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실장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실장

“관료들이 정부와 대통령의 판단을 흐려 놓고 있다.” 8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동 사무실에서 만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올바른 정책을 펴고 때론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조언해야 하지만 이런 역할은 수행하지 않고 끊임없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들만의 논리로 권력자와 국민을 오도(誤導)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관료들의 본질적 한계로는 조직과 자신의 사적 이해를 공익보다 중심에 두는 보신주의적 행태를 폐단으로 꼽았다. 그는 관료들이 국민을 위한 법과 제도를 계속 추진해 신뢰회복에 힘써 달라고도 요구했다.

김 대표는 1996년 흥국생명에 입사해 10년간 이 회사에 재직한 후 2006년부터는 금융소비자단체에서 활동해온 시민활동가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금융산업과 금융사의 업무를 통제하고 있다. 현 체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IMF 외환위기 전에는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의 전신)가 모든 금융 정책을 주관했고 감독권도 은행감독원, 보험감독원, 증권감독원으로 나눠서 운영됐다. 그러던 것을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 기능을 떼어내 금융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은행, 보험, 증권감독원을 모두 합쳐 통합 금융감독원을 만들었다. 처음에 금감원과 금융위를 별도로 둔 이유는 정책과 감독을 분리해 서로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다. 정책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를 풀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감독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로 재경부 출신 공무원이 금융위원장이 되고 금감원장에는 금융위원장보다 행정고시 후배인 재경부 출신 차관급 인사가 가면서 금감원의 독립적 기능이 사라지고 금융위의 하부기관이 됐다. 결국 금감원이 금융사를 독립적으로 감독할 권한이 없어졌다. 감독 기능이란 정책을 견제하는 것인데, 그 기능이 사라진 것이다.”

금융관료의 정책이나 논리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금융관료가 잘못된 자신들만의 사상을 만들어 이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큰 폐해다. 예를 들어 관료가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같은) 인터넷은행을 만들면 고용이 창출되고 핀테크 산업이 발전한다는 주장을 하는데 이게 대표적인 사례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신규 고용을 만들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터넷은행은 비대면거래를 하기 때문에 은행원이 필요 없고 일반 은행도 인터넷은행과 경쟁하기 위해 비대면거래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은행원을 구조조정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료는 인터넷은행이 고용을 창출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이야기해왔다. 인터넷은행의 출범으로 오히려 고용이 주는데, 반대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관료는 인터넷은행의 자본금을 더 늘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 산업자본(금융사가 아닌 일반 기업)이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더 많이 가지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도 최근에 이런 규제 완화 주장에 동조하는데, 관료가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로 문 대통령의 귀와 눈을 가리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금융관료가 금융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경우도 많다. 그들의 논리가 잘못됐다고 보는 근본적인 이유는 뭔가.
“어떤 정책이든 양면성과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회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어서 종합적인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정책이다. 하지만 관료는 금융산업의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권력을 믿고 본인들만이 금융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깃발을 들고 대중에게 따라오라는 식으로 정책을 만든다. 또 대중이 안 따라오면 권력자인 대통령, 아니면 국회의원에게 자신들의 논리를 따르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폐쇄적 행태가 문제다.”

국민이 금융관료를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금융관료의 보신주의가 큰 이유다. 예를 들어 검찰이 신입 행원 채용 비리 혐의로 기소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경우, 금감원은 징계하지 않고 있다. 징계를 안 하는 건 감사원이 은행법에 따라 징계하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라고 금감원에서는 주장한다. 최소 1심판결을 보고 징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원이 요구한 것은 모호한 은행법 규정으로 징계하지 말라는 것이고 명확한 규정을 만들어 징계하라는 것인데, 징계 규정을 안 만들고 아예 징계하지 않는 것이다.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다. 채용 비리는 금감원이 은행을 검사해서 검찰에 이첩한 사건이기 때문에 금감원에서도 그 심각성을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런 사건을 검찰이 기소까지 했는데 정작 자신들은 제재권과 징계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채용 비리 혐의자인 하나은행장은 아직도 은행에서 월급 받아 변호사 비용으로 사용한다.”

보신주의가 실제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끼친 경우가 있나.
“공매도제도가 대표적이다. 삼성증권 사태 이후 공매도제도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강해졌는데 금융 당국은 시장 시스템을 교란하는 부분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방치하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낸 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해당 주식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인데,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경우 시세차익을 노리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공매도제도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지만 금융위원회는 주식시장의 효율성과 유동성을 높이고 주식 거래의 위험분산(헤지)이라는 순기능도 있다며 제도를 유지해왔다.

삼성증권은 지난 4월 자사 직원에게 있지도 않은 주식을 우리사주계좌로 배당했고, 이를 받은 일부 직원이 시장에 주식을 팔면서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다. 삼성증권 직원이 있지도 않은 주식을 내다판 것을 일부 투자자가 공매도의 일종이라고 생각해 제도 폐지 주장이 더욱 강해졌다.

금융관료가 어떻게 해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나.
“집단소송제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등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법안을 관료가 고민하고 발의해줘야 한다. 지금은 이런 제도적 개선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전직 관료가 금융사 감사로 가고, 어느 날에는 사장으로 영입되는 것만 보인다. 얼마나 배신감을 느끼겠나.”

집단소송제는 판결의 효력이 소송 당사자뿐 아니라 피해자 전체에게 적용되는 제도며 징벌적손해배상제도는 기업이 불법 행위를 통해 영리적 이익을 얻은 경우 이익보다 훨씬 더 큰 금액을 손해배상액이나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로,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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