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지아 연세대 경영학과,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LG경제연구원 그린바이오 분야 연구원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임지아 연세대 경영학과,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LG경제연구원 그린바이오 분야 연구원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올해 3월 7일 미국 국립과학원 저널 ‘네이처’에는 세계 농화학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논문 한 편이 실렸다. 중국이 지난 2005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농민 2100만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농업 실험에 관한 것이었다. 작물 생육 환경을 조절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법을 연구한 내용이었다. 한 해를 꼬박 들여 농사를 짓는 업의 특성상 농부는 키우는 작물이나 방식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그런데 2100만명의 농부를 동원한 데다 10년이란 긴 시간을 들였다. 농업에 대한 끈질긴 집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중국 농민들은 쌀, 밀, 옥수수 세 가지 작물을 논밭에 키우면서 생산지의 토질, 기후, 연평균 강수량,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등을 고려해 어떤 품종이 적당한지, 언제쯤 파종하면 좋은지, 파종 밀도는 어느 정도가 좋은지 등을 직접 조사했다.

또 질소 비료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파악하기 위해 파종 후 시기별로 작물이 얼마나 질소 비료를 흡수하는지를 측정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작물의 생장 단계별 질소 비료 사용량 기준을 정했다. 비료가 많이 필요한 시기와 적게 필요한 시기를 구분한 것이다.

지역별 파종 시기와 밀도, 질소 비료 사용량 등을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데 대략 10년이 걸렸다. 이 거대 농업 실험에 핵심 연구자만 중국 전역에서 1150여명이 참여했고, 총 1만3000회의 야외 시험을 진행했다. 452개현에서 2100만명의 농민이 참여했고 동원된 토지 면적은 3770만㏊(약 37만7000㎢)에 달했다. 이는 한반도 넓이(22만㎢)의 1.7배를 뛰어넘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작물 총생산량은 3300만t으로 이전보다 11.5% 늘었고 같은 기간 질소 비료 사용량은 18% 줄어 120만t을 아꼈다. 늘어난 생산량과 절약한 질소 비료를 돈으로 환산하면 122억달러(약 13조원)였다. 토양의 잔류 질소량과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어 환경 보호 효과까지 봤다.

8월 9일 서울 여의도 LG경제연구원 본사에서 만난 임지아 그린바이오(농업) 분야 연구원은 “10년이나 걸린 이 실험은 중국 정부의 농업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는 그 자체”라며 “최근 중국의 농업 굴기가 두려운 것은 바로 국가 주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4월 ‘중국 농업 굴기의 배경과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낸 임 연구원은 “현재 중국의 농업 인프라 수준은 현저하게 낮지만 앞으로 농업을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산업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지난해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를 통해 인수한 스위스 작물보호제 시장 1위·종자 시장 3위 기업 신젠타도 중국 농업의 무기가 될 것이다. 임 연구원을 통해 글로벌 농업시장에서의 중국의 야심에 대해 들어봤다.


중국이 농업에 주목하는 이유가 뭔가.
“1950년대 말 대규모 기근으로 중국에서 3400만명이 아사하는 최악의 사건이 발생했다. 태풍과 홍수까지 일어나는 바람에 농업 생산량은 더욱 떨어져 중국은 1961년까지 대기근을 겪었다. 오랜 기근의 역사를 가진 중국은 식량 안보에 특히 민감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자기 밥그릇을 자기 손으로 받들고 있어야 하는 것은 치국(治國)의 기본 개념이다’라고 한 것만 봐도 식량 안보는 중국 정책의 최우선 과제임을 알 수 있다.

중국은 13차 5개년 계획(2016~2020년)이 마무리되는 2020년(공산당 창당 100주년)에 샤오캉(小康) 사회 완성을 공식 천명할 계획이다. 샤오캉 사회는 모든 국민이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상태로, 물질적으로 안락하며 중앙과 지역 발전 양극화가 일정 부분 해소돼 의식주를 걱정하지 않는 사회를 말한다. 중국은 샤오캉 사회 건설을 위한 10대 임무 중 하나로 ‘농업 현대화’를 꼽았다. 중국 정부는 남은 기간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더욱 주력할 것이다.”

농업 생산성이 낮아진 이유는.
“중국의 자연환경이 가장 큰 원인이다. 중국은 세계인구의 20%를 차지하고 있지만 경지 면적은 세계 경지 가능 면적의 9%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도시화, 환경 오염, 기후 변화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농업의 기계화율은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고 이농 현상도 심각하다. 인구 1만명당 농업 기술 인력 수는 5명으로 미국(80명)과 일본(75명)보다 현저하게 낮다.

중국 정부는 낮은 토지 생산성, 부족한 인프라 탓에 중국 내 생산만으로는 앞으로의 식량 수요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식량 수입과 해외 농장 매입 등을 통해 곡물을 적극적으로 비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연간 소비량의 40~60%에 달하는 식량을 비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유엔이 권고하는 안전한 비축량은 17%).”

중국의 신젠타 인수는 어떤 의미인가.
“일차적인 이유는 식량 안보 차원이라고 보는 게 맞다. 과거 중국 정부의 농업 정책은 작물보호제와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해 작물 수확량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로 수확량은 늘었지만 토양과 수질이 심각하게 오염됐다.

중국이 10년을 투자해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쌀, 밀, 옥수수의 생산량을 늘리는 법을 연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작물보호제와 비료 사용량을 늘리지 않고 수확량을 증가시키는 또 다른 방법은 유전자변형작물(GMO)을 활용하는 것이다. 병충해에 강하고 품질이 우수한 종자를 활용하면 농업 생산성을 대폭 늘릴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식량 안보를 위해 과거 GMO를 허용하지 않던 입장을 최근 적극적인 지원 형태로 선회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젠타는 중국의 야심을 뒷받침해줄 무기가 될 확률이 높다. 중국은 신젠타의 GMO 기술과 지적 재산권 등을 토대로 생명공학 분야에서 리더가 되길 원하고 있다. 그 때문에 중국 농업 굴기의 노력은 단순히 자국의 식량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은 신젠타를 통해 농업을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산업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농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얼마나 걸릴까.
“농업이라는 산업 특성상 단기간 내에 역량을 끌어 올리기가 쉽지 않다. 중국 내 관련 인력·기업·서비스가 부족하고, 특히 기술 영역은 다른 국가보다 훨씬 뒤떨어져 있다. 그런 이유로 중국 정부는 농업 경쟁력이 일정 수준에 오를 때까지 해외 유수 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농업시장이 한국 기업들에도 기회가 될까.
“중국은 자국 산업을 정책적으로 보호하고 빠른 모방 전략으로 중국에 진출한 기업의 기술력을 빠르게 따라잡는다. 이런 이유로 중국은 외국기업들이 신중하게 접근하는 시장이다. 농업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다른 제조업과 비교하면 농업은 경쟁자가 모방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특히 재배 영역은 오랜 경험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핵심 역량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농업 기술력이 낮은 중국이 쉽게 모방하기 어렵다. 중국이 모방하기 어려운 확실한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 될 것이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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