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8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개막한다. ‘이코노미조선’은 e스포츠가 처음으로 아시아 스포츠 축제인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에 선정된 것을 계기로 e스포츠에 주목했다. e스포츠 시장에서 신(神)이라 불리는 스타 게이머들은 한국인이다. e스포츠가 한국의 신(新)한류이자 신성장 동력으로 암울한 한국 경제를 일으키는 데 일조할 수 있을까. ‘이코노미조선’이 세밀히 분석해보니 장밋빛만은 아니었다. e스포츠란 정확히 무엇일까. 땀을 흘리지 않으면 스포츠라고 할 수 없는 것일까. e스포츠는 어떻게 유행하게 된 것일까. e스포츠에 관한 핵심 내용을 일곱 가지 문답으로 정리했다.


1│e스포츠는 정확히 무엇인가?

특정 게임을 하는 게이머의 경기를 관전하는 것을 말한다. 혼자 즐기던 게임이 ‘보는 게임’화한 것이다. 게이머가 하는 게임은 관객들이 즐길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현재 e스포츠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게임 장르는 네 가지 정도로 분류해볼 수 있다.

먼저 1인칭 총쏘기 게임이다. ‘총쏘기 게임에서는 한국인들이 약하다’는 편견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오버워치’ 초대 글로벌 리그에서 12개 팀 선수들 가운데 40%가 한국인이었다. 우승팀 역시 전원이 한국 선수로 구성된 ‘런던 스핏파이어’팀이었다.

두 번째는 팀 기반 전략 게임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e스포츠인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가 여기에 포함된다. 5명이 한 팀을 이뤄 상대 팀과 싸우는 게임으로 게이머들이 직접 캐릭터를 선택해 상대 진영을 초토화해야 한다.

실시간 전략 게임도 있다. 게이머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군대를 조종해 전장을 장악해나가는 장르로 스타크래프트2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배틀로얄’ 장르도 유행하고 있다. 최후의 생존자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싸우는 게임으로, 선수들의 전투를 유도해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한다. 한국 중소 게임사 펍지가 만든 ‘배틀그라운드’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e스포츠는 땀을 흘리지 않는데, 스포츠로 볼 수 있는가?

e스포츠는 스포츠의 속성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스포츠의 속성은 세 가지다. 우선 목표가 있고 이에 도전해 스코어(결과)로 정의된다는 것이다. 프로 스포츠 시장으로 가기 위해서 ‘사업성’이 필요한 것도 비슷하다. 정통 스포츠와 e스포츠 모두 리그를 기획해 운영하고 광고, 스폰서십, 관전료 등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타 선수의 경기를 통해 게임에 몰입하는 등 관전 재미가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3│e스포츠와 스포츠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무엇인가?

표면적으로 보면 e스포츠는 체력 소모가 덜하다. 그러나 체력 소모 기준에서 스포츠의 경계를 한정 짓는다면, 카레이싱이나 바둑, 체스 등이 일찌감치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현재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이 모든 종목을 중계하고 있다. 이들 종목이 스포츠이고 이를 보는 시청자가 있으며 돈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생태계다. 한 예로 농구의 경우 구단을 운영하는 오너(구단주)부터 미 프로농구(NBA)라는 리그, 콘텐츠 제작자(방송사)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이 독립적·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간다. 반면 e스포츠는 게임 개발사가 생태계의 구심점으로 모든 것을 컨트롤한다. 크리스 호퍼 라이엇게임즈 북미 e스포츠 대표는 한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라이엇게임즈는 농구이기도 하고, NBA이기도 하며, ESPN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 게임사는 ESPN처럼 경기를 중계할 뿐 아니라 NBA 같은 경기를 기획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게임사들은 축구나 야구, 종합격투기(UFC), 아이스하키 등 기존 주요 스포츠의 리그 운영 매뉴얼 등을 공부하고 벤치마킹한다. 최근 e스포츠 주요 종목을 개발한 게임사들은 리그 제도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e스포츠 리그는 유럽 축구 리그 방식을 본떠 1부 리그 하위팀과 2부 리그의 상위팀을 교체하는 승강제(승격·강등)와 미국식 플레이오프(정규 리그를 끝낸 다음 최종적인 우승팀을 가리기 위해 별도로 치르는 경기)를 결합한 형태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게임사들은 더욱 안정적으로 리그를 운영하기 위해 승강제를 폐지하고 완전한 미국식 스포츠 형태로 방향을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블리자드는 오버워치의 새로운 글로벌 리그(1부 리그)를 만들면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상하이, 서울 등 지역을 기반으로 한 국가별 지역연고제를 본격 도입했다. 라이엇게임즈도 올해부터 주요 지역 리그인 북미 리그오브레전드 ‘LCS’에서 기존 1부 리그팀의 강등제를 폐지하고, 대신 회사 측이 선정한 10개 팀을 고정 운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했다. 조만간 중국 리그인 ‘LPL’에도 지역연고제를 도입해 승강제를 폐지할 계획이다.

