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보쉬 커넥티드월드 2018 IoT 콘퍼런스’에 미쓰비시전기가 제작한 로봇팔이 전시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지난 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보쉬 커넥티드월드 2018 IoT 콘퍼런스’에 미쓰비시전기가 제작한 로봇팔이 전시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7월부터 한국에서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스마트 팩토리는 기존 무인화 공장 등을 센서·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무인화 공장 혹은 소비자와 연결하고, AI(인공지능)가 작업 방식을 조정해가며 개별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즉각 생산해 내는 공장을 의미한다. 기존의 자동화 공장도 인력 투입을 줄이고 불량률은 낮추고 생산성을 높이는 역할은 할 수 있다. 스마트 팩토리가 기존의 자동화 공장과 결정적으로 다른 것은 하나의 공장 단위 효율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 사슬에 엮여 있는 각각의 공장들 전체가 최적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이다.

스마트 팩토리 분야에서 앞서가는 회사가 미쓰비시전기(三菱電機)다. 이 회사가 만드는 주력 제품 PLC(공장제어장치)와 각종 모터, 산업용 로봇 등의 주문이 폭증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물론 인건비가 지난 몇 년간 많이 인상된 중국에서도 주문이 몰린다. 미쓰비시전기의 지난해(2017년 4월~2018년 3월) 매출액은 4조4311억엔으로 5년 전보다 24.2%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3186억엔으로 전년보다 109.6% 늘었다.

과거 미쓰비시전기는 도시바(東芝), 히타치제작소(日立製作所)와 함께 일본의 3대 종합전기회사였다. 다른 회사처럼 가전제품 비중이 높았지만, 2000년대 초반에 기업 간 거래(B2B) 위주로 사업을 개편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 철도 부품, 전력 시스템, 인공위성, 레이더, 미사일, 가전제품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지만 현재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사업은 스마트 팩토리다.

스마트 팩토리가 전 세계 공장의 화두가 된 것은 몇 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제조 공정 고도화가 최근에 이뤄진 일은 아니다. 미쓰비시전기는 일찍이 1970년대부터 공장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며 산업 분야에서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기계의 신뢰성을 향상시키며, 비용을 줄이는 등 제조 공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2003년엔 ‘이팩토리(e-F@ctory)’라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공장 자동화를 IT와 연결해 생산 관리 전반에 걸쳐 비용을 감축하고 기업 환경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한동안 일본 기업들이 방만한 경영, 기업을 옥죄는 외부 환경 때문에 경쟁력이 무뎌진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오랫동안 축적된 기술력은 잘 유지되고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런 기술력이 최근 뛰어난 리더십과 대내외 우호적 환경과 결합돼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9월 히타치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에뮤3’이 도쿄 하네다 공항 2 터미널 로비에 전시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2016년 9월 히타치가 만든 휴머노이드 로봇 ‘에뮤3’이 도쿄 하네다 공항 2 터미널 로비에 전시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미쓰비시전기는 PLC·로봇·모터 분야에 강점이 있지만, 센서·IT·시스템·클라우드·빅데이터 등은 그렇지 못하다.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2011년 ‘이팩토리 얼라이언스’가 시작됐다. 2014년 독일이 ‘인더스트리 4.0’을 국가 전략으로 채택하자 스마트 팩토리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팩토리로 관심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현재 이팩토리 얼라이언스에 가입한 기업은 일본과 미국·유럽·중국 등에서 총 400여 곳에 달한다. 미쓰비시전기는 여러 나라 기업과 협업하고 최신 기술을 응용해 단점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의 스마트 팩토리 수요에 맞춰 미쓰비시전기는 지난달부터 중국에서 산업용 생산을 시작했다. 해외에서 생산을 시작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히타치, 사상 최대 적자 뒤 빠르게 V자 회복

히타치제작소도 미쓰비시전기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종합전기회사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2008년 4월~2009년 3월)엔 7880억엔의 순손실을 냈다. 당시 환율로 10조원 정도의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그해 매출액은 10조엔, 영업이익은 1270억엔을 기록했지만, 엔고(円高)로 인한 환차손과 구조조정에 따른 손실이 많아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5월 발표된 2017년 실적은 ‘사상 최대 흑자’였다. 매출액 9조3686억엔, 영업이익 7146억엔, 당기순이익 3629억엔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전년보다 57%나 늘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보통신시스템과 건설기계 등 주력 사업이 호조를 보였다”라고 했다. 히타치는 내년엔 올해보다 10% 더 많은 4000억엔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후 히타치는 경영진을 교체하고 핵심 사업이 아닌 PDP, LCD 패널, LCD TV와 같은 변동성이 큰 사업에서 철수했다. 연간 약 600억엔의 이익을 내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사업도 미래 주력 분야가 아니라고 보고, 매각했다. 휴대전화 사업도 접었다.

이후 사업 구조를 정보통신, 전력, 사업 인프라 중심으로 변경했다. 2010년 IT와 플랜트 관련 5개 상장사를 100% 자회사로 전환해 상장 폐지했다. 성장을 위한 핵심 동력인 회사를 효율적으로 빠르게 운영하기 위해서였다. 이탈리아 철도 업체 핀메카니카를 2500억엔에 사들이는 등 인수·합병(M&A)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히타치는 제조업 위주에서 컨설팅형 서비스 제공 중심으로 다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16년 히타치가 컨설팅 인력을 크게 늘리고 컨설팅 회사로 변신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고객사들에 판매한 제품을 단순히 유지·보수해주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AI)을 이용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영 컨설팅까지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히타치는 이를 위해 도쿄에 영업 인력 전문 교육시설을 신설했다. 이런 작업을 통해 매출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율을 2019년 50%로 늘릴 계획이다. 이 비율은 2015년에 약 4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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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을 맞아 새로운 사업 기회 포착에도 열심이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히타치제작소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의 긍정적 혜택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 “4차 산업혁명 기술 중에서 비용이 적게 들면서 신뢰할 수 있고 탈중앙집권화를 이루는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화 과정에서 블록체인을 어떻게 잘 활용할수 있을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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