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맥켈비(Miguel Mckelvey) 미 오리건대 건축학과, 아메리칸어패럴 해외영업부, 위워크 전신인 공동 업무 공간 ‘그린데스크’ 공동 창업
미겔 맥켈비(Miguel Mckelvey) 미 오리건대 건축학과, 아메리칸어패럴 해외영업부, 위워크 전신인 공동 업무 공간 ‘그린데스크’ 공동 창업

2007년 여름, 서른두 살의 미겔 맥켈비(Miguel Mckelvey·43)는 한 동료 직원의 아파트에 초대받았다. 맥켈비는 당시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작은 건축사무소에 근무하고 있었다. 아파트 입구에 도착했는데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저곳을 편하게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기타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맥켈비와 훗날 위워크를 공동 창업하게 되는 애덤 노이만(Adam Neumann·39)과 그의 동료가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였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나 군 복무까지 마친 노이만은 여동생의 모델 일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2001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왔다. 노이만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따라 도처를 여행했고 공동체 생활을 지향하는 이스라엘의 키부츠(Kibbutz·집단농장)에서 자랐다. 이런 영향으로 적극적인 성격을 갖게 된 노이만은 낯을 가리는 맥켈비와 처음에는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러다가 둘이 친한 친구가 되는 계기가 금방 찾아 왔다. ‘크롤러(Krawlers)’라는 작은 아기 옷 회사를 창업해 운영하던 노이만이 임대료도 내지 못할 만큼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맥켈비가 자신의 건축사무소가 있는 건물에 들어올 것을 제안한 것이었다. 같은 건물에서 일하게 되면서 두 사람은 함께 휴식을 취하고 서로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나누며 오늘날 위워크의 전신(前身)이라고 할 수 있는 공동 업무 공간 ‘그린데스크(Green Desk)’를 공동 창업했다. 2008년 5월의 일이었다.

이렇다 할 성공 경험이 없는 두 사람에게 그린데스크 설립은 고비의 연속이었다. 두 사람은 브루클린의 비어 있는 인근 건물로 가서 건물을 통째로 빌려달라고 했다가 “부동산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단번에 퇴짜를 맞았다. 노이만은 15개 작은 회사들을 유치해 공간을 쪼개 임대하고 대신 응접 담당자와 몇 가지 서비스를 공유하는 사업모델을 건물주에게 제시했다. 호기심이 생긴 건물주는 한 층을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그날 밤 맥켈비는 잠을 자지 않았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로고를 디자인하고 사명을 쓰고 명함을 만들었다. 이렇게 그린데스크가 문을 열 수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영세 사업자들이 광고를 보고 몰려들었다. 같은 해 금융위기가 터졌지만, 영세 사업자들의 수요가 커지면서 사업은 되레 번창했다. 노이만과 맥켈비는 이 사업모델의 무궁무진한 성장 가능성을 봤다. 두 사람은 아예 그린데스크를 건물주에게 팔고 2010년 새로운 회사 ‘위워크(WeWork)’를 설립했다. 노이만이 위워크의 최고경영자(CEO)를, 맥켈비는 최고문화경영자(CCO·Chief Culture Officer)를 각각 맡았다.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위워크의 주역 맥켈비 공동창업자 겸 CCO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초창기 소규모 기업을 타깃으로 했던 위워크는 이제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500대 기업 5곳 중 1곳이 찾는 곳으로 성장했다”며 “이들은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위워크 지점을 활용해 입주 기업들과 협업할 기회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스타트업 지원에 관해서도 “위워크가 제공하는 공간과 서비스, 커뮤니티는 스타트업이 비용을 절감하고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고 했다.


위워크를 창업하게 된 배경은.
“위워크를 만들기 전에 공동 창업자인 애덤 노이만과 나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같은 건물에서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날 문득 우리 모두 일을 별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건물에 있는 다른 사람들처럼 일을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고 있었던 것이다.