e스포츠 생태계 속 게임사의 파워는 게임 자체를 소유한다는 점에도 드러난다. 게임사들은 수시로 게임 규칙을 바꾸고 있다. 이는 마치 농구 선수의 키가 183㎝에서 244㎝로 커지고 림 크기가 바뀌며 농구공이 갑자기 두 개가 되는 것과 맞먹는 변화로 이해될 수 있다. 이 경우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변화를 빠르게 습득해 전략과 게임 방법을 달리 해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라이엇게임즈의 경우 패치(기능 향상) 등을 통해 캐릭터와 룰을 2주에 한 번꼴로 변경하고 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스타 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 그의 연봉은 45억~5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라이엇게임즈
리그오브레전드의 스타 게이머 ‘페이커’ 이상혁 선수. 그의 연봉은 45억~5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라이엇게임즈

4│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와 투자는 어느 수준인가?

게임전문 시장조사기관인 뉴주에 따르면, 올해 e스포츠 시장 규모는 9억600만달러(약 1조원)로 지난해보다 38.2% 성장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e스포츠 시장이 2022년 30억달러(약 3조원) 수준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e스포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게임 개발사는 이 시장을 단순히 게임 흥행을 위한 마케팅 수단이 아니라 별도의 거대한 수익원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투자하고 있다.

2016년 유럽의 주요 명문 스포츠클럽인 발렌시아, PSG, 샬케04 등의 구단들도 리그오브레전드팀을 인수하거나 신규 창단했다. 지난해 5월에는 레드불이 유럽 지역 기반 리그오브레전드팀을 창단했다. 팀에 대한 투자뿐 아니라 e스포츠 대회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의 글로벌 리그인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에는 메르세데스 벤츠, 코카콜라, 인텔, 로레알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대회를 후원했다.


5│한국 e스포츠 시장은 어떤가?

1998년 블리자드가 출시한 ‘스타크래프트’가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는데, 스타크래프트는 e스포츠의 원형이 된 게임으로 통한다. 한국 e스포츠의 역사도 여기에서 시작한다. 초고속인터넷망이라는 인프라 구축과 게임을 함께 모여서 즐길 수 있는 PC방이 확산된 것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여기에 게임전문방송 OGN이 2000년 개국,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최초로 중계하면서 한국은 ‘e스포츠의 종주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임요환처럼 전무후무한 플레이 수준을 보여준 걸출한 스타 게이머도 등장한다. 한국은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에서 무려 5년 연속 우승(2013·2015·2016년 SK텔레콤 T1팀, 2014·2017년 삼성 갤럭시팀)한 세계 최강국이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는 ‘페이커(Faker)’란 아이디로 잘 알려진 스물두 살의 이상혁(SK텔레콤 소속) 선수가 스타 게이머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축구 선수로 치면 리오넬 메시급이다. 그가 진행하는 개인 인터넷방송을 보는 중국 시청자는 무려 100만 명에 달한다. 이상혁 선수의 연봉은 45억~5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프로야구 이대호(롯데) 선수(25억원)의 두 배, 국내 e스포츠 선수들의 평균 연봉(9770만원,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의 50배에 달하는 규모다.


