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현 고려대 경영학과, 한국 공인회계사, 한국 보험계리사 수석 합격, 미국 시러큐스대 MBA, 삼일회계법인, 영국 타워스왓슨, 2011~2015년 보험 및 기타금융 베스트 애널리스트, 미국보험계리사,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신승현
고려대 경영학과, 한국 공인회계사, 한국 보험계리사 수석 합격, 미국 시러큐스대 MBA, 삼일회계법인, 영국 타워스왓슨, 2011~2015년 보험 및 기타금융 베스트 애널리스트, 미국보험계리사, 국제공인재무분석사(CFA)

‘브라질 여행 필수품, 지퍼 팬티 2장 만원.’

남미 배낭여행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자동으로 뜨는 쇼핑 사이트 문구다. 앞부분에 지퍼를 달아 현금을 몸에 지닐 수 있게 만든 이 속옷은 치안이 불안한 국가를 여행할 때 꼭 사야 할 품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특히 브라질 여행에서 이 속옷이 필수품으로 꼽히는 이유가 있다. 브라질은 은행 송금 과정이 복잡하고 수수료가 비싸서 현금을 지니는 게 낫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에서 브라질 은행으로 100만원을 보내는 데 드는 수수료는 약 44만원. 원·달러화 환전 수수료 1%(1만원), 미국 은행 중계 수수료 10%(10만원), 브라질 은행 중계 수수료 10%(10만원), 브라질 은행 출금 수수료 10%(10만원), 달러-헤알화 환전 수수료 10%(10만원). 여기에 브라질 은행 계좌 개설비 30달러(약 3만3000원)와 계좌 유지비 월 2000원이 추가된다.

“서울과 브라질 사이 실시간 화상통화가 가능한 시대에, 송금 수수료로 44만원을 떼는 게 이상하지 않나요?” 국내 2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 국내 최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쿼터백’ 등 15개 핀테크 스타트업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데일리금융그룹의 신승현(39) 대표는 핀테크의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신승현 대표는 증권업계에서 전설적 인물이다. 스물세 살에 공인회계사에 합격하고, 스물아홉 살에 보험계리사 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영국 최대 보험 컨설팅사인 타워스왓슨에 스카웃됐으나 3년 만인 2010년 한국으로 돌아와 하나대투증권의 애널리스트가 됐다. 데뷔 이듬해 보험 및 기타 금융권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른 후 5년 연속 한국 베스트, 3년 연속 아시아 베스트를 기록했다. 5년 만에 업계 최고 연봉을 받았지만 2015년 핀테크 스타트업 창업을 이유로 사표를 던졌다. 10월 31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 Three IFC(국제금융센터 3동) 18층 데일리금융그룹 본사에서 신승현 대표를 만났다.


억대 연봉을 포기하고 스타트업에 합류한 계기가 있었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공인회계사를 하면서 은행 감사 업무를 했고, 보험계리사로 활동하면서 보험사를 평가했다. 그리고 애널리스트를 하면서 증권업을 경험했다. 금융 전문직으로 일하는 것도 좋았지만, 이제는 금융 ‘플레이어’가 되고 싶었다. 2014년 중국 보험사의 인수·합병(M&A) 업무에 관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중국의 금융 규제는 한국 못지않게 보수적이었다. 하지만 알리바바의 알리페이 같은 혁신적인 지급 결제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전통 금융 산업의 지형이 순식간에 바뀌어 버렸다. 거기서 사업 기회를 봤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회를 봤나.
“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 변화 속도를 기존 금융 서비스는 따라가지 못했다. 간극을 메우는 것에서 기회가 생긴다고 봤다. 혁신은 시장의 비효율을 줄이거나, 없는 시장을 만드는 것에서 나온다. 나는 비효율을 줄이는 쪽으로 접근했다. 금융업의 본질은 돈을 저장하고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금융 산업은 비효율투성이였다. 한국의 금융 소비자들은 ‘잘 몰라서’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많다.”

