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 아차체 파리 도핀대 금융학 석사, 카르푸그룹 국제전략개발 매니저, 기업 컨설팅업체 ‘CASE’ 창업자
루디 아차체
파리 도핀대 금융학 석사, 카르푸그룹 국제전략개발 매니저, 기업 컨설팅업체 ‘CASE’ 창업자

프랑스 브랜드 ‘벤시몽’은 심플하면서도 부담 없이 신을 수 있는 운동화를 찾아 헤매는 소비자에게 가뭄 속 단비와도 같다. 천연 캔버스 천에 천연고무로 앞코를 만들어 덧댄 벤시몽의 ‘테니스화’는 수십 가지 색상과 패턴으로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를 주면서도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으로 ‘프랑스의 국민 신발’로 불린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미국,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19개국에서 사랑받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벤시몽 창업자인 세르주 벤시몽(Serge Bensimon), 이브 벤시몽(Yves Bensimon) 형제는 2013년부터 벤시몽에 경영 자문을 해온 루디 아차체(Rudy Achache)를 2016년 부사장으로 영입, 기업 경영 전반을 맡겼다. 아차체 부사장을 9월 28일 파리의 벤시몽 본사에서 만났다.


패션업계와 섬유업계의 관계를 정의한다면.
“벤시몽이 현재 원단을 납품받고 있는 업체들은 1979년 첫 번째 테니스화를 선보였을 때부터 일해온 곳들이다. 함께한 지 40년이 다 돼 간다. 벤시몽의 대표 상품인 테니스화 원단은 슬로바키아에서, 그 외 의류 원단은 이탈리아에서 가져온다. 벤시몽이 한 업체와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 가는 이유는 패션기업에게 섬유기업과의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와 섬유업계는 공생 관계다.”

한때 프랑스 섬유산업도 어려움을 겪었다. 패션산업도 이에 영향을 받았나.
“패션업계와 섬유업계는 서로 연결돼 있어 한쪽이 위기를 맞게 되면 그 위기가 다른 쪽으로 전이될 수밖에 없다. 패션기업은 품질 측면에서 차이가 크지 않다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섬유기업과 계약을 한다. 이 때문에 섬유기업들이 출혈 경쟁을 벌였고, 이는 프랑스 섬유산업의 위기를 초래한 요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 게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패션업계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의류 소비를 줄인 것이다. 판매량이 줄어들자 패션업계가 섬유업계에 주문하는 제품량이 감소했다. 그렇게 프랑스 섬유산업의 위기가 더욱 심화됐다.”

두 업계 간 관계가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때는 언제인가.
“벤시몽은 신상품을 개발할 때 섬유기업과 끊임없이 소통한다. 재질, 색상은 물론이고 가격 결정 과정에서도 섬유 기업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 벤시몽이 생산하는 테니스화의 경우, 최종 소비자가격은 항상 동일하다. 그러나 사실 테니스화 제작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은 매년 오르고 있다. 제품이 성공하면 양쪽 모두에 이익이기 때문에 벤시몽은 물론 섬유 기업도 각자의 손해를 감수하는 것이다. 이는 양사 간 관계가 양호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벤시몽뿐만이 아니다. 자라와 H&M 같은 패스트패션 기업들은 이전까지만 해도 F/W(가을·겨울) 시즌 상품을 9월쯤 출시했다. 그러나 이제는 7월만 돼도 전 세계에 이들의 F/W 시즌 상품이 깔린다. 이는 섬유 기업과 협의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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