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은 한국의 산과 대중문화를 매력적인 관광 자산으로 꼽았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메이슨 교수, 카트린 거마이어-아멜 대표, 리지아은. 사진 박준형 인턴기자
참석자들은 한국의 산과 대중문화를 매력적인 관광 자산으로 꼽았다. 왼쪽부터 데이비드 메이슨 교수, 카트린 거마이어-아멜 대표, 리지아은. 사진 박준형 인턴기자
데이비드 메이슨 (David A. Mason) 캘리포니아주립대 (UCSF) 동양철학,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문화관광부 PR 컨설턴트
데이비드 메이슨 (David A. Mason)
캘리포니아주립대 (UCSF) 동양철학,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문화관광부 PR 컨설턴트

미국인 노교수와 프랑스 출신의 컨설팅 업체 대표 그리고 무역학을 공부하러 온 중국인 유학생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적도 나이도 제각각인 이들의 가장 두드러진 공통점은 한국 사랑, 그중에서도 관광지로서 한국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가 고향인 데이비드 메이슨 세종대 교수(관광학)는 올해로 한국 생활 37년째다.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에서 동양철학을 전공하고 배낭여행지로 택한 중국과 대만에서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1982년 호기심에 방문한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독특한 문화유산에 매료된 그는 컨설팅을 맡고 있던 문화관광부(현 문화체육관광부)에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백두대간 영문 가이드북을 출간하는 등 한국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 왔다.

프랑스 파리 출신인 카트린 거마이어-아멜 밀레니엄 데스티네이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 직원으로 부임한 남편을 따라 13년 전 한국에 왔다.

프랑스 호텔 체인 아코르 계열인 노보텔 강남의 식음료(F&B) 마케팅 담당 매니저로 국내 여행산업과 인연을 맺었고, 유엔관광기구(UNWTO) 산하 ‘지속 가능한 관광발전을 통한 빈곤퇴치(ST-EP)재단’의 글로벌 프로그램 담당 국장을 역임했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본사를 둔 밀레니엄 데스티네이션은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돕기 위한 컨설팅이 주된 업무다.

중국 길림성 옌지(延吉)에서 태어나 자란 리지아은(李佳恩)은 경희대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3년 전 한국에 왔다. 국내에서 흔히 ‘조선족’으로 불리는 한국계 중국인이지만 주된 관심사는 중국의 동남아시아 정책이다. 현재 경희대 미얀마지역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 해상 실크로드) 정책이 글로벌밸류체인(CVC)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국립공원의 경제가치 관련 보고서 작성에도 참여할 만큼 관광산업의 경제효과 관련 연구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 관광산업의 경쟁력과 과제를 주제로 한 ‘3인 3국(3人3國)’ 토크쇼는 최근 문을 연 위워크(WeWork) 종로타워에서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한국에 처음 왔을 당시 상황이 궁금하다.

카트린 거마이어-아멜(Catherine Germier-Hamel) 프랑스 네오마 경영대학원 석사(MBA), 노보텔 강남 식음료(F&B) 마케팅 매니저, 유럽-코리아재단(EKF) 신사업 담당 매니저
카트린 거마이어-아멜(Catherine Germier-Hamel)
프랑스 네오마 경영대학원 석사(MBA), 노보텔 강남 식음료(F&B) 마케팅 매니저, 유럽-코리아재단(EKF) 신사업 담당 매니저

메이슨 미국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했지만, 한국에 대해 들어본 기억이 없다. 당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중국이나 일본과 전혀 다른 한국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걸 알릴 여력이 전혀 없는 듯했다. 외국인을 위한 관광산업이라곤 일본인 골프 관광이나 가라오케 접대 정도가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면서 관광산업 전문가가 되기 위한 코스를 밟기 시작했다.

아멜 13년 전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너무 많이 그리고 빨리 변했다. 콧대 높은 프랑스의 청소년들이 한국 대중가요에 열광하는 건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활력이 넘친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현실이 되는 걸 지켜보는 건 언제나 즐겁다. 내가 서울을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관광객 수가 서울 인구를 넘어선 지 오래지만, 서울은 여전히 여행하기 좋은, 쾌적하고 친근한 도시다.