6│한국 게이머들이 잘한다고 하는데 그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스타크래프트 이후 ‘게임은 한국인이 최고’라는 명성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2015년 9월 블리자드는 PC 온라인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에서 ‘무쇠결속 망령군마’라는 아이템을 개발해 공개했다. 무쇠결속 망령군마를 얻기 위해서는 ‘시간 왜곡의 훈장’이라는 아이템 5000개를 먼저 획득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해외 유저들은 “8개월이나 걸릴 것”이라며 항의했고 블리자드 개발팀은 “게이머들이 장기적으로 노력하도록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응수했다. 그런데 이 아이템이 나온 뒤 단 이틀 만에 무쇠결속 망령군마를 탄 한국의 이름 모를 게이머가 나타나, 블리자드는 물론 해외 게이머들을 놀라게 했다.

블리자드의 또 다른 게임인 ‘디아블로3’에서도 한국 게이머들의 저력은 확인됐다. “절대로 쉽게 깰 수 없을 것”이란 개발팀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2012년 5월 한국 발매 후 단 여섯 시간 만에 최종 보스 ‘디아블로’가 잡히고 만 것이다. 여기에는 식사시간 한 시간이 포함돼 있었다.

2001년부터 e스포츠 저널리스트로 활동해 온 영국의 e스포츠 전문가 던칸 쉴드(필명 쏘린)는 “한국 선수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근면성실해서 안 좋은 연습 환경에 놓이거나 지원이 없더라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며 “코칭스태프가 최고의 선수에게 플레이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더라도 이를 수용하는 것이 서구 선수와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쉴드는 또 “이런 점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어떤 e스포츠 종목에 헌신적으로 몰입할 경우 스타크래프트나 리그오브레전드처럼 그 종목을 한국인이 지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7│한국이 e스포츠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제가 있을까?

미국(블리자드)과 중국(라이엇게임즈) 게임사들이 e스포츠 판을 장악하고, 명문 스포츠 구단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뭉칫돈을 들고 시장에 뛰어들고 있지만 국내 e스포츠 시장에는 별다른 위기의식이 느껴지지 않는다. ‘e스포츠계의 올림픽’으로 불렸던 ‘월드사이버게임즈(WCG)’를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0년 넘게 운영해 오던 삼성은 WCG 개최를 중단했고, 지난해에는 리그오브레전드 우승팀이었던 삼성 갤럭시팀을 한국 종합 프로게임단인 ‘젠지 e스포츠’에 매각하며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SK텔레콤과 KT, 한화생명 등 대기업이 운영하는 일부 프로 게임단과 ‘콩두컴퍼니’ 같은 종합 프로 게임단이 있지만 한국 e스포츠 시장 규모는 10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중국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e스포츠의 올림픽 및 아시안게임 정식종목 선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었다. 알리바바의 스포츠 자회사인 알리스포츠는 지난해 4월 아시아올림픽 평의회(OCA)와 전격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올해 4월 아시안게임 시범종목 채택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텐센트는 중국이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의 주도국이 될 것으로 보고 대규모 e스포츠 타운을 설립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간신히 대한체육회 가맹 요건을 맞춰 국가대표 선수를 파견한 것과 대조적이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한국 주요 게임사들은 여전히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과 모바일 게임 개발, 판매에 집중하며 거대한 e스포츠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 한국 중소 게임사가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을 출시해 전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이런 한국 게임 업계의 환경이 역설적으로 득(得)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펍지 사정을 잘 아는 국내 게임 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유능한 개발자들이 전부 모바일 게임 쪽으로 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해외 개발자들을 영입했고, 100만 명 정도의 시장으로 타깃팅해 일단 게임을 내놓고 계속 유저 반응을 반영해 업데이트해 나갔던 전략이 결과적으로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e스포츠용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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