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와하타 유카(桑畑優香) 와세다대 문학부 학사, 대한민국 정부 장학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 유학, 전 아사히TV PD, 한류 전문 기고가 활동.
구와하타 유카(桑畑優香)
와세다대 문학부 학사, 대한민국 정부 장학생으로 서울대 정치학과 유학, 전 아사히TV PD, 한류 전문 기고가 활동.

올해 2월, 일본 주간지 ‘겐다이(現代)비즈니스’에 CJ ENM의 ‘프로듀스’ 시리즈를 분석한 기사가 실렸다. ‘AKB48(포티에이트) 그룹, 한류 진출의 앞을 가로막은 높은 벽’이라는 제목으로 일본의 한류 연구가인 구와하타 유카(桑畑優香) 작가가 쓴 것이었다. 유카 작가는 “지난해 ‘워너원(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해 데뷔한 아이돌)’이 사회 현상을 일으켰다”면서 프로듀스101 시즌2를 통한 한정된 기간 내 활동, 소속사 간 경계 없는 협업 등 워너원의 인기 요인을 자세히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기사에서 “AKB48의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한국을 아시아의 다음 거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면서 “한국에 일본의 아이돌 문화를 전파하고, AKB48가 세계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반년이 지난 지금, 프로듀스48를 통해 선발된 9명의 한국인 연습생과 3명의 일본 AKB48 소속 연예인으로 꾸려진 걸그룹 ‘아이즈원’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프로듀스48는 지난 6~8월 한국의 케이블 채널인 ‘엠넷’과 일본의 케이블 채널인 ‘BS스카파’에서 동시 방영됐다. 아이즈원의 데뷔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에 이뤄진다. 한국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후 해외로 나가는 기존 한류 스타의 궤적과는 다르다.

유카 작가는 이 같은 특징을 “프로듀스48는 연습생이 성장하고 그룹이 탄생하는 과정을 케이블TV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줬다”면서 “과거와 달리 밑에서부터 퍼져나가는 한류”라고 설명했다. 그는 9월 3일 ‘이코노미조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프로듀스48의 일본 진출은 NHK를 통해 나왔던 ‘욘사마’나 일본의 대형 연예기획사 AVEX와 협력한 ‘빅뱅’처럼 한국에서 어느 정도 완성된 아이템을 일본 대형 기획사를 통해 ‘위에서부터’ 내보내던 방식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AKB48의 한국 프로듀스48 출연이 일본 대중문화 산업에 갖는 의미는.
“프로듀스48는 AKS(AKB48의 기획사)와 일본의 대중문화 산업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가르쳤다. 일본 대중문화 산업은 옛날식 홍보 방식을 취하고 있다. AKB48만 봐도 ‘전용 극장’ ‘CD 판매’ ‘악수회’ ‘공중파 방송에서 홍보’ 등 기존 스타일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반면 프로듀스48는 케이블TV 채널과 인터넷을 활용해 한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팬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앞으로 일본에서도 이 같은 방법을 배우려는 연예기획사나 방송국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또 그간 한국에서 금기시해 왔던, 일본 연예인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이번 방송을 계기로 일본 연예인들이 한국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 같다.”

이번 방송이 AKB48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인기가 떨어지던 AKB48 그룹이 새롭게 주목받는 계기가 됐다. 10년 전쯤 AKB 붐이 일어났을 때 ‘커서 AKB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초등학교 여학생이 고등학생이 된 지금, AKB48의 라이벌인 ‘노기자카46(乃木坂46)’와 ‘케야키자카46(欅坂46)’ 그리고 K팝 아이돌을 동경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일본에는 혐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은 상황이어서, K팝과 연계했을 때 발생할 ‘노이즈 마케팅’을 노렸을 수도 있겠다. 처음에는 이 프로그램이 한·일 양국에서 비난받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정작 프로그램을 보니 스포츠 경기처럼 감동적이었다.”

일본 현지에서 체감하는 프로듀스48의 인기는.
“대중적 인기로는 한국에서보다 덜할지 모른다. 올해 3월 총무성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 케이블TV 가입률이 한국보다 낮다. TV로 본방송을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것 같다. 대신 10~20대 여성 K팝 팬이 유튜브에서 영상을 보고 그 감상을 SNS에 올려 확산시켰다. 아주 많은 사람이 프로듀스48를 보지는 않아도, 적어도 챙겨 보는 사람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지상파TV나 스포츠 신문 보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K팝 전문 인터넷 매체들은 매 회차가 방영될 때 프로그램의 진행 상황을 알리는 기사를 냈다.”


프로듀스48는 AKB48의 일본 내 팬층, 네트워크 등을 활용해 일본 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을 취했다. 제작진의 전략대로 AKB48 팬이 프로듀스48의 팬이 됐나.
“그렇다. AKB48의 팬은 프로듀스48를 보고 프로듀스48의 팬이 됐다. 프로듀스48의 팬층은 크게 AKB48 그룹 팬과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 여성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 등 기존 K팝 팬,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지난해 7월 일본의 메신저 앱 ‘라인’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AKB48 그룹 팬은 남성이 58%, 30~60대가 83%였다. 반대로 트와이스 팬은 여성이 66%, 연령대는 10~20대가 61%였다. 이 두 부류가 프로듀스48의 팬층이다. 참고로 지금까지 AKB48와 K팝 팬은 서로 ‘클래식 마니아’와 ‘록 마니아’처럼 다른 세계에 살면서 서로를 알려고 하지 않았다.”

K팝의 저력은 무엇일까. 일본 문화와 합쳐졌을 때 어떤 시너지를 낼까.
“K팝 가수는 완벽한 춤과 노래로 일본 사람을 매료시킨다. 반면 일본 가수는 자연스러운 매력이 있다. 사실 한국 아이돌은 다들 완벽하다 보니 오히려 개성 없어 보이기도 해서 아쉬운데, 한·일 두 나라 문화가 섞이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유형의 아이돌이 탄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진정한 저력은 제작진의 대단한 기획력이다. 프로듀스48의 경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오디션을 열어 이목을 끌고, 기간이 한정된 아이돌 그룹의 활동이라는 점으로 팬들의 심리를 기가 막히게 흔들었다. 또 동영상 저작권을 열어 유튜브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만드는 점이 일본과 결정적으로 다르다. 일본 연예계는 저작권을 극도로 지키는 일종의 ‘갈라파고스’다. 일본의 유명 연예기획사 ‘쟈니스’는 인터넷으로 동영상이나 사진을 확산시키지 않고, AKB48도 인터넷이 아니라 콘서트를 중요시한다. 이는 한국에서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스타일일 것이다. 일본은 K팝에서 배울 게 많다.”

프로듀스48의 한·일 교류 사례가 시사하는 점은.
“일본에서는 ‘전례가 없으니까’나 ‘혐한 감정이 있으니까’라고 주저하며 처음부터 한국과 교류를 시도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프로듀스48도 처음에는 일본 음악 관계자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카메라에 담기지 않은 양국의 갈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프로듀스48가 알려준 것은 한국과 일본이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과 인연을 가진 일본 정치가나 기업인이 보면 좋을 뛰어난 프로그램이다.”

이민아 기자, 이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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