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우 한국외대 경영학과, SGI서울보증
류준우
한국외대 경영학과, SGI서울보증

“소비자가 더 쉽고 편하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돈을 내기는 쉬워도 받기는 어렵다’는 보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가입한 보험에 대한 정보를 쉽게 풀어서 알려주는 노력도 계속했습니다. 그랬더니 고객들이 서서히 호응하기 시작하더군요.”

인슈어테크(InsurTech·보험과 기술의 결합) 스타트업 ‘보맵’ 창업자 류준우(39) 대표는 보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창업 계기였다고 설명했다. 보맵이라는 이름은 보험앱(App·애플리케이션), 보험의 맵(Map·지도)이라는 의미다. 류 대표 등 공동 창업자 3명이 사흘간 고민과 회의 끝에 지었다.

보맵은 ‘보험금 간편 청구’ 서비스를 주력으로 한다. 스마트폰으로 의료비 영수증, 진단서 등을 촬영한 사진을 올리고 보험금 청구서에 정보를 입력하면 이용자 대신 무료로 보험사에 팩스를 보내주는 서비스다. 보험사 지점을 찾아가거나 설계사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사용자가 늘었다.

보맵은 2017년 4월에 보험금 청구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9월 기준 보맵의 다운로드 수는 100만 건, 사용자가 이 앱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건수는 2만2000건이다. 류 대표는 “한정된 자본으로 사업해야 했기에 마케팅 비용을 도저히 쓸 수 없었는데도 이용자가 서서히 증가했다”며 성과를 소개했다. 보맵의 누적 투자액은 30억원, 11월 중으로 유치를 논의 중인 투자 예정 금액은 50억~100억원이다. 올해 들어 대형 보험대리점(GA)이 보맵과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유명 연예인을 내세워 TV 광고까지 하고 있다.

류 대표는 전세금보증보험 등 특수한 보험 상품을 개발·판매하는 보험사인 SGI서울보증에서 상품 개발과 심사 업무를 6년간 했다. 하지만 그는 “보험에 좋은 기억이 별로 없었다”면서 “다른 사람의 권유로 가입한 보험에 돈 낸 기억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도 잘 모른 채 입사 2년 차까지 매달 100만원씩 보험료를 냈다. 당시 월급의 3분의 1 수준이었는데, 해지하고 원금의 70%만 돌려받았다고 했다.

이런 경험에서 출발해, 어려운 보험을 쉽게 소개하고 소비자들이 보험을 통해 금전적 혜택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구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가 보맵을 창업했다.

‘이코노미조선’은 류 대표를 10월 25일 서울 강남역에서 1분 거리에 있는 공유오피스인 위워크에서 만났다. 3명에서 시작한 임직원이 40명이 됐다. 63빌딩의 사무실 한 칸을 쓰던 보맵이 위워크 330㎡(100평) 규모의 18층 전체를 임대하고 있었다.


보험사 직원이었는데도 보험을 잘 몰랐나.
“SGI서울보증에서 다뤘던 상품은 내가 가입했던 종신보험, 변액보험 등과는 달랐다. 그래서 일반적인 보험 상품에 대해 잘 몰랐던 거다. 그런데 입사 초반, 얼굴도 처음 본 ‘예전에 우리 회사에 근무하던 선배’가 나타나 재무 교육·상담을 해준다고 했다. 상담 말미에 결국 보험을 들게 했는데, 제대로 설명도 해주지 않고 ‘도움이 될 거다’라며 가입시켰다. 그러다 결혼을 앞두고 내 재무 상태를 따져봤는데, 매달 100만원씩을 보험료로 내는 게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입했던 보험을 한꺼번에 해지했는데, 원금의 일부만 돌려받아 억울했다.”

