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이케아 고양점의 ‘셀프 서브’ 구역. 매장에서 살 가구를 비치된 종이에 펜으로 메모해 두었다가 이곳에서 카트에 담아 계산한다. 사진 조선일보 DB
경기 고양시 덕양구 도내동 이케아 고양점의 ‘셀프 서브’ 구역. 매장에서 살 가구를 비치된 종이에 펜으로 메모해 두었다가 이곳에서 카트에 담아 계산한다. 사진 조선일보 DB

‘꿈꾸는 방을 이 가격에 꾸며보세요 - 100만원 미만’

6월 11일 오후 2시 경기도 덕양구 도내동 이케아 고양점. 청소년기 자녀의 침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꾸며놓은 쇼룸의 벽면에 이런 문구가 쓰여 있었다. 쇼룸은 침대와 서랍장·옷장·거울·러그·조명·선반 등으로 구성됐다. 한 부부가 쇼룸에 서서 침대 매트리스를 손으로 눌러보고, 옷장 문을 열어보면서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평일 오후였지만 이케아 매장엔 거실에 들여놓을 소파에 앉아보는 주부, 자취방을 꾸미려는 학생들로 북적였다.

홈퍼니싱은 ‘집(home)’과 ‘단장하는(furnishing)’의 합성어다. 소파·탁자 같은 가구와 조명·러그·카펫·커튼 등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으로 집 안을 꾸미는 것을 말한다. 한국에 홈퍼니싱이 본격 도입된 것은 세계 최대 가구 업체 이케아가 들어오면서부터다.

이케아는 2014년 12월 경기도 광명에 매장을 열면서 한국에 진출했다. 이케아 광명점은 개점 후 1년간 매출액 3080억원으로, 2015년 세계의 이케아 매장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개장 후 1년간 누적 방문객은 670만 명을 기록했다. 지금도 주말엔 이케아 주차장에 차를 세우기 위해 주변 도로에서 한 시간쯤 줄을 서야 한다. 지난해 10월엔 한국 두 번째 매장인 고양점을 열었다. 고양점 면적은 단일 매장 기준으로 세계 최대다. 이케아코리아의 매출액은 2016 회계연도(2015년 9월~2016년 8월) 3450억원, 2017 회계연도엔 365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고양점 매출을 포함한 올해 회계연도 매출액과 방문자는 각각 두 배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케아는 2015년 12월 국내 진출 1주년을 맞아 2020년까지 국내에 6개의 매장을 내겠다고 밝혔다. 올해 4월에 한국을 찾은 예스페르 브로딘 이케아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해 기존의 교외형을 넘어선 도심형 매장 확대에 나서겠다”라며 서울 도심 내 소형 매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에 한국 가구 업계는 공포에 떨었다. 국내 기업들의 줄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업체가 이케아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고 제품을 혁신하고 가격을 낮춰 홈퍼니싱 시장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메기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까사미아 코엑스점에 침대와 조명, 의자 등이 진열돼 있다. 사진 까사미아
까사미아 코엑스점에 침대와 조명, 의자 등이 진열돼 있다. 사진 까사미아

2014년 한샘의 매출액은 1조2655억원이었지만,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온 2015년엔 1조7105억원으로 29.1% 증가했다. 지난해엔 2조원을 돌파했다. 홈퍼니싱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많아진 덕분이다. 가격은 이케아가 저렴하지만, 이케아는 소비자가 가구를 직접 조립해야 한다. 매장이 두 곳밖에 없다는 것도 단점이다. 국내 업체들은 수십 년간 갖춰 놓은 유통망이 있다는 장점이 있다.

홈퍼니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자 국내 대기업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세계는 올해 1월 국내 가구 업체 까사미아를 인수했다. 1982년 설립된 까사미아는 감각적인 디자인이 장점이다. 전 직원의 15%가 디자인 인력이고, 디자인 연구소에서 까사미아만의 콘셉트로 가구와 침구·소품 등을 만든다. 장재영 신세계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홈리모델링과 컨설팅, 기업 간 거래(B2B) 사업을 확장해 2023년까지 까사미아 매출을 네 배 가까이 올리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2012년 리바트(현재 이름은 현대리바트)를 인수하며 홈퍼니싱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리바트는 미국 유명 홈퍼니싱 기업 윌리엄스 소노마사 매장 등 20개 매장을 올해 새로 열 계획이다.


