정량화할 수 있다. 그에 따라 지불 의향을 파악하고 가격을 책정한다. 제품의 모든 기능이 전부 소비자의 지불 의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바로 이 차이를 이해하느냐 여부에서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오늘날 애플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로 간주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애플의 디바이스는 여타 전자기기와 달리 사용하기 쉽다. 애플이 소비자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다. 애플은 단순히 제품만이 아니라 전체 디지털 생태계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우수하다. 상품 가격은 기업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게 아니다. 기업은 소비자가 상품에 대해 이해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또 이해시키는 과정을 통해 가격을 결정해야 한다. 소비자가 인지하는 가치가 가격보다 낮다면 가격을 낮춰야 한다. 아무리 많은 자본을 투입해 신기술을 적용해 제품을 개발했다 한들, 시장에서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 즉 만족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그 제품은 가격을 높여 받을 수 없다.”

한국 대기업이 전략을 전면 수정해야 할까?
“시대가 바뀌면 전략도 바뀌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급진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디지털화, 세계화, 보호무역주의 등이 시장과 시장 경쟁 양상을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모든 활동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장소에서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기업들은 자국만을 중심으로 하는 사고를 버리고 전 세계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 단순히 기술적 관점에서 시장을 봐서는 안 된다. 그동안 가져왔던 비즈니스 모델을 과감히 재고해야 한다. 왜 기업은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하나. 물론 대기업들이 변화에 느리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는 하다.”

기업이 전략을 전면 수정하려 할 때 최고의 선택은 무엇인가.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기술은 사라지거나 대체되지만, 소비자의 요구는 사라지지 않는다. 기술만 교체될 뿐이다. 나는 이 말이 상당한 통찰력을 내포한다고 본다. 테드 레빗(Ted Levitt)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는 미국 철도를 예로 들었다. 그는 ‘1930년대 미국 시장을 호령하던 철도업체들이 철도사업이 아니라 여객운송사업을 했다면, 이들 기업은 파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들이 철도라는 기술·수단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들의 이동 욕구 그 자체를 충족시키는 것에 더 관심을 가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레빗 교수는 ‘그들은 철도에서 얻은 이익으로 항공사를 인수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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