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태블릿 PC와 연결된 수면안대를 통해 수면 패턴을 분석하는 ‘슬립테크’ 제품을 이용해 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한 여성이 태블릿 PC와 연결된 수면안대를 통해 수면 패턴을 분석하는 ‘슬립테크’ 제품을 이용해 보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그늘이 있으면 어딘가는 빛도 있게 마련이다. 모두를 지치게 한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도 매출이 늘어 표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은 이들도 있다. 폭염의 숨은 수혜 산업을 소개한다. 기상 전문가의 우려대로 폭염이 뉴노멀(New normal·일상화)이 되면 유망한 투자처가 될 가능성이 있는 분야다.

건축 업계에서는 차열 페인트, 차열 유리, 차열 아스팔트 등 여름철 태양열을 차단해주는 차열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열을 차단하는 단열과 달리 열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하는 것이 차열 제품의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차열 페인트는 건물 표면 온도를 30~40도가량 낮추고, 실내온도는 3~5도까지 낮출 수 있다. 차열 페인트 매출의 80~90%는 6~8월에 발생한다.

단열필름, 단열유리 등 단열 건축자재도 수요가 늘었다. 이들 건축자재는 건축물의 불필요한 열손실을 막아주기 때문에 겨울철에 많이 사용되지만, 여름철에는 외부의 뜨거운 열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토털 인테리어 솔루션 기업 한화L&C의 ‘한화솔라필름’은 6~7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50% 가까이 급증했다. 이 제품은 창유리에 부착하는 시트 형태의 단열필름이다. 태양열 차단으로 냉방비를 절약하는 데 효과적인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2014년 출시 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내 건축자재는 냉방효율 극대화 흐름이 뚜렷하다. 아파트 현관과 거실 사이의 중문이 옵션 품목에서 기본 품목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냉기 유출과 열기 유입을 막는 기능 덕분이다. 중소형 아파트를 넓게 쓸 수 있는 발코니 확장은 줄어드는 추세다.

도심 열섬현상을 가속하는 아스팔트의 노면 온도를 낮추는 차열도료와 투수(透水)블록도 인기다. 대구시 등이 아스팔트 시범시공 때 적용한 차열도료가 다른 지자체로 확산되고 있다. 업계는 내구성을 높이고 눈부심을 줄인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대형 건물의 냉방 공조 분야에서는 전기 대신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가스냉방’이 주목받고 있다. 여름철 전력 위기와 같은 비상사태에 안정적인 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이다. 가스냉방기는 에어컨과 달리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가스냉방기를 통해 식힌 물이나 냉매를 순환시켜 건물 온도를 낮추는 원리다. 겨울철에는 난방기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가스냉난방은 전기냉방과 가스난방을 섞어 사용하는 것보다 설치비와 운영비가 13~20% 정도 저렴하다. 가스냉방기 설치 비용은 한국에너지공단이 연 1.50~1.75%의 저리로 전액 융자해준다. 기업이 구매할 땐 한국가스공사에서 장려금을 지원하고, 최대 6%의 소득세 및 법인세 공제 혜택을 준다.

업계 관계자는 “가정용 에어컨 시장과 달리 공조 업계는 단기적인 날씨 변화에 따라 수요가 좌우되진 않지만 여름이 길어지고 폭염 발생이 잦아지기 때문에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고도화와 고효율∙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축자재는 냉방효율 중시 흐름 뚜렷

연일 계속되는 땡볕 속에 태양광 발전량도 늘었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올 7월까지 시 산하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4개소 발전량을 모니터링한 결과, 일조량 증가로 지난 7월 태양광 발전량이 전년 동월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발전 시간은 1일 평균 1.07시간 늘었다. 통상적으로 태양광 발전량은 5·6월 피크를 기록한 후 장마가 시작되는 7월 큰 폭으로 감소하지만, 올해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7월에도 일조량이 증가해 전력 생산이 전년보다 늘어났다.

폭염 속 ‘불면의 밤’이 연일 계속되면서 수면 산업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수면 산업’에는 불면증 치료나 관련 보조식품, 베개·이불 등 침구류와 수면 보조 기기, 수면 공간 제공 사업 등이 포함된다. 미국의 수면 산업 규모는 20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약 2조원 규모로 미국보다 훨씬 작지만 해마다 빠르게 성장 중이다. 수면 산업 박람회가 서울과 부산에서 성황리에 열렸고, 침구 업계와 ‘슬립테크’ 기업이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으며 성업 중이다.

2015년 처음 등장한 수면 카페 분야의 업계 1위 ‘미스터힐링’은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2년 만에 107호점을 열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여름용 침구류 판매도 급증했다. 지난 4~6월 진행된 AK몰의 ‘여름 구스 침구 기획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넘게 늘었다.

최근에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꿀잠’을 돕는 슬립테크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이스라엘의 사물인터넷(IoT) 기반 헬스케어 벤처기업 얼리센스에 2000만달러(약 220억원)를 투자해 숙면을 돕는 IoT 솔루션 ‘슬립센스’를 공동 개발했다. 1㎝ 두께의 얇고 납작한 원형 형태의 슬립센스를 매트리스 밑에 두면 수면 중의 맥박, 호흡, 수면 주기,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숙면을 위한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한다.

무더위 속에 야외활동 대신 집 안에 머무는 ‘방콕족’이 늘면서 음식 배달 서비스와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업계도 톡톡히 재미를 봤다.

배달대행 업체 ‘바로고’의 지난 7월 전체 콜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4% 증가했다. 지난해 7월 165만 건이던 콜이 올해 같은 기간 270만 건으로 폭증했다. 서울 한낮 기온이 40도까지 치솟았던 8월 1일에는 평일임에도 9만3000콜을 기록했다. 기존에 주말 최고 수준 주문량이다.

배달 앱 ‘요기요’의 경우 서울 낮 최고기온이 38도에 달했던 7월 22일, 주문 건수가 2주 전과 비교해 21%나 늘었다. 서울 낮 최고기온이 38.3도를 기록한 31일 주문도 전주보다 10% 증가했다.

‘안방극장’인 VOD 서비스 이용률도 급증했다. LG유플러스의 IPTV 서비스 ‘U+tv’를 통한 올여름 VOD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7월 유료 VOD 구매자 수는 전월 대비 5% 올라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도심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가 인기를 끌면서 서울 시내 호텔들도 모처럼 여름 비수기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대부분 특급호텔이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90%가 넘는 객실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은 지난 7월 중순부터 약 한 달 동안 대부분 만실을 기록했다. 레스토랑과 로비 카페 등에 줄을 서서 대기하다 입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도 7·8월 객실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10%씩 상승했다.

4개 호텔로 구성돼 서울에서 최대 객실인 1700여 개 객실을 보유한 서울드래곤시티도 객실이 동났다. 7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이비스 앰배서더 서울 용산은 객실 점유율이 95%를 넘어서며 개장 이후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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