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제 17·18·20대 국회의원 (서울 강남구 갑),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국장, 재정경제원 금융제도담당관, 행정고시 17회

이종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 제 17·18·20대 국회의원 (서울 강남구 갑),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 국장, 재정경제원 금융제도담당관, 행정고시 17회

한국은행이 2분기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9월 4일 오후,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기획재정위원회)을 만나기 위해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찾았다. 이날 발표는 실망스러웠다. 한국의 2분기(4~6월) 경제성장률은 0.6%를 기록했다. 3대 투자지표(설비·운송·건설)는 2012년 2분기 이후 6년 만에 모두 역(-)성장했고 민간소비는 0% 성장에 그쳤다. 내수의 두 축인 소비, 투자 모두 악화된 것이다.

의원실에서 만난 이종구 의원은 둘둘 말아 꼬깃꼬깃해진 조선일보를 집어 들며 “제조업부터 4차산업까지 중국의 추격을 받고 있는 위급한 상황에서 청와대는 경제 정책을 잘 풀어나갈 생각은 않고 반기업적 정서만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신문 1면에 노무현 정부 때 경제 정책을 총괄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문재인 정부의 독선적 경제 정책 기조를 비판하는 내용의 인터뷰가 실려 있었다.

이 의원은 “한국 속담에 ‘꿩을 잡는 게 매(방법이 어떻든지 목적을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라는 말이 있다”며 “청와대가 할 일은 이 속담처럼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진짜 전문가(매)를 영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 관료들은 땅에 납작 엎드려 청와대 눈치만 보며 ‘복지안동(伏地眼動)’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부처 일에 시시콜콜 간섭하고, 자기 입맛에 맞지 않다고 소신을 갖고 일하는 사람(통계청장)의 옷을 벗기니 그런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행시 17회로 옛 재무부와 재정경제원 시절 실무요직을 거쳤고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에 재직하면서 이헌재 전 부총리와 국내 금융 구조조정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이 의원은 금융감독원 감사를 끝으로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노무현 정부 때 17대 국회의원에 출마, 강남갑에서 당선됐다. 2004년 ‘신세대 저격수’로 의원 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2018년 구레나룻이 희끗희끗한 3선의 ‘경제통’ 의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인터뷰 내내 후배들(경제관료)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고 뒤로 물러섰지만, 청와대의 경제 정책 실기를 비판할 때는 두꺼운 안경알 너머 날카로운 눈매가 번뜩였다.


최저임금 인상, 부동산 규제 남발 등 시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청와대가) 실력이 없는데 자꾸 아는 척을 한다. 이렇게 고집을 계속 부리다가는 대한민국 경제가 큰 대가를 치를 것이다. 지금 한국의 제조업은 물론 4차산업까지 중국의 추격을 받는 상황이다. 어떤 식으로든 청와대와 정부·기업이 합을 맞춰서 경제 정책을 잘 풀어나가야 하는데, 대놓고 반(反)기업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하겠나. 부동산 정책도 마찬가지다. 물건에 세금을 매기면 세금만큼 물건값이 오른다는 것은 상식 중 상식이다. 시장 규제는 역효과가 크단 뜻이다. 시장은 근본적으로 자율에 맡겨야 한다. 또 시장을 이해하려면 민간과 접촉해야 하는데, 지금 정권은 공무원이 기업 쪽 사람들 만나는 것을 죄악시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시장의 분위기를 파악해 정책을 낼 수 있겠나.”

문재인 정부에서 행정부가 청와대 하부조직 정도로 축소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은 청와대의 입김이 너무나 세다. 지금 청와대 비서실 인원이 500명에 육박한다(현재 490명). 사공이 많아지니 너도나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미명하에 시시콜콜하게 행정부에 간섭을 한다. 게다가 청와대가 부처의 세부적인 인사까지 쥐고 흔든다. 그렇다 보니 공무원들 사이에는 현 정부하에서는 소신을 갖고 일을 하면 옷을 벗어야 한다는 기류가 생겼다. 국장까지는 올라가야 정책을 펼 텐데, 지금 공무원들은 그 자리까지 오르기도 쉽지 않다고 느끼는 것 같다. 최근 통계청장이 경질되지 않았나. 지난번 통계청 발표는 틀린 게 없다. 가계소득이라는 것이 빤하다. 상위 20%와 하위계층 20%의 소득을 비교해 봤더니 하위 20%의 근로·사업소득은 마이너스이고, 이전소득(연금 보조금 등 대체소득)만 플러스이며, 상위와 하위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고 전했다. 있는 그대로 발표했는데 청장이 교체됐다. 그걸 본 공무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나.”