‘잘 몰라서’ 지불하는 비용을 예로 든다면.
“외식업을 예로 들어 보겠다. 사람들은 단돈 만원짜리 식사를 할 때도 인터넷으로 식당을 검색하고 고른다. 음식을 먹을 때는 맛과 분위기를 냉정하게 평가한다. 그러나 외식비보다 훨씬 더 큰 돈을 지불하는 금융 서비스에 대해서는 별로 까다롭지 않은 것 같다. 연간 100만원 이상의 이자를 지불하는 주택담보대출 계약을 하거나, 한 달에 몇 십만원씩 내야 하는 보험 가입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대출 비용을 결정하는 세부항목을 어렵다고 생각하고 대강 넘겨버린다. 보험에 딸려 있는 특약조항은 아예 읽지도 않는다. 보험 가입 후 5년 내 중도해지 비율이 27%다. 이런 것들이 전부 ‘잘 몰라서’ 지불하는 비용이다. 현재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은행이나 보험은 다 비슷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래서 핀테크가 중요한 것이다.”

시장 왜곡을 핀테크로 줄이겠다는 뜻인가.
“복잡한 금융 상품을 간단하게 설명하는 것부터 세법, 규제 등 각종 정보를 쉽게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 정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핀테크 모델은 좀 더 나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정보 제공을 통한 비용 절감은 B2B(기업 간 거래)에도 적용 가능하다. 은행·보험·카드사가 금융 상품을 판매하는 설계사와 컨설턴트에게 지급하는 수당이 연간 10조원 정도 된다. 대출이나 카드 발급, 보험 인수 등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비효율을 줄이면 이 수당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당국이 핀테크 규제를 완화하는 분위기다.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중은행과 보험사들은 핀테크를 적대적으로 바라봤다. 핀테크가 기존 금융을 파괴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시각이 바뀌었다. 핀테크는 금융을 돕는 기술이다. 실제 국내 증권사와 시중은행에서 데일리금융이 만든 대출심사 인공지능 솔루션 ‘다빈치’를 사용해 수익을 내고 있다.”

올해 성과는 어떤가. 예상 손익도 궁금하다.
“작년에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원으로 7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하지만 작년이 좀 특이한 경우였다. 올해는 손익분기점(BEP)을 넘기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창업 4년 차 스타트업을 손익으로 평가하기는 이른 것 같다. 다만 글로벌 회계·컨설팅 회사 KPMG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 100대 핀테크 기업’에 올해 처음 이름을 올렸다. 모바일 송금 서비스 앱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에 이어 두 번째다. 기존 금융 서비스를 돕는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

스타트업 창업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한국에서 스타트업 창업에 따른 기회비용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예를 들어 대기업을 포기했을 때 잃게 되는 기회비용이 과거에 비해 크지 않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의 대기업 중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곳은 없지 않나. 한국의 핀테크는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젊은이들이 핀테크 분야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plus point

데일리금융그룹의 독특한 기업지배구조

데일리금융그룹은 AI(솔리드웨어), 개인자산관리앱(브로콜리), 블록체인(아이콘루프), 로보어드바이저(쿼터백), 가상화폐(코인원) 등 15개 핀테크 스타트업을 자회사로 둔 벤처 연합체다. 15개 회사 가운데 데일리금융이 인수·합병(M&A)한 곳도 있고, 사내 벤처로 시작해 자회사로 스핀오프(분리)한 곳도 있다.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회사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데일리금융이 인수해 성공한 스타트업으로 코인원이 가장 유명하다. 코인원은 2017년 매출 1200억원, 순이익 700억원의 성과를 올렸다. 현재 코인원의 기업 가치는 1100억원 정도. 데일리금융의 2015년 코인원 인수 가격은 15억원이었다.

데일리금융의 최대주주는 지분 29.6%를 보유한 글로벌 벤처투자 회사인 포메이션그룹이다. 포메이션그룹은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인 구본웅 대표가 이끌고 있다. 포메이션그룹은 지난해 미국 유망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로 500억원의 수익을 올려 화제에 올랐다. 한편 코인원은 데일리금융 전 최대주주였던 옐로모바일과 270억원 규모 대여금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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