그 이후에 어떤 생각이 들었나.
“적어도 ‘나처럼 몰라서 억울한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보험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이 나쁘다는 것을 절감했던 사례가 또 있다. 소개팅할 때였는데, 다니던 회사 이름을 말하면 백이면 백 상대편에서 ‘혹시 보험 영업하시냐’고 묻더라. 그게 참 싫었다. ‘왜 보험에 대한 인식이 이렇게 안 좋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봤다. 사람들이 보험 영업을 ‘당한다’고 생각할 뿐, 보험의 진정한 혜택을 편하게 누려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각종 서류를 일일이 확인해 발급받은 뒤 이것을 모아 보험사에 팩스로 보내야 한다. 소비자로서는 그 절차가 복잡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런 절차는 고객이 ‘보험금 청구는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반면 보험료는 매달 자동으로 통장에서 빠져나간다. 소비자가 ‘내 돈은 쉽게 빠져나가는데, 보험금 청구는 정말 어렵구나’라고 생각하게 돼, 보험사에 반감을 가지는 것이 당연했다.”

보험금 청구 절차를 쉽고 편하게 만들면 보험사 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보험사에서 싫어하지 않나.
“여러 보험사에서 제휴하자고 하는 것을 보니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요즘엔 보험사에서 스타트업 전담팀을 만들기도 하고, 우리에게 먼저 사업 아이템을 제시하기도 한다. 창업 초기를 생각하면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보맵은 한 건당 100만원 이하의 소액 보험금 청구만 지원한다. 보험사 입장에서 수익에 큰 타격이 없는 규모의 추가 지출이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올해 상반기 전체 금융사 민원의 60% 이상이 보험사에 대한 민원일 만큼 보험은 민원이 많다. 그런데 고객이 소액이라도 보험금이 입금되는 경험을 하면 보험사에 대한 신뢰가 생긴다. 민원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적은 돈을 써서 이미지를 높일 기회인 셈이다.”

보맵의 사업 모델은 소비자 호응이 좋은 보험금 청구 서비스에 한정되나.
“그렇지 않다. 보험금 청구만큼 중요한 것이 소비자가 ‘내가 어떤 보험에 가입했는지’를 알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과도한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서 적정한 보험 혜택을 볼 수 있다. 보맵 앱에서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을 조회할 수 있고, 가입 상황을 진단받을 수도 있다.”

보험 진단은 누가 해주나. 진단을 핑계로 추가 가입을 유도하려는 건 아닌지.
“보맵에서 근무하는 손해사정사들이 하루에 20명씩 선착순으로 신청받아 무료로 진단해준다. 손해사정사는 보험 영업과 무관한 보험금 지급 심사를 하는 전문가다. 의뢰인의 보험에 대해 좀 더 중립적인 분석을 해줄 수 있다는 의미다. 진단은 이런 식이다. 20대 고객이 종신보험료로 매달 50만원씩 내고 있다면 ‘과도하다’고 알려주는 거다. 고객에게 ‘종신보험은 당신이 죽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라는 정확한 정보를 안내한다. 꽤 많은 사람들이 종신보험을 예·적금과 비슷한 것으로 생각한다. 낸 보험료를 살아있을 때 다 돌려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알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알기 쉽게 설명만 해줘도 소비자들은 본인에게 필요한 보험인지 아닌지 깨닫는다. 올해 10월 말까지 5000명에게 보험 진단을 해줬다.”


plus point

보맵으로 보험금 간편 청구하기

하지은 인턴기자

보맵 앱을 다운로드해 이름과 휴대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면 38개 보험사의 보험 가입 내역을 조회할 수 있다. 이후 ‘보험금 간편 청구’ 란에서 보험금을 청구할 보험회사를 선택한다. 진료비·약제비 영수증, 진단서 또는 진료확인서, 처방전, 수술기록지 등 보험금 심사에 필요한 서류를 사진으로 첨부해야 한다.

사진을 첨부한 후 보맵에서 알려주는 보험사 콜센터 번호로 전화하면 보험금 청구를 위한 팩스 번호를 받는다. 전화를 마친 후 받은 팩스 번호를 앱에 입력하면 보맵이 사용자를 대신해 팩스를 보내준다. 평균 1~3영업일 내의 심사 기간을 거쳐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한다. 단, 간편 청구 대상 금액은 100만원 이하의 소액 보험금이다.

이민아 기자, 하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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