초등학교 6학년 때인 2005년 한국에 처음 왔다. 중국에서 열린 한국어 글짓기 대회에서 입상해 후원사인 한화그룹 초청으로 15일간 한국에 머물며 곳곳을 여행했다. 대학 시절에는 K-팝(pop) 콘서트를 보러 한국에 오기도 했고, 한국과 중국의 교류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기 시작했다.


다른 나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한국만의 독특한 관광자산이 있을까.

메이슨 한국의 산은 ‘K-마운틴’이란 이름으로 널리 홍보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독특한 매력이 있다. 북한산과 도봉산 등 서울 근교의 산들은 가파르고 바위가 많아 실제보다 높고 커 보인다. 그러면서도 다른 나라의 명산들처럼 ‘죽일 듯이’ 위압적이지 않아 하이킹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사찰과 사당 등 문화유산이 산속에 많은 것도 독특하다.

아멜 맞다. 그래서 한국은 ‘힐링’을 위한 여행지로 매력이 있다. 젊음을 되찾는 여행이라고 할까? 성형수술을 말하는 건 아니다(웃음). 템플스테이와 명상, 하이킹 등이 모두 이 범주에 들어간다. 한국의 풍수지리에 매혹된 서구인도 많다.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인도 자국의 힐링 여행을 더 많이 체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K-팝의 인기는 관광객 유입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그게 정말 한국적이라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중국 관광객들에게 K-팝과 K-드라마가 최고의 관광자산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중국에서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폭발적인 인기는 한국산 제품의 판매 증가로도 이어졌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의 인기로 중국에서 ‘치맥(치킨과 맥주의 줄임말)’ 열풍이 분 것이나 소득 수준이 한국의 3분의 1에 불과한 중국에서 한류드라마에 나온 가전제품과 화장품 등이 많이 팔린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2014년 종영된 SBS 드라마 ‘별그대’에는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 분)가 “눈 오는 날엔 치맥인데”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작품이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치맥의 인기도 한류 열풍을 타고 중국에서 급속히 퍼졌다. ‘본토’ 치맥 맛을 즐기기 위해 한국에 오는 중국인도 늘었다. 2016년 인천 월미도에서 중국인 관광객 4500여 명이 떠들썩한 ‘치맥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치맥 이야기가 나오니 배가 고프다. 한국 음식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아멜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 행사에 가면 점심으로 스테이크를 비롯한 서양 음식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외국인 중에는 짧은 일정을 쪼개서라도 ‘진짜 한국 음식’을 맛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메이슨 처음 한국에 온 1980년대 초에는 특급호텔을 빼면 한식 이외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없다시피 했다. 지금은 없는 음식이 없다. (아멜을 향해) 강남에는 프랑스 마을(서래마을을 지칭)도 있지 않나.

중국 관광객들도 요즘은 다른 나라에 가면 현지 음식을 먹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해도 중국 관광객 유치를 원하는 식당이라면 매운 정도를 조절한다든지 해서 중국인 입맛에 맞게 변화를 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중국에서는 음식을 푸짐하게 주문해서 남은 음식을 포장해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 식당에서 양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 매장이나 좌석 공간도 여유 있게 설계하는 경우가 많아 한국 식당이 비좁다고 불평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 관광의 매력을 널리 알리기 위해 개선이 필요한 점은 뭘까.