plus point

일본 최대 홈퍼니싱 업체 ‘니토리’
가구에서 청소도구까지 모든 제품 판매

일본 도쿄의 니토리 매장에 소파와 탁자 등 가구가 진열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일본 도쿄의 니토리 매장에 소파와 탁자 등 가구가 진열돼 있다. 사진 블룸버그

일본 홈퍼니싱 업계 선두 주자는 ‘니토리’다. 니토리는 현재 기능성 침구류까지 팔 정도로 일본을 대표하는 홈퍼니싱 업체지만, 시작은 홋카이도 삿포로의 작은 가게였다. 고등학교를 간신히 들어갔을 정도로 학교 성적이 바닥에 가까웠고, 전문대 졸업 후 취직한 광고 회사에선 너무 일을 못해 잘렸을 정도로 ‘무능’했던 니토리 아키오(似鳥昭雄) 니토리홀딩스 회장이 1967년 아버지 회사가 보유한 작은 땅(99㎡·30평)을 빌려 가구점을 차린 게 시작이다. 창업 초창기엔 지금처럼 실적이 어마어마한 회사와 거리가 멀었다. 니토리 회장이 자서전 ‘거북이 CEO’에서 “2호점이 생긴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매장 주변에 대형 가구 업체 점포가 들어서 매출이 급감하자 은행에서 신규 대출도 중단돼 가게가 도산 위기에 처했고, 머릿속은 오로지 죽을 생각으로 가득했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지금과 같은 위대한 기업이 된 계기는 미국 견학이다. 자살 충동을 느끼던 그때, ‘가구실내연구소’라는 컨설팅 회사가 주최한 미국 서부지역 시찰 세미나에 40만엔을 내고 참가했다. 니토리 회장은 “미국은 가구 가격이 일본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가구의 품목이나 색상·사이즈 등도 일본에 비해 훨씬 다양했다. 쇼룸에 제품을 전시하는 모습도 색달랐다. 가구만이 아니라 커튼을 비롯한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들까지 조합해 ‘토털 코디네이션’을 선보였다”고 했다. 가구 회사의 규모에 대해서도 “미국에 가보니 가구 소매점들은 모두 체인화돼 있었고, 100개, 200개의 매장이 미 전역에 포진된 경우가 허다했다. 이는 업체가 제품을 대량 구입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품질 좋은 제품을 더 저렴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했다. 그는 “일본도 20~30년 뒤에는 반드시 이런 모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미국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니토리 회장이 20대 때의 일이다.

홈퍼니싱 개념이 없던 일본에 니토리 회장은 조금씩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줬다. 가구 회사는 서랍장·장롱을 파는 곳이지만 니토리는 카펫·커튼을 매장에 갖다 놓으면서 변화를 꾀했다. 3~5년마다 전체 제품의 2~3%씩 새로운 제품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취급하는 상품의 폭을 넓혀 나갔다. 점포망을 확대해 구매력을 높이고 해외 구매, 해외 공장 설립 등으로 가구 가격도 인하해 가벼운 마음으로 가구를 살 수 있게 했다. 지금은 이케아처럼 침대·소파·테이블 등 가구부터 프라이팬 같은 주방용품, 화장실 청소도구, 벽걸이 시계 같은 생활 잡화까지 집 안을 꾸밀 수 있는 거의 모든 제품을 판매한다.

니토리는 2017년에 매출액 5720억엔, 영업이익 933억엔을 기록했다. 지난해 창업 50주년을 맞은 니토리는 1987년부터 31년 연속으로 매출액과 이익이 증가하고 있다.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523개의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이케아는 2006년 일본에 진출했지만 성과는 명성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니토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깔끔한 디자인에 합리적인 가격의 생활잡화 브랜드 무인양품(無印良品)의 가구도 이케아의 경쟁자다. ‘뉴스위크’ 일본어판은 “니토리와 무인양품은 도심에 매장이 있어 퇴근하면서 가구나 잡화를 가벼운 마음으로 사고 싶다는 소비자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으나, 이케아는 교외 매장이 중심이어서 소비자가 차를 타고 나가야 한다”고 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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