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 호리바제작소 본사에 있는 자동차 배출가스 시험 연구소의 로고. 사진 블룸버그
교토 호리바제작소 본사에 있는 자동차 배출가스 시험 연구소의 로고. 사진 블룸버그

“일본의 배기가스 측정 장치 제조사가 ‘위대한(mighty)’ 폴크스바겐을 꺾어버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2015년 독일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 보도에서 교토의 강소기업  ‘호리바제작소(堀場製作所)’를 이렇게 소개했다. 폴크스바겐의 부정 행위를 처음 지적한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 산하의 연구소가 호리바제작소의 배기가스 측정장치를 실험에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유해물질이 적게 나와 ‘클린 디젤’이라 불리던 폴크스바겐의 디젤 엔진 차량에 이 회사 측정기를 달고 도로를 주행하자,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질소산화물(NOx)이 검출됐다.

이 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미국 환경보호국(EPA)은 폴크스바겐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결국 EPA는 폴크스바겐의 디젤 차량에 배기가스 조작이 있었음을 밝혀냈다. EPA가 이때 썼던 계측 장비도 호리바제작소의 것이었다. 호리바제작소의 제품들은 폴크스바겐의 조작을 밝혀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든 ‘디젤 게이트’의 문을 열었다.

1953년 설립된 호리바제작소는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장치 분야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70%에 달한다. 창업주 고(故) 호리바 마사오(堀場雅夫) 최고고문이 1945년 교토대 물리학과 재학 중에 창업한 호리바 무선연구소가 전신이다. 창업주 호리바 최고고문에게는 ‘벤처 대부’라는 별명이 있다. 벤처 토양이 척박했던 전후 일본에서 우뚝 선 기업인이기 때문이다.

호리바제작소는 1953년 창업 후 단 한 번의 적자 없이 60년 넘게 흑자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일본의 경제 위기도 거뜬히 버텨냈다. 올해 6월 말 기준 영업이익은 140억5700만엔(약 142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증가했다.

호리바제작소는 독특한 기업 문화로도 유명하다. 호리바 최고고문이 1974년 내걸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는 ‘재미있고 즐겁게(Fun & joy)’란 사훈이 그 중심에 있다. ‘일을 즐긴다’는 개념은 1970년대의 보편적인 가치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에 호리바제작소의 임원들조차 사장을 좀 유별난 사람으로 봤다. 호리바 최고고문은 이 사훈을 격렬히 반대하는 임원들에게 “일은 원래 즐거운 것”이라며 “직원이 즐거울수록 회사는 성장한다”고 말하며 밀어붙였다.

호리바제작소의 재미있고 즐겁게 일하자는 사훈 덕에 탄생한 것이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장치다. 호리바제작소는 1960년대엔 폐를 비롯한 인체에서 나오는 가스 측정장치를 만들던 회사였다. 그러던 중 일본 정부가 호리바제작소에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호리바는 “인체를 측정하는 장비로 자동차를 측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

하지만 당시 호리바제작소의 한 연구원은 그가 모르게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를 만들었다. 이후 호리바 최고고문이 이를 알고 연구원을 크게 꾸짖자 그는 “재밌어 보이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한 연구원이 재미로 만든 자동차 배기가스 측정기는 호리바제작소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성장했다. 현재 호리바제작소는 자동차, 의료기기, 반도체 등 여러 분야의 분석·계측 기기를 전 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이민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