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 수입차 거리에 있는 한 딜러사 매장. 사진 조선일보 DB
서울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인근 수입차 거리에 있는 한 딜러사 매장. 사진 조선일보 DB

BMW·벤츠 등 수입차 판매가 늘고 있다. 소비자가 다양한 모델을 고를 수 있고, 업체 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쑥쑥 크는 외형만큼 내실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비싼 수리비와 질 낮은 애프터서비스(AS)는 하루이틀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에게 ‘가격 부담을 덜어준다’며 운영하고 있는 할부 프로그램도 카푸어(car poor)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카푸어는 경제력에 비해 비싼 차를 무리하게 구입해 신용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을 뜻한다.

보통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살 때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현금(일시불)보다는 할부·대출 등 파이낸싱을 이용한다. 이런 이유로 BMW코리아·벤츠코리아·폴크스바겐코리아 등 주요 수입사는 할부금융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문제는 돈벌이가 시원치 않은 소비자들이 수입사의 할부 프로그램에 혹해 수입차를 구매하고 빚에 허덕이는 것이다.

특히 수입사는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며 큰 재미를 봤다. 일반적인 자동차 할부금융은 할부기간 원금과 이자를 매월 상환하는 형태다. 그러나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은 차량 구입과 동시에 차량 가격의 30~40%를 먼저 지불하고, 나머지 원금 중 10~20% 정도는 할부기간 이자와 함께 상환한다. 이후 할부기간이 끝난 후 50~60%에 이르는 원금을 한꺼번에 갚아야 한다.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은 기존에도 있었던 자동차 할부금융이다. 하지만 지금과는 성격이 다소 달랐다. 과거엔 차량을 구입할 때 내는 선납금의 비중이 높았다. 적어도 50% 이상을 지불했다. 추후 할부기간이 끝날 때 많은 돈을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현재의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은 원금의 50~60%를 할부기간이 끝날 때 갚는 구조로 짠다.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고급 수입차를 원금유예할부(5년, 이자율 7.9%)로 구입했다고 가정해보자. 본디 차량 가격은 6830만원이다. 여기에 이달의 프로모션으로 590만원을 할인받아 6240만원을 내면 된다. 하지만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으로 차량을 구입한다면, 우선 찻값의 41%인 선납금 2600만원을 지불한다. 이후 5년 동안 매월 36만4120원을 낸다. 원금과 이자를 더해 총 2184만7200원이다. 나머지 금액 2745만5000원(상환유예금)을 지불하면 모든 상환이 끝난다. 결국 총 7530만2200원을 내는 것이다. 원금유예할부 프로그램으로 차량 구입 시 내는 돈(2600만원)과 매달 내는 돈(36만4120원)이 적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본래 차량 가격(6830만원)보다 700만2200원을 더 지불하는 것이다.

또 고객이 5년 뒤 잔여금 2745만5000원을 내야 하지만 돈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면 다시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차를 팔아 돈을 만들어 원금을 갚아야 한다. 그런데 재할부에 들어가면 이자율이 1~2%포인트 올라간다. 차를 판다고 해도 5년 전 구매한 6830만원에 비해 3분의 1 또는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소비자 입장에선 5년간 7530만2200원을 내면서 차를 타고 끝나는 셈이다. 반면 수입사의 할부금융사는 큰 이익을 챙긴다. 벤츠코리아의 할부금융사인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률이 무려 49%에 달한다.


구매 후 유지 비용 너무 비싸

수입차를 구매한 후 유지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많다. 우선 수입차는 부품이 비싸다. 대부분의 부품이 해외에서 조달되고 있기 때문에 부품 가격이 국산차 대비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 정도 비싸다. 몇 개의 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해 교체하면 100만~200만원 지출은 일도 아니다. 고가 수입 스포츠카의 경우 범퍼 커버 하나가 소형차 가격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2016년 수입차의 사고 건당 평균 수리비는 274만1000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국산차 평균 수리비인 100만5000원의 약 2.7배다.

정비센터도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교통사고가 나거나 차량을 정비해야 할 경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수입차 판매가 늘면서 일부 딜러사가 정비센터 수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정비센터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올해 2월 기준 수입차 정비센터는 전국에 547곳에 불과하다. 특히 198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입차 누적 판매대수가 약 174만3000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비센터 한 곳이 3100대 이상의 차량 정비를 담당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의 경우 당일 또는 늦어도 3일이면 수리가 가능하지만, 수입차는 보통 5~7일이 걸린다”고 말했다. 더욱이 센터마다 할당받는 정비 업무가 많다 보니 정비 과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plus point

‘무늬만 법인 차’에 고가 수입차 ‘여전’ 4억원짜리 롤스로이스 법인차 비율 91%

4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의 최고급 세단 ‘고스트’. 사진 롤스로이스
4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의 최고급 세단 ‘고스트’. 사진 롤스로이스

업무용으로 보기 힘든, 1억원을 훌쩍 넘는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 차량으로 등록,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무늬만 법인 차’가 여전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국내에 판매된 수입차 11만6798대 가운데 법인용 차량은 3만8135대로 32.7%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포인트 감소했지만, 1억원을 웃도는 수입 수퍼카 등 법인용 차량 판매 비율은 여전히 높았다. 차량 한 대가 최소 4억원 이상인 롤스로이스의 올해 1~5월 법인용 차량 판매 비율은 91.5%에 달했다. 같은 기간 1억원 이상의 람보르기니, 포르쉐의 법인용 차량 판매 비율 역시 각각 83.3%, 60.5%로 나타났다.

수퍼카, 최고급 세단 등 고가의 수입차는 단순 업무용 차량으로 보기는 힘들다. 특히 법인 명의로 고가의 수입차를 구매해 세금을 감면받고, 실제로는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차량을 법인용으로 등록하면 감가상각비와 유지비 등의 명목으로 연간 1000만원까지 법인세법상 손실금으로 처리할 수 있다.

특히 차량을 개인이 아니라 법인용으로 사용했다는 운행 기록부만 작성하면 차량 구입비용도 전액 사업 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운행 기록부를 전자기록시스템으로 만들어 차량을 업무용으로 사용하는지 정부가 보다 철저히 관리·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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