리지아은(李佳恩) 중국 동북석유대 인사관리학, 경희대 무역학 석사, 경희대 미얀마지역센터 연구원(현)
리지아은(李佳恩)
중국 동북석유대 인사관리학, 경희대 무역학 석사, 경희대 미얀마지역센터 연구원(현)

메이슨 남한 면적은 미국으로 치면 인디애나주와 비슷하다. 그런 대한민국에 40개가 넘는 국립공원과 도립공원이 있다. 그런데 아직 이런 사실이 제대로 홍보되지 않아 안타깝다. 과거 중국 단체관광객들처럼 서울에서 쇼핑하고 비빔밥만 먹고 돌아가면 한국의 진면목을 알 길이 없다. 그건 가장 저급한 부류의 관광이다. 내 수업을 듣는 중국 학생들에게 국립공원에 다녀와 리포트를 쓰도록 했더니 모두 행복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 국립공원까지 교통이 나쁘지 않지만, 개선의 여지도 있다. KTX 역에서 국립공원까지 직행버스를 늘리고 배차시간과 간격을 정확히 지키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 영어로 제공되는 정보도 늘려야 한다.

아멜 관광산업도 지속 가능한 성장이 중요하다. 역설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관광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관광객보다 현지인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관광객들이 와서 돈을 쓴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 한국은 안전하고 깨끗하고 발전된 나라다. 와서 즐기려면 (관광객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관광은 친구를 맞이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적합한 사람이 오게 하는 마케팅과 소양 교육도 장기적인 안목에서 중요하다. 파리의 경우 프랑스인이 섬세하고 다소 거만하기까지 하다는 인식이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을 조심하게 만드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메이슨 북촌 한옥마을 정도를 제외하면 아직 한국은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사실 북촌 관광 개발을 처음 제안했을 때 과잉관광이 문제가 될 정도로 관광객이 몰릴 날이 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 부분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아멜 당신이 범인이었다니(웃음). 덧붙이면 프랑스 사람이 거만하다는 인식은 많이 개선된 것 같다. 정부가 앞장서서 친절한 이미지를 심으려 노력한 결과다. 영어 의사소통도 예전보다 매우 편해졌다.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한 곳인 북촌 한옥마을은 소음과 쓰레기, 무분별한 사진 촬영 등으로 주민 주거권 침해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두드러진다고 생각하는 지역은 ‘북촌 한옥마을(58.7%, 중복응답)’로 나타났다. 이어 전주 한옥마을(33.8%)과 제주도(31.4%), 서촌 한옥마을(27.9%), 등이 뒤를 이었다.


각자 출신지의 관광 매력은.

메이슨 한국에 관해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도시를 벗어나 곳곳에 있는 멋진 국립공원을 둘러봤으면 한다.

아멜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프랑스 음식은 비싸다는 인식이 강한데 꼭 그렇진 않다. 파리에 가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은 프렌치 레스토랑 정보를 담은 브로슈어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니 꼭 참고하면 좋겠다.

길림성 둔화(敦化)에는 불교 명승지인 육정산(六頂山)이 있다. 지난 여름 10년 만에 다시 찾았는데 편의시설과 교통이 몰라보게 좋아져 깜짝 놀랐다. 예전에 그랜드캐니언에 갔을 때 생각도 났다. 둔화에서 백두산도 멀지 않아 함께 둘러보면 좋다.


‘관광 수지’는 얼마나 중요할까.

메이슨 한국의 전체 국가 재정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관광을 마치 무역처럼 흑자·적자 개념으로 보는 건 구시대적 유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바운드(내수) 관광산업을 건강하게 육성해 관련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해외로 나가 견문을 넓히는 것을 나쁘게 봐서는 안 된다.

아멜 동의한다. 해외로 나간 한국인이 한국을 널리 알리는 민간 홍보대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메이슨 관광산업은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분야다. 인공지능(AI) 로봇이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국의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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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一帶一路) 시진핑 (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처음 제시한 개발 전략. 중앙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一帶)와 동남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해상 실크로드(一路)로 구성된다. 일대일로 선상에 있는 60여개 국가의 인구는 약 44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63%, 경제 규모는 21조달러(약 2경3612조원)로 전 세계의 약 30%를 차지한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지나치게 많다는 뜻의 영어단어 ‘over’와 관광을 뜻하는 ‘tourism’이 결합된 말이다.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몰려들어, 도시를 점령하게 되고 관광지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말한다. 관광객이 지나치게 많이 몰리면 환경파괴, 교통대란, 주거난, 소음공해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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