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기업에 10억달러를 투자한 억만장자들. 사진 블룸버그
청정에너지 기업에 10억달러를 투자한 억만장자들. 사진 블룸버그

부호(富豪)의 삶은 자산을 쌓은 전반전과 그 돈으로 다른 산업을 키우는 후반전으로 크게 나뉜다. 세계 최고 억만장자들은 지금 어떤 산업을 주목하고 있을까. 2016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설립한 청정에너지 관련 투자회사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BEV)’를 보면 답을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위험이 큰 신기술에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를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투자를 받는 기업은 에너지 생산과 저장·이동, 효율성 증대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자,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창업자, 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孫正義) 사장,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창업자 등 IT(정보기술) 업계 거물들과 영국의 항공·여행 기업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등 20여 명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이들 억만장자 20명의 자산총액만 1700억달러(약 200조원)에 달한다.

이 벤처 회사의 대표를 맡은 빌 게이츠는 “BEV의 목표는 믿을 만하고 비용이 합리적이면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차세대 에너지가 세상에 보급되도록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BEV는 지난 7월 폼에너지(Form Energy)와 퀴드넷에너지(Quidnet Energy)라는 에너지 저장장치 기업에 각각 900만달러와 64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세계적인 IT 거물들이 재생에너지 등 새로운 청정에너지 개발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기본적으로는 기후변화가 ‘위협’이라고 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는 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과학계에 따르면 앞으로 지구 평균온도가 2도만 올라도 지구 생태계는 회복 불능 상태에 이른다. 영국 기상청은 2015년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보다 1도 이상 올랐다고 발표했다.

이상기후의 주범은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다. 지구의 CO₂ 수치는 1950년을 기점으로 60년째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고 있다. 게이츠는 “기후변화는 곧 식물의 멸종”이라며 “화석연료 에너지 사용이 계속되면 인류는 식량 고갈로 결국 멸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를 포함한 억만장자들은 과거 IT가 세상을 바꿨듯 에너지가 미래를 뒤흔들 것으로 보고 있다. BEV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청정에너지 관련 기업 40여 곳에 투자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에너지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4월 자체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구글은 지난해 말 기준 소비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전 세계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기 위해 풍력, 태양광 개발 업체들과 연간 약 3(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 구매 계약을 맺었다.

애플, 구글처럼 필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기업은 꾸준히 늘고 있다. ‘RE 100(Renewable Energy 100)’은 필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기업 집단을 의미하는데, 현재까지 애플, 구글, 페이스북, BMW, GM, 이베이, 이케아 등 137개 기업이 RE 100에 가입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기후변화 대응에 선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동아시아 전자 업계 최초로 재생에너지 사용 목표를 밝혔다. 2020년까지 중국과 유럽, 미국에 있는 모든 삼성 공장에서 사용되는 전력을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2020년까지 삼성전자의 주요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지역에 6만3000㎡ 규모의 태양광·지열 발전 시설을 설치하고, 자체적인 재생 가능 에너지 비중을 늘린다고 밝혔다.


2020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 4000조원

전 세계 자금은 친환경에너지 산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세계적인 투자 기관들이 화석연료를 모델로 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2016년부터 석탄 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증시의 FTSE 지수는 같은 해 엑손모빌, 리오틴토 등 화석연료 기업을 퇴출하고 전기차 업체 테슬라, 풍력발전 업체 베스타스 등 친환경 기업을 지수에 편입시켰다. 세계은행(WB)은 내년부터 화석연료를 통한 개발 사업에는 돈을 빌려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친환경에너지 산업에 투자함으로써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도 주목받고 있다. 선진국이 개도국에 기술과 자본을 투자해 숲을 조성하거나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등 온실가스 감축 사업을 벌이고, 그 실적만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집행위원회로부터 탄소배출권을 받는 사업이다.

지난 1월 기준 유럽·미국 등 전 세계 160개국의 참여로 7791개 사업이 등록됐다. 이 중 중국이 3700여 개 사업으로 약 5억9600만t의 CO₂ 예상 감축량을 확보했다. 세계은행은 2020년엔 전 세계 탄소배출권 시장이 3조5000억달러(약 4000조원) 규모에 이르러 석유 시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CO₂ 감축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파리기후변화협정을 통해 ‘2030년까지 CO₂ 배출량을 2005년 대비 65% 줄인다’는 목표를 밝히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난해 12월 개장한 중국 탄소배출권 시장은 세계 최대 규모로, 예상되는 연간 거래량만 약 30억t에 달한다. 중국은 지난해 석탄 발전소 100개를 짓겠다던 종전의 계획을 폐기하는가 하면, 2020년까지 친환경에너지 산업에 약 400조원(약 3610억달러)을 투입하겠다는 자금 지원 계획을 내놨다.

기후변화 대응에서 가장 선진적인 국가로 평가받는 영국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20%로 줄이겠다고 선언하고 발전, 수송 등 부문별 감축 정책을 펼치고 있다. 독일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의 10~20%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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