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학 한성고, e스포츠팀 NT 매니저, e스포츠 에이전시 ‘IS’ 기획실장, e스포츠 마케팅 에이전시 GNC 대표
김철학 한성고, e스포츠팀 NT 매니저, e스포츠 에이전시 ‘IS’ 기획실장, e스포츠 마케팅 에이전시 GNC 대표

최근 한국e스포츠협회는 전직 협회장의 비리와 대기업 게임단의 탈퇴라는 이중고(二重苦)에 시달렸다.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던 2000년 게임단을 창단하고 ‘e스포츠 올림픽’이라고 불렸던 월드사이버게임즈(WCG)를 개최하는 등 e스포츠 부흥을 주도했던 삼성의 게임단 매각은 특히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한국 e스포츠에 힘이 빠진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던 때에 한국e스포츠협회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e스포츠가 올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선정되면서 국가대표 선발·파견을 위해 협회 역할론이 부각된 것이다. 빡빡한 대한체육회 가맹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협회 전 직원이 뛰었고, 한국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공석인 협회장을 대신해 협회 사무국을 총괄하고 있는 김철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을 7월 31일 서울 상암동 한국e스포츠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어떤 일을 하나.
“2000년 2월 문화체육관광부 인가를 받아 설립된 민간단체다. 당시만 해도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생소하고, e스포츠의 개념 정립조차 안 된 시절이었다. 게이머들은 골프선수처럼 대회에 참석해 상금을 받아 생활을 꾸릴 수 있었다. 협회는 프로게이머 등록제를 운영해 새로운 직업군을 정립하고 이들이 안정적으로 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현재는 선수 등록, 관리 외에 대회를 주최하기도 하고 아마추어 육성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시범 종목으로 채택됐다. 국가대표를 파견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다고 들었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국가대표를 파견하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여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요건 충족 정도에 따라 인정단체→준가맹단체→가맹단체순으로 회원단체를 분류한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2015년 준가맹단체가 됐다. 당시 준가맹단체 충족 요건은 전국 11개 이상의 시·도지회만 있으면 됐다. 또 협회가 e스포츠의 대표단체라는 점을 검증할 만한 사업실적이 있으면 됐다. 그런데 2016년 엘리트 체육을 관장해 온 대한체육회가 생활체육을 이끌었던 국민생활체육회와 통합하면서 가맹단체 요건이 강화됐다. 협회가 대한체육회 산하 9개 시·도체육회(대한체육회의 지방 조직)에 가맹돼 있어야 했다. 어떤 한 시·도체육회에 가맹되려면 다시 산하의 시·군·구체육회 전체 2분의 1 이상에 가맹돼 있어야 한다. 협회가 물리적으로 가맹 요건을 충족하기가 불가능했고, 1년 만에 결격 단체가 돼서 회원단체에서 제명됐다. 다행히 올 초 아시안게임 종목은 시·도체육회 1곳만 가맹되면 되는 것으로 요건이 완화됐다. 협회는 대전체육회를 가맹하는 데 성공해 아시안게임 6개 종목 18명의 선수와 감독을 선발했다. 동아시아 지역 예선을 통해 현재 ‘스타크래프트2’와 ‘리그오브레전드’ 선수들이 본선에 진출한 상태다.”

한국에는 ‘페이커’ 이상혁 선수 같은 걸출한 스타 게이머들이 많다.
“프로게이머가 좋은 팀에 입단해서 좋은 연봉과 좋은 여건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다. 프로게이머가 하나의 직업군으로 안정화되고 있는 것인데, 이런 환경을 보고 그 밑 단계에 있는 선수들이 양성되고 있다. 북미·유럽은 메이저리그나 영국 프리미어리그(EPL)처럼 스포츠 비즈니스가 이상적으로 잘 정착돼 있듯 e스포츠도 비즈니스가 잘 구축돼 있다. 중국은 거대 자본과 시장을 바탕으로 공세를 벌이고 있다. 한국의 경쟁력은 선수다. 우리의 강점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아마추어 선수단부터 시스템화해서 우수한 선수들이 계속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PC방 인프라를 활용해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한국e스포츠협회
한국e스포츠협회가 PC방 인프라를 활용해 아마추어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한국e스포츠협회

아마추어를 육성하기 위해 협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PC방을 e스포츠의 기초 경기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협회는 전국 70여개 PC방을 활용해 매주·매월 정기적으로 대회를 열고 있다. 우수한 동호인과 아마추어 선수를 발굴하고 이들을 각각 동호인, 아마추어 선수로 등록해 관리한다.”

땀 흘리지 않는 게임이 스포츠가 될 수 있냐는 비판도 있다.
“게임은 하는 사람만 재밌으면 된다. 그런데 스포츠는 경기를 보는 사람들이 있고, 보는 사람들이 경기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는 등 관전성이 있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가 출시된 이후 1999년부터 본격적으로 게임방송에서 게임 중계, 해설, 옵저빙(observing·e스포츠 경기 중 방송으로 송출될 화면을 선택해 보여주는 것) 등 보는 사람들이 재미를 느낄 만한 요소들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관전 스포츠로서 e스포츠가 자리잡았다고 본다. 실제로 네이버TV에서 야구·축구·농구 등 다양한 스포츠를 중계하는데, 여기에 e스포츠가 들어가 있다. 클릭 수도 야구 다음으로 많이 나온다.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기 종목 결승전의 경우 여느 스포츠 못지않게 관전자 수가 많다. 관전성뿐 아니라 선수들의 플레이 면에서도 그렇다. 선수들은 e스포츠 경기가 진행되는 약 두 시간 동안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 머리로 빠르게 전략을 잡고, 이를 키보드와 마우스 쓰는 기술을 통해 구현한다.”

한국에 좋은 e스포츠 게이머는 많지만, 좋은 게임은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 트렌드에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어떤 게임사에서 특정 장르로 성공하면, 다른 게임사들도 비슷한 게임 개발에 매달린다. PC게임에서는 주로 역할수행게임(RPG)에 편중됐고, 모바일 게임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서부터는 개발자들이 이쪽으로 다 몰렸다. 그러나 최근 국내 게임사에서 세계적으로 흥행한 ‘배틀그라운드’가 나온 것을 보면 게임 개발 역량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중국이 e스포츠 분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공세를 벌이고 있다.
“중국 정부에서는 아마추어 육성을 많이 한다. 이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도 탄탄하다. 중국에는 등록된 PC방만 14만개가 있다고 한다. 등록 안 된 것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20만개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의 PC방 인프라가 잘돼 있다고 해도 그 숫자는 1만5000개 안팎에 불과하다.”

한국에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여전한데.
“우리가 어렸을 때 축구, 야구를 하면서 소통했던 것처럼 요즘 10대, 20대는 리그오브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를 함께 하면서 소통한다. 함께 즐기지 않으면 ‘왕따’가 된다. e스포츠는 산업적으로도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 게임 산업의 규모는 10조원으로, 전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서 e스포츠 규모만 놓고 보면 1000억원이지만, 전 세계 성장 속도를 봤을 때 이 시장은 곧 1조원이 될 것이다. 이런 게임을 좀 더 올바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한 것이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e스포츠까지 사장시킬 필요는 없다. 정부의 셧다운제(청소년 심야 게임 이용 제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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