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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길수록 더 바빠지는 곳이 있다. 인천공항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추석 연휴 특별 교통대책 기간인 21~26일 총 118만3237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추석 연휴보다 5.1% 증가한 수치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19만7206명으로 역대 명절 중 가장 많다.

여행객 수 증가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계여행관광위원회(WTTC·The World Travel and Tourism Council)의 최근 자료를 보면, 1950년대에는 휴가여행을 떠나는 인원이 2000만~3000만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2016년에는 12억명으로 40배 넘게 늘었다. 전체적인 인구도 늘었지만,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 수 증가와 교통 인프라의 비약적인 발전, 주5일 근무제의 확산 등으로 인한 여가의 증가 등이 큰 역할을 했다.

여행자 수 증가는 관광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이어졌다. WTTC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의 3.1%가 관광산업에서 나왔다. 파급 효과까지 고려하면 10.2%에 달한다. 또 일자리 10개 중 1개(9.6%)가 관광산업과 관련돼 있었다. 숙박과 식사, 쇼핑 등 직접적인 연관 분야 외에 관련 인프라 투자와 고용 등 간접적인 효과를 모두 더한 수치다. WTTC는 2027년엔 전 세계 GDP의 11.4%와 전체 일자리의 11.1%가 관광산업을 통해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관광산업의 최대 매력 중 하나는 ‘인간적인 서비스’가 중요한 영역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30년 넘게 관광지로서 한국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힘써온 데이비드 메이슨 세종대 교수(관광학)는 ‘이코노미조선’ 인터뷰에서 “관광산업은 사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인공지능(AI) 로봇이 대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한국의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서도(관광산업 육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관광산업의 현 상황은 겉보기엔 크게 나쁘지 않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끊겼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다시 유입되면서 올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수는 9월 1일까지 700만7330명을 기록, 역대 최단기간에 70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우리나라를 찾은 1333만명(입국자 수 기준)의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에서 쓴 돈은 약 15조원에 달했다. 우리나라가 지난해 84만대의 자동차를 미국에 수출해 거둔 매출 규모(약 15조5000억원)와 비슷하다. 외국인 관광객 10명이 한국을 방문할 경우 수반되는 경제 효과가 중형 승용차 한 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인천공항에서 비행 3시간 이내에 인구 100만명 이상 도시가 147개나 된다. 주변에 인구 대국이 많아 외국인 관광객 유치 잠재력이 크다는 얘기다.

5~6년 전만 해도 아시아적 현상에 머물러 있던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의 인기는 ‘강남스타일’ 열풍과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팝 시장 정복 등에 힘입어 미국과 유럽 등 전 세계에 두꺼운 팬층을 형성했다. 한류 팬 확산은 관광객 증가에도 한몫하고 있다.

이 밖에 한류 스타들을 통해 우수성이 입증된 성형 기술과 화장품도 각각 ‘의료관광’과 ‘K-뷰티’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BTS). 사진 트위터 캡처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 1위를 차지한 방탄소년단(BTS). 사진 트위터 캡처

지나친 중국 의존도 문제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곳곳에 문제가 산적해 있다. 올 1분기 국내 거주자의 해외 카드사용액은 50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국내를 찾은 외국인 카드 사용액은 20억73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5.5%나 줄었다. 지나친 중국 의존도, 면세점 쇼핑과 한류를 제외한 콘텐츠 부재, 서울·제주에 집중된 불균형, 인프라와 인력 부족 등 국내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넘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2016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 자료를 보면, 같은 해 한국에 다녀간 총 1333만명의 해외 관광객 중 78%는 서울만 방문하고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2위인 제주(20.2%)와 합치면 외국인 100명 중 98명이 국내 수많은 도시 중 두 곳만을 찾은 셈이다. 특정 지역 편중 현상은 관광자원과 콘텐츠, 소비 패턴의 획일화로 이어졌다.

현재 전국에는 관광 목적의 집라인이 42개 운영되고 있다. 레일바이크는 25곳에 있고, 출렁다리는 50개나 된다. 한두 지역에서 인기를 끌자 앞다퉈 따라 한 결과다.

시장조사기관 BMI리서치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 관광보고서에서 2016년 외국인 전체 관광객 지출의 약 35%가 면세점에서 소비했다. 백화점과 문화체험, 유적지 순례 등 다른 영역에서의 소비지출은 그만큼 많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 보니 해외 관광객의 방한 기한은 여름에 편중돼 있다. 휴가철에만 한국을 찾는다는 이야기다. 연간 고른 관광객 분포를 보이는 일본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 관광객의 재방문율도 떨어졌다. 2016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방문객 중 38.6%만이 2회 이상 한국을 방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관광정책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쉼표가 있는 삶, 사람이 있는 관광’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관광정책 차별화를 선언했다. 7월 11일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제2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는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강원도 평창을 겨울·스포츠 관광 거점으로 육성한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개최시설 활용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았다.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된 K-팝이나 의료관광의 인기도 정책적인 뒷받침 없이는 독자적인 ‘산업’으로 생명력을 오래 유지하기 어렵다. 한국의 국가 브랜드 제고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관광 한국의 ‘십년지대계(十年之大計)’를 다시 한 번 고민할 때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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