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명물인 ‘맘모스제과’에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김명지 기자
안동 명물인 ‘맘모스제과’에 빵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 김명지 기자

실개천이 졸졸 흐르는 안동시 남부동 안동 문화의 거리(차 없는 거리). 금색 손잡이가 빛나는 육중한 원목 출입문 앞에서 돌을 갓 넘은 아들을 아기띠로 둘러멘 여성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뭔가 열심히 찍고 있었다. 하늘하늘한 꽃무늬 원피스와 선글라스로 멋을 낸 이 여성은 아들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연방 브이(V)자를 그렸다. 그 모습을 뒤에서 한참 바라보던 한 남성이 이 여성의 옷깃을 잡아 끌었다. 한 손에 기저귀 가방을 든 남성의 입 모양을 보니 “제발 빵 좀 먹고 가자”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9월 18일 안동의 ‘명물’ 맘모스제과를 찾았다. 차 없는 거리에 있다기에 점포 찾기가 어려운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중앙상점 공영주차장에서부터 갓 구운 빵 냄새에 이끌려 골목을 질러가니 아이보리색 벽돌의 제과점이 나타났다. 진열대 옆에 마련된 좌석에는 회색 수도복을 입은 수녀들, 화려한 스카프를 맨 40~50대 여성, 노랗게 머리를 염색한 20~30대 커플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있었다. 평일 오후 2시인데도 맘모스제과의 금색 손잡이 출입문은 쉴 새 없이 열고 닫혔다.

안동과 전주,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전통 관광지다. 그런데 요즘 이들 지역에 색다른 먹거리들이 인기몰이를 하며 관광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전주비빔밥이나 안동찜닭처럼 전통적인 먹거리에 다양성을 더하며 외국인 관광객 몰이에도 한몫하고 있다. 대전 성심당, 전주 풍년제과와 함께 ‘전국 3대 빵집’으로 불리는 맘모스제과도 그중 하나다.

요즘 안동에서는 안동찜닭이나 안동소주보다 맘모스제과 크림치즈빵이 더 유명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경제 효과를 따져보면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듯하다. 맘모스제과의 대표 메뉴 ‘크림치즈빵’은 주말에 하루 2000~3000개, 주중에는 1000개 정도 나간다. 빵 한 개에 2300원. 어림짐작으로 1주에 1만 개가 팔려나간다고 계산하면, 크림치즈빵 1년 매출만 11억9600만원에 이른다. 맘모스제과 빵 한 종류의 매출이 안동시 번영길에서 제일 손님이 많은 38년 전통 ‘원조안동찜닭’의 연매출(12억원)과 맞먹는 셈이다.

맘모스제과가 있는 안동 문화의 거리 중심으로 총 3개의 시장이 연결돼 있다. 오른쪽으로는 안동 한우갈비 골목이, 왼쪽으로는 안동찜닭 골목이 붙어 있는데, 맘모스제과 고객 수의 변화에 따라 이 지역 매출이 달라진다고 했다. 전성열 안동중앙문화의거리 상인회 회장은 “맘모스제과에서 빵을 산 관광객이 한우갈비 골목에 고기를 먹으러 가고, 안동찜닭 골목에 닭고기를 먹으러 간다”며 “빵집이 문전성시를 이루면, 문화의 거리 전체가 들썩들썩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맘모스제과는 재료비를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웬만하면 안동이 산지인 농산물을 재료로 쓴다. 유자파운드케이크와 딸기타르트가 대표적인 지역 특산품을 재료로 사용한 제품이다. 제과점에서 빠져나와 차를 몰고 나오는 길에 공영주차장 컨테이너 안에 맘모스제과 빵봉투가 있었다. 검게 그은 피부의 주차장 관리인에게 물었다. “맘모스 좋아하시나 봐요?” 무뚝뚝한 인상의 그가 ‘씨익’ 웃으며 답했다. “빵이 맛있잖아요.”


서울 삼청동 ‘북촌빙수’ 전경. 사진 이용성 차장
서울 삼청동 ‘북촌빙수’ 전경. 사진 이용성 차장
맘모스제과의 베스트셀러인 크림치즈빵은 주말에는 하루 2000~3000개가 팔린다. 사진 김명지 기자
맘모스제과의 베스트셀러인 크림치즈빵은 주말에는 하루 2000~3000개가 팔린다. 사진 김명지 기자

관광자원이 된 지방의 숨은 ‘맛집’들

달걀지단을 가늘게 채 썰어 푸짐하게 넣은 ‘교리김밥’은 낙지, 곱창, 새우를 빨간 양념으로 볶아낸 ‘낙곱새(낙지마실)’와 함께 경주 관광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랐다. 교리김밥은 ‘전국 3대 김밥’으로 유명해졌고, 낙지마실은 요리연구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TV프로그램에서 경주 전통 맛집으로 소개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주말 낮 시간 교리김밥 교동 본점 앞 골목길은 김밥을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골목 돌담길을 따라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서 렌즈교환형디지털카메라(DSLR)를 든 일본인 관광객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경주에서는 보문단지를 구경하기 전에 교리김밥을 점심으로 먹고 기념품으로 황남빵을 산 후 저녁으로 낙지마실에서 ‘낙곱새’를 먹는 것이 하나의 관광코스처럼 정착됐다.

서울 삼청동 한옥을 리모델링해 만든 빙수 가게인 ‘북촌빙수’는 화려한 색감과 부드러운 팥 고명으로 일본인과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이 밖에 대전 성심당제과의 ‘튀김소보로’, 전주 풍년제과의 ‘전주초코파이’도 주말·주중 가릴 것 없이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관광 전문가들은 전통을 강조한 ‘한정식’보다 지역 ‘맛집’들이 한국의 관광자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최지아 한국컬리너리투어리즘협회 명예회장(온고푸드커뮤니케이션 대표)은 “요즘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류 드라마에 출연한 멋진 배우들처럼 먹고 마시며 즐기기를 원한다”며 “과거가 아니라 현시대를 사는 한국의 유행을 궁금해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몇 년 전부터 한국 직장인의 회식 문화를 모델로 한 ‘코리아 나이트 다이닝투어’와 한국 고시생의 생활을 모델로 한 ‘노량진컵밥투어’ 등 음식 결합 관광 상품이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고급 한정식집에서 부채춤을 보며 20첩 반상을 먹던 전형적인 한국 전통 관광 코스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음식을 관광 자원의 한 중요한 요소로 보고 적극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관광에서 볼거리와 먹을거리, 축제는 서로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며 “평범한 볼거리라도 양질의 음식과 결합하면 관광의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식도락을 즐기는 관광객은 교육과 소득 수준이 높고, 체험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도움이 된다.

이경희 경희대 외식경영학과 교수는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여행지 선택에서 음식을 중요하게 여긴다”며 “음식은 중요한 관광 콘텐츠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경희 교수는 이어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어디서 무엇을 먹을지를 금세 찾아볼 수 있게 됐다”며 “관광객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서는 맛뿐만 아니라, 제품에 지역의 특색과 철학을 담아 스토리텔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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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리너리투어리즘 요리를 뜻하는 컬리너리(culinary)와 관광을 뜻하는 투어리즘(Tourism)을 결합한 단어다. ‘식(食·먹는 것)’을 매개로 한 관광을 뜻한다. 좁게는 음식이 관광의 1차적 동기인 ‘미식관광’을 말한다. 특정 레스토랑이 관광 목적이자 활동의 대부분인 관광을 뜻한다. 넓게는 다양한 경험을 위해 지방의 시장과 축제, 레스토랑, 양조장을 방문하는 관광도 포함한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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