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을 열면 머리 위로 하늘과 구름을 가깝게 마주 할 수 있다는 점이 컨버터블의 매력이다.
지붕을 열면 머리 위로 하늘과 구름을 가깝게 마주 할 수 있다는 점이 컨버터블의 매력이다.

어디론가 떠나는 계절이다. 뜨거운 태양과 넘실대는 파도 혹은 녹음이 우거진 숲이어도 좋고 거대한 냉장고 안으로 들어간 듯 시원한 ‘호캉스(호텔+바캉스)’도 좋다. 사실 어디로 향하는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 모른다. 휴가를 통해 평상시 머무르던 공간에서 익숙하지 않은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 자체만으로 삶의 활력이 되기 마련이다.

바쁜 일상에선 가시적인 결과를 중시하기 쉽지만 휴가는 특정한 결과나 목표보다 그저 흘러가는 시간과 과정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그래서 휴가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줄 수 있는 멋진 동반자가 누구일까, 고민을 시작했다. 물론 자동차 이야기다. 이왕이면 휴가지의 낭만적인 추억을 만들어 줄 컨버터블 모델이 제격이지 않을까.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의 평범하지 않은 자동차. 출퇴근시 도심의 답답한 매연 대신 상쾌한 자연의 냄새를 코끝으로 와락 안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조금은 역동적이고 흥이 넘치는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자동차 지붕이 접히는 미니(MINI) 컨버터블은 어떨까. 작은 차체는 좁고 구불거리는 국도를 돌아 나갈 때도 부담이 적다. 잠시 내비게이션을 꺼두고 마음 닿는 대로 내달리다가 길이 막히면 휘리릭 돌려 나와도 운치가 좋은 차다. 컨버터블 루프를 열면 이마 위로 하늘과 구름을 가깝게 마주할 수 있는 점도 미니 컨버터블만의 장점이다. 다른 자동차에 비해 전면 유리가 바짝 일어서 있어서 지붕을 걷었을 때 앞쪽으로 개방감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장기 휴가를 위한 짐을 꾸렸다면 트렁크를 열고 절망할지 모른다. 루프 개방 기준으로 160ℓ밖에 안 되는 좁은 공간보다는 글로브 박스처럼 열리는 트렁크 입구 모양 때문이다. 하지만 뒷좌석을 화물 공간으로 활용하면 어느 정도 해결된다. 혼자 또는 연인과 떠나는 경우라면 기내용 캐리어 한 쌍을 적재하고도 남을 충분한 공간을 갖췄다.

쿠퍼나 쿠퍼 S도 크게 상관없지만 최고의 선택은 고성능 JCW 엔진 모델이다. JCW는 ‘존 쿠퍼 웍스(John Cooper Works)’의 약자다. 기존 미니에 몬테카를로 랠리 우승을 이끈 레이싱 선구자 ‘존 쿠퍼’의 튜닝 프로그램을 추가한 게 특징이다. 출력도 화끈하지만 배기음을 조율하는 데 무척 공을 들인 엔진이다. JCW 엔진은 해치백, 왜건,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 등 다양한 차체 방식에 올라가지만 그 소리를 라이브 콘서트처럼 제대로 즐기려면 지붕을 열고 머플러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컨버터블이 적격이다.

스포츠 모드에서 선사하는 사운드 트랙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통쾌하게 날려버리기에 손색이 없다. 꼭 소유하지 않더라도 미니 컨버터블은 국내외 여행지에서 렌터카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도 반갑다. 유럽 어느 도로에서 지붕을 내리고 뒷좌석에 서핑 보드를 꽂아 둔 미니를 본 적이 있었다. 그가 가진 여유와 재치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가족 여행에서는 벤츠 E400 카브리올레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가족 여행이나 힐링을 위한 편안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메르세데스 벤츠 E400 카브리올레의 호사를 누려보는 것도 좋다. 윗급 S클래스 카브리올레와 마찬가지로 3겹 구조를 갖춘 소프트톱은 밀폐 시 쿠페에 버금가는 정숙성을 보여준다. 2도어 차량의 2열 좌석은 통상 보조석의 개념이지만 E400 카브리올레는 제대로 된 공간을 갖춰 가족 여행의 동반자로 충분한 역할을 해낸다. 루프 수납 덮개를 커다랗게 들어 올리는 동작이 있음에도 시속 50㎞까지는 주행 중에도 개폐가 가능하다. 함께 떠난 가족들이 느닷없는 소나기에 당황할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385ℓ의 트렁크 공간은 루프 개방 시 약 20%가 줄어들지만 여전히 310ℓ의 실용적인 부피와 쓰기 좋은 구조를 제공한다. 무더운 낮에는 통풍시트로, 선선한 저녁에는 목 뒤에서 온풍을 불어주는 에어스카프 기능으로 자연스레 손이 간다.

벤츠 E400 카브리올레(왼쪽)와 미니 쿠퍼 JCW 컨버터블.
벤츠 E400 카브리올레(왼쪽)와 미니 쿠퍼 JCW 컨버터블.

이뿐만 아니라 전면유리 상단 프레임에는 실내로 유입되는 난류를 억제하는 에어캡 장비까지 갖춰 루프를 개방하고 주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덕분에 휴가지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도 지붕을 내린 채 옆 사람과 편하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333마력의 V6 터보 엔진은 절대 힘을 과시하는 법이 없다. 대신 어느 순간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다. 탑승객의 조용하고 편안한 이동을 위해 주연이 아닌 조연을 자처한다.

안락한 승차감은 차고 높낮이와 충격 흡수력 모두 제어가 가능한 에어 서스펜션이 담당한다. 목적지까지 이동한 것이 아니라 목적지가 우리 앞으로 이동해 온 느낌이랄까. 다만 도어가 생각보다 길기 때문에 제대로 여닫기 위해서 좌우로 여유 있는 주차 공간을 물색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사람들이 붐비는 휴가 장소보다 한적한 곳으로 떠날 때 더 잘 어울리는 모델이다.

강병휘 자동차 칼럼니스트·프로레이스 드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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