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이경진 부장이 막내 라율이와 직장어린이집에 등원하고 있다. 이 부장은 첫째와 둘째에 이어 셋째까지모두 이 어린이집을 보낸 17년차 직장인이자 11년차 워킹맘이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SK이노베이션의 이경진 부장이 막내 라율이와 직장어린이집에 등원하고 있다. 이 부장은 첫째와 둘째에 이어 셋째까지 모두 이 어린이집을 보낸 17년차 직장인이자 11년차 워킹맘이다.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엄마가 올라가서 일 마치고 데리러 내려올게. 조금만 있다가 만나, 안녕.”

7월 26일 오전 9시 등원 시간 즈음 SK 서린빌딩 2층에 있는 사내 어린이집 ‘SK 행복어린이집’에서 만난 재원생과 부모들은 평화로운 모습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이른 아침 졸음을 떨치지 못해 아빠 품에 안긴 채 문으로 들어서는 아이도 있었지만 이내 선생님의 품에 웃으며 안겼다. 떨어지는 게 싫어 입구에서부터 눈물 바람이던 5세반 아이는 어린이집 한가운데 있는 넓은 공용 공간 한쪽에 엄마와 나란히 앉아 동화책을 10분 정도 읽으며 마음을 달랬다.

육아는 맞벌이 부부의 최대 난제다. 신혼 시절 문제없이 가정을 꾸려가던 맞벌이 부부도 출산과 육아를 고려하기 시작하면 아찔해지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아이 셋을 차례로 직장 어린이집에 보내며 맞벌이 생활을 하는 여성이 있다. 올 초엔 부장으로 승진했다. 입사 17년 차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 워킹맘 생활을 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이경진 부장 이야기다.

이 부장은 2002년 SK이노베이션에 입사하고 2008년 결혼했다. 남편은 비슷한 업종의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다. 초등학생 아들(8)과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딸(5)과 막내딸(3)이 있다. 첫째와 둘째 모두 사내 어린이집인 SK 행복어린이집을 각각 4년, 2년씩 다녔고, 막내 라율이도 올해부터 엄마와 같이 등·하원하며 오빠, 언니가 다녔던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이경진 부장은 맞벌이 생활을 11년째 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가까이서 집안일을 돌봐주고 계신 친정어머니의 도움보다도 회사의 직장 어린이집 제도를 꼽았다. 이 부장은 “육아휴직이나 임신 초·말기에 쓸 수 있는 각종 휴직 제도, 근로시간 단축제 등 회사 측의 다양한 지원책이 있지만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가장 큰 혜택은 직장 어린이집”이라면서 “등·하원을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직접 할 수 있는 데다, 아이에게 엄마가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다는 정서적 안정감 효과도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2007년 문을 연 SK이노베이션의 직장 어린이집 ‘SK행복어린이집’은 구성원들의 자부심이 높은 편이다. 정원 전체를 추첨식으로 뽑다 보니 매년 탈락자들의 아쉬움이 있지만 지난해 면적과 인원을 두 배 가까이 확충했다. 재원생의 부모들은 보육교사가 많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만 1세반과 2세반, 3~4세반까지 총 5개반 78명의 재원생에 보육교사는 16명이다. 원장과 조리사, 영양사 등을 제외한 인원이다. 선생님 한 명당 4.8명의 아이를 돌보는 셈이다. 현행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상 만 2세의 경우 교사 한 명당 7명, 만 3세는 15명까지 돌볼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교육의 질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나라 전체로 봤을 때 직장 어린이집 설립은 미진한 편이다. 보건복지법에 따르면 국내 직장 어린이집 설치 의무 사업장은 1253개소다. 2017년 기준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은 167개소, 13%나 된다. 미이행 사업장들은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는 이유로 △비용 부담 △설치 장소 확보 곤란 등을 들었다.


롯데 계열사 “남성 육아휴직 한달 의무화”

편의점 세븐일레븐의 운영사 코리아세븐의 조정현 책임은 6월 1일부터 1년 일정으로 육아휴직계를 냈다. 출산과 육아를 위해 아내가 앞서 2년간 육아휴직을 해 두 아들을 돌봤고, 6월 아내의 복직에 맞춰 조 책임이 육아휴직을 냈다. 아내는 지방에서 군인으로 근무하고 있다. 아내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조 책임이 하루종일 3세, 1세 아이들과 씨름하고 있지만 남의 손에 맡기지 않고 육아에 전념할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조 책임이 육아휴직계를 낼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적극적인 독려가 힘이 됐다. 롯데는 작년 1월 유통 업계 처음으로 전 계열사에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했다. 조 책임은 “남직원들도 대상자라면 무조건 최소 한 달씩 육아휴직에 들어가는 문화가 있어 휴직계를 내는 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면서 “이런 분위기 덕분인지 팀원들도 자연스럽게 (나의) 육아휴직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롯데는 전 계열사에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를 도입했다.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해당 직원들을 모아 육아 교육을 하는 ‘대디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롯데
롯데는 전 계열사에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를 도입했다. 제도를 안착시키기 위해 해당 직원들을 모아 육아 교육을 하는 ‘대디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롯데

롯데의 남성 육아휴직자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2000명을 돌파했다. 제도를 도입한 지 1년 6개월 만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롯데의 남성 육아휴직자 수는 1100명을 기록,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남성 육아휴직자(1만2043명)의 9%를 차지했다.

제도가 안착되면서 육아휴직을 쓰는 남성 직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동안 부담을 느껴 사용을 미뤄왔던 직원이 줄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롯데그룹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직원 수는 900명으로 작년 상반기(400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회사 입장에서도 남성 육아휴직제 시행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초기엔 업무 손실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순기능이 많다는 내부 분석도 있다. 실제로 롯데가 내부적으로 남성 육아휴직의 효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육아휴직을 다녀온 남성 직원의 업무 몰입도가 직원 평균치보다 높았다. 세부적으로 조직 자긍심, 차별적 보상, 일의 의미, 일과 삶의 균형 등의 항목에서 전년보다 개선된 경향을 보였다.

기원규 롯데지주 인재육성팀 상무는 “조사 결과 복직 후 조직에 대한 직원들의 자긍심이 높아졌고 업무 열의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육아 경험을 통해 여성 직원 어려움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직장 내 성평등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최근 주 52시간 근무제, 워라밸(일과 삶 균형) 중시 풍조 등에 발맞춰 다양한 지원 정책을 내놓고 있다. 여기엔 맞벌이 가구에 도움되는 정책이 많다. 아모레퍼시픽에서 근무하는 워킹맘들은 7월부터 신설된 월 단위 자율 근무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평일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월 단위로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또 회사가 최근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직장 어린이집 정원을 2배, 면적을 3배 가까이 확장했다. 4세 아들을 2년째 사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배지연 아모레퍼시픽 차장은 “업무시간을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어 업무 집중력이 더 높아졌다”면서 “빠르고 효율적으로 일하게 되면서 일과 가정 양립에 도움받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들은 경영진의 관심이 맞벌이 부부들이 다니기 좋은 기업 환경 조성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SK이노베이션 직원은 “김준 CEO가 직접 워킹맘들과 자리를 마련하는 등 소통에 나서면서 맞벌이 중인 직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의 남성 육아휴직 제도 정착에는 신동빈 롯데 회장의 관심이 크게 반영됐다. 이에 따라 지주사에서 계열사별 대상자들의 육아휴직 여부를 분기별로 파악해 소진을 독려하고 있다. 롯데 물산 관계자는 “그룹사별로 사정이 다르지만 회장님 주도로 지주사에서 전사적으로 관장하는 정책이다 보니 더 빠르게 안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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