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에서 판매를 재개한 신형 티구안.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 폴크스바겐
올해 국내에서 판매를 재개한 신형 티구안. 합리적인 가격을 무기로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 폴크스바겐

아우디·폴크스바겐이 재도약하고 있다. 배기가스를 조작한 ‘디젤게이트’ 파문으로 판매를 중단한 지 약 2년 만의 일이다. 특히 폴크스바겐의 효자 모델인 SUV 티구안은 지난 5월 신형으로 바뀌었는데, 판매를 재개하자마자 1200대가 팔렸다. 6월에도 1076대가 팔려 전체 수입차 가운데 단일 트림으로는 유일하게 월간 판매량 1000대를 넘어서 베스트셀링카 1위를 기록했다.

티구안은 폴크스바겐이 영업을 중단하기 전인 2014~2015년 두 해 연속 수입차 전체 차종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했던 차다. 판매 재개와 동시에 제자리를 찾아간 셈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폴크스바겐 전시장의 한 딜러는 “디젤게이트 이후 ‘개점 휴업’이었을 당시 전시장을 찾는 손님이 하루 1~2팀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2월 티구안 등 대표 차종의 예약 판매를 시작하면서부터는 하루 20~30팀 수준으로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전했다.

티구안이 빠르게 재기할 수 있었던 이유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꼽는 사람이 많다. 신형 티구안은 구형보다 더 커지고 실내외의 디자인과 품질도 더 좋아졌다. 또 차선 이탈 경고 시스템인 레인 어시스트(Lane Assist), 차량 주행 속도와 차간 거리를 유지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Adaptive Cruise Control), 사각지대를 모니터링해주는 사이드 어시스트 플러스(Side Assist Plus), 차량 전방의 교통상황을 모니터링해주는 전방 추돌 경고 및 긴급 제동 시스템, 후방 경고 시스템 등 안전 장비도 기본 탑재했다. 그런데도 값은 3000만원 후반대다. 국산차를 염두에 뒀던 소비자들도 쉽게 접근할 만한 수준으로 가격을 맞춘 것이다.

폴크스바겐은 또 이례적으로 신형 티구안에도 ‘현금 구매 시 6% 할인, 자체 금융상품 이용 시 8%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또 타던 차를 중고차로 반납하면 200만원을 추가 지원한다. 예를 들어 3860만원의 기본형 티구안을 할부로 구입하면, 할부 원금은 3550만원, 여기에 중고차까지 넘기면 3350만원까지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디젤게이트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만큼 가격을 낮춰서 다시 소비자들을 끌어오려고 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최근 SUV로 갈아타기 위해 차량 견적을 뽑아보고 있다는 이석우(33)씨는 “티구안은 국산 SUV인 싼타페(현대차)나 쏘렌토(기아차)에 비해 차체는 작지만, 3000만원대로 수입차(독일)를 장만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면서 “또 워낙 잘 팔리는 모델이기 때문에 중고차값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티구안은 2007년 1세대 모델이 출시된 이후 전 세계에서 약 300만대가 팔린 준중형 SUV의 강자다. 한국에서도 가성비로 주목받으며 연간 1만대 가까이 판매됐다.

아우디도 판매량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3월부터 한국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는 아우디 A6 35 TDI는 6월 한 달 동안 모두 891대가 팔렸다. 수입차 가운데 월 판매량이 세번째로 많았다. 이 모델은 지난 4월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1~6월) 기준 아우디·폴크스바겐의 판매대수는 1만279대로 전체 수입차 중 점유율 7.34%를 기록했다. 메르세데스 벤츠(4만1069대·29.31%), BMW(3만4568대·24.67%)에 이어 단숨에 3위로 뛰어오른 것이다.

그러나 그룹 2인자인 루퍼트 슈타들러 아우디 회장이 디젤게이트 수사로 구속되는 등 여전히 파문이 가시지 않고 있고, ‘제2차 디젤게이트’까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 폴크스바겐의 재도약에는 변수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제2차 디젤게이트’는 진행 중

환경부는 지난 6월 중순 아우디 등 독일차 3만여대가 요소수(尿素水) 사용량을 조작했는지에 관한 조사에 착수했다. 최근 독일 정부는 질소산화물 배출을 감소시키는 장치의 핵심 물질인 요소수를 시험 주행 때만 정상 분사시키고, 실제 도로 주행 시에는 적게 분사시킨 사실을 적발하고 관련 차에 대한 리콜 명령을 내린 상태다. 환경부는 리콜 대상과 같은 차종 3만여대를 조사하고 같은 문제가 발견될 경우 리콜, 과징금 등 행정 조치를 취한다는 계획이다. 요소수는 배기가스에 포함된 질소산화물을 인체에 무해한 물과 질소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요소수가 제대로 분사되지 않으면 그만큼 더 많은 유해 배기가스가 대기 중에 퍼지게 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이 미국 회사 제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없애지 않으면 유럽차에 20%의 관세를 물리겠다”며 독일차를 정조준하고 있는 것도 폴크스바겐으로서는 재도약의 걸림돌이다.


plus point

‘디젤게이트’ 폴크스바겐 獨서 벌금 1조원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본사 전경. 2015년 디젤게이트 파문이 최근에는 ‘요소수 조작’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독일 볼프스부르크에 있는 폴크스바겐 본사 전경. 2015년 디젤게이트 파문이 최근에는 ‘요소수 조작’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최근 독일 검찰은 디젤게이트와 관련해 감독 의무를 위반했다며 폴크스바겐그룹에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독일에서 단일 기업에 부과된 벌금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폴크스바겐은 “디젤차 위기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항소하지 않고 벌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2015년 9월 시작된 디젤게이트는 세계 시장에서 ‘독일차 전성시대’를 주도했던 폴크스바겐을 발칵 뒤집는 사건이었다. 미국 환경보호청 고발로 세계적으로 약 1100만대가 팔린 폴크스바겐·아우디 일부 디젤(경유) 차종의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었다. 해당 차량에는 배기가스 저감장치가 설치돼 있는데, 이 장치가 환경 인증을 위한 시험 시설 내에서는 정상 작동하고, 일반 주행 시에는 중단되도록 제조사가 조작을 한 것이다. 이 때문에 폴크스바겐 차량에서 기준치 대비 무려 30배나 많은 질소산화물이 배출됐다.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독일뿐 아니라 한국,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 세계 각지에서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정부는 2016년 폴크스바겐을 상대로 100조원대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디젤차의 배기가스를 줄이는 장치를 조작해 미국 환경 규제를 불법으로 회피함으로써, 미국의 대기를 오염시키고 미국인의 건강을 해쳤다는 게 이유였다. 독일 투자 애널리스트들은 배기가스 조작에 따른 수습 총비용을 540억~1000억유로로 추산했다. 리콜 비용만 65억유로로 추정된다.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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