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몬타리오주 브램프턴의 수직농장에서 케일을 재배하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캐나다 몬타리오주 브램프턴의 수직농장에서 케일을 재배하는 모습. 사진 블룸버그

농업엔 10억 명 이상이 종사한다. 고용 규모로 세계 최대 산업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식량 가치는 연간 약 13조달러(약 1경4684조원)나 된다.

첨단기술 시대에 돌입했다고 농업의 위상이 낮아질 리 만무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기후 변화와 물 부족, 급속한 도시화로 인한 경작지 감소, 인구 고령화 등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식량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 인구가 2050년이면 90억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지만 기후 변화와 산업화 등 영향으로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경작지는 계속 줄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2050년까지 70%의 식량 증산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해결책은 인공지능(AI)과 드론,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기술을 결합해 단위 면적당 생산성을 개선하는 것이다. ‘어그테크(AgTech∙Agricultural Technology)’로 불리는 최첨단 농업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프트뱅크, 美 스타트업에 2억달러 투자

전 세계 어그테크 스타트업과 투자자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 어그펀더(Agfunder)와 LG경제연구원의 최근 자료를 보면, 2010년 4억달러에 불과했던 어그테크 투자 규모는 지난해 43억달러(약 4조8600억원)로 10배 이상 늘었다.

한때 불모지로 여겨졌던 농업 분야에 투자가 급증한 것은 구글과 알리바바, 소프트뱅크 등 거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역할이 컸다.

구글벤처스는 지난해 농업 관련 빅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 파머스 비즈니스 네트워크(FBN)와 농업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 업체 그래뉼러에 각각 1500만달러, 1870만달러를 투자했다.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소프트뱅크도 작년 미국 ‘수직농장’ 스타트업 플랜티에 2억달러를 투자했다.

수직농장은 도심 건물 안에서 수경 재배가 가능한 농작물을 키우는 아파트형 농장을 말한다. AI와 IoT 등 첨단기술이 결합된 미래 농업의 꽃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내에서 작물을 키우기 때문에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롭고, 병충해 위험이 적어 제초제와 살충제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계절과 관계없이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고, 도시 소비자에게 빠르고 안전하게 농작물을 공급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수직농장에서는 햇빛 대신 식물재배 전용 LED(발광다이오드)를 천장에 설치해 24시간 쪼이면서 적색·청색 파장대의 빛만 사용한다. 식물이 광합성할 때 적색과 청색 파장의 빛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특정 파장의 빛만 내보내기 때문에 백열등보다 전기에너지를 80% 이상 절약할 수 있다. 생장 속도는 2~3배 빠르다.

또 다른 미국 수직농장 전문 기업 에어로팜은 잎채소를 특수 천에 고정한 채 뿌리에 물과 각종 영양분을 섞은 용액을 분무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전통 농법과 비교해 물 사용량을 최대 99%까지 절약하는 데 성공했다. 분무는 로봇이 맡고 있다.


데이터 분석 위해 인공위성도 활용

수직농장은 사막이 많아 농경지가 절대 부족한 중동 국가에서 특별히 주목받고 있다. 중동 최대 항공사인 에미레이트항공은 지난달 6일(현지시각) 두바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수직농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매일 2.7t의 과일·채소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3.6㎢(900에이커·여의도 면적의 1.3배) 규모의 농장에서 수확하는 농산물의 양과 비슷하다. 땅 넓이만 놓고 보면 수직농장의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1900배 많은 셈이다.

AI가 결합된 로봇과 드론, 무인주행 기술 등도 빠른 속도로 ‘주류’ 농업 기술에 편입되고 있다.

FBN은 농가로부터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작물 종류와 파종·수확 시기 등에 관한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데이터 분석의 정밀도를 높이기 위해 드론과 인공위성 사진까지 접목하고 있다. 드론 센서가 농작물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통해 수확 시기를 파악하는 기술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시앤드스프레이(See&Spray)라는 이름의 AI 상추 로봇은 탑재된 카메라가 비전 인식을 통해 상추 위치를 인식하고, 필요한 만큼 정확히 제초제를 뿌린다. 사람이 직접 뿌릴 때보다 농약 사용량을 90%나 줄일 수 있다.

미국 MIT 미디어랩은 식물 재배에 필요한 주요 환경 요소를 인위적으로 구현해 채소의 미세한 맛과 색감까지 조절하는 ‘푸드 컴퓨터’ 기술을 연구 중이다. 성공할 경우 프랑스 보르도를 비롯한 와인 명산지의 포도를 국내에서 재배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plus point

농업 강국 브라질 이끈 첨단기술의 힘

라질은 축구와 삼바 말고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것이 또 있다. 바로 농축산업이다. 브라질의 지난해 농축산물 수출액은 740억달러(82조1400억원)로 세계 농축산물 시장의 6.9%를 차지했다. 원당(정제 전의 설탕)과 커피, 오렌지주스는 생산과 수출 모두 세계 1위, 대두(콩)의 경우 생산은 세계 2위, 수출은 세계 1위다. 이 밖에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 생산과 수출에서 모두 세계 5위 안에 들어간다.

미국과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 등 주요 농업 대국들은 모두 농업에 유리한 온대기후 지역에 있지만, 브라질은 열대기후 국가로는 처음으로 글로벌 농업 대국 반열에 올라섰다. 경작지를 크게 늘리고 품종 개량과 첨단기술 도입 등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린 결과다.

내륙 세하두(Cerrado·열대초원지대)는 브라질 농업 생산량의 70%를 담당하는 곡창지대지만 본래 농사에 부적합한 땅이었다. 기후가 아프리카의 사바나와 비슷한 데다 강한 산성토여서 양분도 부족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는 세하두의 토양을 중화시키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매년 최대 2500만t의 석회를 쏟아부었다. 이와 함께 세하두 토양에서 잘 자랄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해 보급했다.

첨단기술 접목 등 농업 현대화를 위한 노력도 병행했다. 세계 최대의 민간 대두 생산 업체 아마기그룹의 공동회장을 겸하고 있는 블라이루 마기 브라질 농업부 장관은 ‘이코노미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질에서는 우수한 품종 재배를 위한 생명공학 기술은 물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과 IoT 기술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며 “농장에서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한 통합 관리 시스템을 통해 습도와 바람 등 기후 요인들을 점검하는 건 기본이 된 지 오래”라고 전했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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