노이만과 나는 커뮤니티가 활성화된 지역에서 자랐다. 노이만은 이스라엘의 키부츠에서 자랐고, 나는 미국에서도 특히 공동체 문화가 발달한 곳인 오리건주에서 성장했다. 이런 환경을 우리가 일하는 공간에 반영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우리는 사람들이 각자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서로 격려해주는 따뜻한 일터를 만들고 싶었다. 그 길로 건물주에게 가서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새롭게 리모델링한 뒤 재임대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탐탁지 않아 했으나 결국 설득 끝에 한 층을 통째로 임대할 수 있었다. 이것이 위워크의 시작이었다.”

위워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직장에서 기대하는 것이 크게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칸막이로 돼 있는 책상에 앉아 월급을 받는 데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원들은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협업하면서 일종의 유대감을 갖고 싶어 한다. 프리랜서나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에 속해 있는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위워크가 빠르게 성장하는 이유는 이러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가장 먼저 포착하고 그러한 업무 환경을 만든 선두업체이기 때문이다.

위워크 뉴욕 본사에서 직원들이 일하거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 위워크
위워크 뉴욕 본사에서 직원들이 일하거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 위워크

위워크는 기본적으로 공용 공간부터 개별 오피스까지 모든 공간을 멋지게 바꿔 놓는다. 여기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 중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어떤 한 지점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네트워크를 넘어 위워크 어느 지점에 있는 사람들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말이다. 업무 공간을 찾고 임대료를 협상하고 이후 입주해서 해당 사무실을 인테리어하는 데까지 필요한 모든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입주사들이 성장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공간을 융통성 있게 제공하는 것도 위워크의 성장 이유다(위워크에서는 기존 사무실 임대와 다르게 월 단위로 공간을 임대할 수 있다).”

대기업들까지 위워크를 찾는 이유는.
“위워크는 초창기에 직원 수 5명에서 최대 10명 정도의 소규모 기업을 타깃으로 했다. 하지만 이내 작은 회사들이 10~50명 규모로 성장했다. 이런 기업들은 더 크고 맞춤화된 공간을 필요로 했다.

위워크의 전신인 그린데스크부터 위워크까지 공동창업한 애덤 노이만(가운데)과 미겔 맥켈비(오른쪽). 사진 블룸버그
위워크의 전신인 그린데스크부터 위워크까지 공동창업한 애덤 노이만(가운데)과 미겔 맥켈비(오른쪽). 사진 블룸버그

이런 가운데 대기업들도 위워크를 찾기 시작했다. 위워크에서 뿜어나오는 에너지, 창조 정신, 유대감을 체득하기 위해 아예 그 기업들의 일부 조직이 위워크에 입주한 것이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 중 22%가 위워크에 입주했다. 이에 따라 위워크 입주사 중 4분의 1인 25%가 이미 대기업인 상황이다. 대기업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대기업 입주사를 대상으로 ‘위워크에 들어온 이유’를 조사해 봤더니, ‘더 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가 전체 응답의 40%로 가장 많았고, ‘세계 여러 도시에 자리잡고 있는 위워크 지점을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답도 30%로 그 뒤를 이었다. 위워크는 이러한 기업들의 요구사항에 맞춰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2017년 ‘파워드 바이 위(Powered by We)’라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파워드 바이 위는 (대기업이 위워크에 입주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위워크가 대기업으로 가서 위워크의 디자인·기술·문화를 직접 이식하는 프로그램이다. 위워크의 노하우를 통해 기업들은 사옥을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여전히 많은 스타트업들이 위워크를 찾는다. 이들은 실제로 위워크에 들어와서 성장하고 있는가.
“우리는 최근 ‘위워크가 입주사들에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관한 분석을 외부기관에 의뢰했다. 갓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의 생존율을 분석한 것이었는데, 이들이 위워크에 입주한 경우 3년 후 생존율이 위워크가 아닌 일반 건물을 임대한 다른 신생 기업보다 12%나 높았다. 4인으로 구성된 사업체의 경우 일반적인 빌딩을 임대한 것 대비 연간 평균 1만8000달러(약 2000만원)를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입주사 중 절반 정도는 위워크가 자사의 성장을 돕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요약하면 위워크가 제공하는 공간·서비스·커뮤니티가 스타트업이 비용을 절감하고 생존하며 성장하는 데 보탬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위워크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는 경기 불황의 영향이 컸다는 지적도 있다.<
“위워크의 역사를 보면 위워크가 어떤 상황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위워크가 설립된 2010년의 경우 미국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여전히 회복하고 있는 단계였다. 초기 비용을 절감하려는 영세 사업자들을 중심으로 위워크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컸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 상황이 좋아졌지만 위워크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 이미 관련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외 경제 환경의 변화와 관계없이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