청와대 코드를 맞추느라 눈치만 보고 있다는 뜻인가.
“요즘 관료의 행태를 보고 ‘복지안동’이라고 한다. 움직이지 않고 배 깔고 누워서 눈(眼)만 굴린다는 뜻이다. 옛날에는 공무원 행태를 두고 ‘복지부동’이라고 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단 뜻이다. 이전까지 보수정권에 길들어 있다가, 갑자기 좌파 정권으로 넘어가니 눈치를 심하게 보고 있다. 위축돼 있다는 뜻이다. 요즘 정부 분위기를 보면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하다. 청와대가 부처를 압박하는 수위는 물론이고 낙하산 인사 수준도 심하다. 2016년 촛불 시위 때 문재인 후보가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 당시 문 후보 캠프에는 이른바 ‘한 자리’를 노리고 줄을 대는 인사들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10년 야당이었던 민주당은 자본도 인재도 부족한 상태였다. 문 후보 캠프는 이런 인사들의 물밑 지원을 모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이 때문에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에 신세 진 사람들에게 한 자리씩 나눠줘야 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문 후보 캠프 출신의 검증이 되지 않은 인사들이 정부 부처 공공기관 낙하산으로 대거 내려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관료의 힘을 살릴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나는 관료 출신이지만, 그렇다고 장관은 반드시 관료 출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꿩을 잡는 게 매’라는 속담이 있지 않나. 대한민국 경제가 잘 굴러가도록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장관이 되든 상관없다. 문제는 현 정권이 기용한 인사들이 제대로 된 ‘매’가 아니란 점이다. 이들은 대한민국 경제는 물론이고, 경제 부처 조직조차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 나는 문 대통령이 현재 민노총·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출신 사람들로 인재 풀을 한정하는 것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라고 본다. 시민단체 출신들은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것은 잘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 약하다. 더욱이 이들은 지난 10년 동안 정부 관료들과 날을 세웠다. 관료에 대한 시민단체의 적대감이 상당하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보고를 해도 들은 척도 않고, 적대감만 드러내는 윗선과 무슨 일할 맛이 나겠는가. 대통령은 더 다양한 인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사의설까지 나오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그만두지 않을 것이다. 내가 볼 때 그는 문재인 코드에 맞추는 전형적 (넙치관료형) 사람이다. 현실 경제가 잘못됐다고, 그것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청와대에 이야기할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부총리가 옛날처럼 청와대에 각을 세우고 싸워서 바로잡기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언론에서는 장하성 실장과 불협화음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그렇게 포장이 되는 것이지 실제는 한통속이라고 본다. 아마 연말이 되면 장하성 경제수석과 김동연 부총리가 정책 실기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될 것이다.”

과거 한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젊고 강하며 능력 있는 관료 조직이 있었다는 보고서도 있다.
“옛날에는 토요일에도 과천(정부종합청사) 하늘의 저무는 해를 보면서 퇴근했다. 평일에는 노상 새벽 1시에 퇴근했다.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옛날 같은 분위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 (후배들을 변호하자면) 일단 지금 공무원들은 얼이 빠져 있을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10년 동안 우파 경제학에 단련이 돼 있었는데 갑자기 소득주도 성장이니 하며 좌파 경제학 중심으로 일을 하라고 하니 아마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것이다. 공무원이 무슨 영혼이 있나. 세종시로 청사를 옮기고 나서 오후 6시가 되면 퇴근 열차에 오르기도 바쁠 것이다. 공무원들을 너무 몰아붙이기만 해서는 안 된다.”

김명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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