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지 오사무 삼코 회장
쓰지 오사무 삼코 회장

“처음부터 창업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고부가가치 반도체 장비 부품 전문 제조 기업인 삼코 창업자 쓰지 오사무(辻理)는 2005년 오사카 대학 대학원 초청강연에서 이렇게 운을 뗐다. 20대의 쓰지는 전형적인 모범생이었다. 명문 사립대인 리츠메이칸대를 1965년 졸업한 후 교토대 대학원에서 공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 쓴 연구논문으로 미항공우주국(NASA)에 발탁된 천재였다.

미국 생활 3년 후 고향으로 돌아와서는 방황했다. 프랑스 술인 브랜디를 수입 판매하기도 하고, 학원도 열었지만 신통치않았다. 1979년 교토 시내 허름한 선술집 근처 차고를 빌렸다. 당시 임대료는 월 1만2000엔(약 12만원). 이 차고에서 글로우 방전을 이용한 실리콘 박막 장치를 개발해냈다.

그러나 판로 개척이 힘들었다. 기술이 뛰어나도 일본에서는 대기업과 거래실적이 없으면 납품을 거절당했다. 해외로 눈을 돌렸다. 거래처 은행 사무실을 빌려 국제 세미나를 열고, 교토대 연구실과 공동 연구한 내용을 국제 학회에 발표했다. 논문을 본 미국 기업으로부터 첫 수주 전화가 왔다. 일본 기업들로부터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교토의 성공한 창업자들은 공통점이 많다. 괴짜에, 대부분 이공계 기술직 출신이며 자신감이 넘치고 교토 출신이 아니면서 교토에서 창업한 경력을 갖고 있다. 일본에서는 초반에 크게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직접 영업을 한 결과, 인정을 받아 국내에서 대성공을 거뒀다.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稲盛和夫), 일본전산의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 삼코의 쓰지 창업자가 똑같은 길을 걸었다. 무라타제작소의 무라타 아키라(村田昭) 창업자는 일본 기업 최초로 미국 GM에 납품 계약을 따낸 것으로 유명하다.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큰 고비를 돌파해 나갔다.


“불황이라고 지껄일 시간에 일을 해라”

교토식 기업 창업자들이 가진 특유의 반골 정신, 비판적 사고, 적극성은 경영기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일등 말고는 전부 꼴찌다. 불황이라고 지껄일 시간에 일을 해라. 앓는 소리로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 나가모리 일본전산 창업자가 1998년 시바우라 제작소 인수 후 경영정상화 담당 임원에게 팩스로 지시한 내용의 한 대목이다.

나가모리 회장은 스스로도 엄격하게 관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일 5시간만 자고, 술은 마시지 않는다. 1년 중 휴업이라고는 설날 오전뿐이다. 주거래은행을 두지 않고 거래처와도 만나지 않는다. 기업 철학을 들여다보면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 경영합리화는 철저히 하지만 해고는 하지 않는다. 나가모리 회장은 직원이 1000명 정도 될 때까지 새해와 여름휴가 추석 등 매년 세차례 자필로 칭찬하는 편지를 보냈다. 직원 수가 15만명이 넘어간 지금도 간부들에게 자필 편지를 보낸다.

plus point

“못한다고 하지마라”

“못한다고 하지마라. 못한다고 하면, 거기에서 끝난다.”

오므론 창업자인 다테이시 가즈마가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그의 인생은 고난과 도전의 연속이었다. 다테이시 창업자는 구마모토고등 공업학교 전기과 출신이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고교 졸업 후 효고현청 전기 기사로 취업을 했다가 이노우에 전기제작소로 이직했다. 하지만 입사 7년 만인 1929년 세계 대공황이 불어닥쳤다.

희망퇴직한 후 퇴직금을 끌어모아 교토 시내에 가게를 열었다. 자신이 발명한 바지 전용 다리미와 칼 연마기를 판매했다. 오사카까지 자전거를 몰고 나가 방문 판매를 하고, 장날에는 좌판을 열었다.

장사는 그럭저럭 됐다. 하지만 선진 기술에 대한 갈증이 계속됐다. 그는 가게 한편에서 틈틈이 기술을 개발했고, 1932년 오므론의 전신인 다테이시 전기의 첫 제품인 뢴트겐 촬영장치를 만들어냈다. 창업은 오사카에서 했지만, 태평양 전쟁으로 1945년 교토로 본사를 옮겼다. 교토에서 중견 기업으로 기반을 잡았지만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1953년 자동화 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고, 미국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일본의 정보화 시스템 시대를 이끌었다.

김명지 기자, 이정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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