한국은 특정 사무 공간을 공유한다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한국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2016년 8월 강남역점을 오픈하며 한국에 진출한 이후 위워크는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보여주면서 기존의 업무 공간을 재구성하고 있다. 오랜 기간 글로벌 기업들의 주요 거점이었던 서울은 기업가들과 스타트업, 창조적인 개인들로 가득한 도시다. 그래서 유명 다국적 기업부터 글로벌 중소기업들이 한국을 찾는다. 위워크는 이런 기업들을 서울 각 지점에 끌어들이고 있다.

또 이런 기업들을 세계의 다른 입주사들과 연결해주고 있다. 위워크는 올해 9월 말까지 서울에서만 10개 지점에 1만5000명을 수용하게 된다. 한국은 아시아 시장에서 빠르게 지점 수를 확대하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현재 위워크코리아를 이끌고 있는 매튜 샴파인 대표는 한국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위워크 초창기 멤버인 샴파인은 사업 초기부터 한국에 위워크가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인이 업무 공간 공유에 익숙하지 않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한국 시장에서 위워크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을 생각해 보라. 한국은 오히려 공유의 개념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곳이다. 나는 한국인이 따뜻한 ‘정(情)’을 갖고 있다고 알고 있다. 이런 정서는 매우 한국적인 것인 동시에 (위워크가 추구하는) 커뮤니티를 키울 수 있는 매우 세계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한국 말고도 빠르게 성장하는 곳이 있는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위워크는 중국에서 현지 경쟁사였던 ‘네이키드허브(Naked Hub)’를 인수했고,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도 진출했다. 위워크는 이외의 아시아 지역에서 계속 입지를 마련할 것이다.”

위워크의 이점 중 하나는 네트워크다. 실제 입주사들이 협력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달라.
“위워크는 세계 75개 도시, 280여개 이상의 지점에 25만명 이상을 수용하고 있다. 물리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위워크 회원은 같은 도시에 있든 수천킬로미터 떨어져 있든 공통의 커뮤니티에 참여할 수 있다. 또 회원들은 위워크 네트워크를 통해 원하는 전문지식 또는 전문가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패션 디자이너인데 웹사이트를 대신 만들어줄 사람이 필요할 경우, 당신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데 규제 문제를 도와줄 변호사를 찾고 있을 경우, 당신이 개발자를 찾는 소프트웨어 회사 경영자일 경우 위워크 네트워크 안에서 적임자를 찾을 수 있다.”

입주 기업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위워크는 어떤 기술을 활용하고 있나.
“위워크 공간에서 사람들이 더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특정 공간의 위치를 선정하는 것부터 공간 활용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본사 연구·개발(R&D) 담당 직원들은 위워크 공간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를테면 ‘회의실에서 어떤 좌석이 가장 먼저 차는지’ ‘회원들이 얼마나 자주 폰부스를 이용하는지’ ‘폰부스 평균 이용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말이다. 이후 위워크 본사에 소속된 디자이너와 설계자들은 이런 데이터를 실제 공간에 반영해 회원들이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유기적으로 교류할 수 있게 한다.”

위워크의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장기적으로 위워크의 목표는 공간과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산업과 경험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업무 공간뿐만 아니라 주택, 교육, 은행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미래 도시와 우리의 삶은 모두 변화할 것이다.”

위워크는 위워크의 주거버전인 ‘위리브’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 위리브 빌딩에 있는 테라스. 사진 블룸버그
위워크는 위워크의 주거버전인 ‘위리브’도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미국 뉴욕 위리브 빌딩에 있는 테라스. 사진 블룸버그

장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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