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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그레이그라피 스튜디오에서 만난 전힘찬 포토그래퍼. 사진 C영상미디어 조현호

스튜디오 ‘그레이그라피(GRAYGRAPHY)’의 포토그래퍼 전힘찬(33) 대표는 2011년 자신만의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시작한 이후 1년 전까지 기업의 의뢰를 받아 사진을 찍었다. 잡지에 쓸 패션 화보나 광고에 쓸 제품 사진이다. 지금도 이 일을 하고 있다. 5월 29일 오후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그레이그라피 스튜디오 한쪽에선 바닥에 깔린 고운 모래와 키가 1m가 넘는 선인장을 배경으로 여성 모델이 화보를 촬영하고 있었다. 

사진 업계는 지난 10여 년 사이 크게 변했다. 과거엔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스튜디오에 들어가 도제식으로 배우면 고객을 확보해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러나 카메라가 디지털로 바뀌자 촬영이 간단해졌다. 유튜브나 다른 인터넷 채널에서 사진 촬영을 배우기도 쉬워졌다. 그래서 도제식으로 오랜 기간 사진 촬영을 배우지 않은 사람도 포토그래퍼를 직업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전 대표는 그래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기업 고객이 아닌 B2C 사진 촬영에 뛰어든 건 작년 6월이다. 홍보 수단으로는 인스타그램을 택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스튜디오로 찾아와 사진을 찍자 소문이 나면서 팔로어가 확 늘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게 된 계기는.
“(사진 업계 변화로) 경쟁 상대가 많아졌다. 일을 배울 때만 해도 잡지 광고 촬영만으로 불안감 없이 살 수 있었는데, 점점 잡지 숫자가 줄면서 일감이 줄었다. 변신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을 배울 때부터 인물 사진을 좋아했다. 패션 사진을 찍기는 하지만 사진의 주인공은 옷이다. 잡지에 쓸 인터뷰 촬영을 하러 가서 사람을 찍는 게 정말 좋았다. 잡지나 광고 촬영은 포토그래퍼가 기획에 참여를 하긴 하지만 요청에 맞춰 찍어야 한다. B2C를 한다면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요즘은 모델 지망생뿐 아니라 취직 준비생들도 지원서에 넣을 프로필 사진을 전문가에게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분들에게 더 큰 만족감을 주고 싶었다.”

그레이그라피의 일반인 사진은 가족 사진, 연인 사진이나 웨딩 화보도 있지만 개인 프로필 사진이 많다. 프로필 사진에 주력하는 이유는.
“조금은 개인적인 이유다. 작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아들이 사진을 찍는 사람인데도 영정사진으로 쓸 만한 사진이 없었다. 오래 아프셨으니까 언제 돌아가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조금 더 부기 빠지면 찍어 드려야지’ 하다가 어느 날 진짜로 돌아가신 거다. 어머니 사진이 하나도 없어 옛날 가족사진 뒤져서 나온 작은 사진을 스캔해서 확대해 영정사진으로 썼다. 그때 다른 분들 사진을 찍어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이런 사진은 똑같은 배경에 사람만 바꿔 공장 식으로 찍는다. 그런 것 말고, 한 분 한 분 같이 얘기를 하고 어떤 사람인지 파악해 분위기에 맞춰 어떻게 찍을 건지 결정해서 가족사진이나 프로필 사진을 찍는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

B2C 촬영을 시작하면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었나.
“그전에 만들어놓고 안 쓰던 계정이다. 인스타그램은 사용자 이름을 바꿀 수 있으니까, 작년 6월에 그레이그라피로 이름을 바꿔 그때부터 사진 업로드를 시작했다. 사실 도제식으로 사진을 배울 땐 ‘콘텐츠가 중요하다’ ‘겸손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다. B2B 촬영을 할 때는 이런 태도가 괜찮다. 한 클라이언트와 좋은 관계를 쌓으면 다른 클라이언트를 소개해 주신다. 그러면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 잘하고 사진 퀄리티가 좋더라’는 소문이 난다. 

그런데 B2C는 전혀 달랐다. 예를 들어 예약하신 분에게 어떤 조명을 쓰는 게 더 잘 어울리는지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노력을 인정받기 어렵다. 그래서 사진을 더 잘 찍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고 있는 점을 계속 알리려고 한다. 일종의 포장 방법일 수 있겠다. 어떻게 포장해서 파느냐가 아주 중요하다. 포장만 예쁠 때의 부작용도 물론 알고 있다. ‘포장이 예쁜데 본질도 뛰어나다’ ‘소문을 듣고 사진을 찍어 봤더니 듣던 대로 잘 나왔다’는 평가를 받는 게 목표다.”

인스타그램에 적응하기 쉬웠나.
“사실 지금처럼 팔로어가 많아진 것은 유명한 분들 덕분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셀럽(유명인을 뜻하는 영어 Celebrity 의 줄임말)’ 부부가 까만색 강아지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그 뒤 많은 분들이 사진을 보고 찾아 주셨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됐다. 그레이그라피는 B2B 일도 함께하고 있다. 연예인을 촬영하면 팬분들이 여기저기 사진을 공유해 주신다. 그런 사진을 보고 또 많은 일반인들이 찾아 주신다. 사실 B2C 촬영을 하기 전엔 소셜미디어를 즐겨 하지 않았다. 개인 계정이었다면 이렇게 열심히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인스타그램 계정이 회사의 얼굴이고, 우리가 하는 작업을 보여 주는 거니까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하고 매일 시간을 투자한다. 소셜미디어 관리는 직원이 아니라 대부분 제가 직접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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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그래퍼 전힘찬이 촬영해 인스타그램에 올린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 사진 그레이그라피 인스타그램

직접 계정을 운영하면서 보람 있었던 경험을 꼽는다면.
“소셜미디어로 성공한 친구들이 주위에 있어 조언을 많이 받았다. 업체 냄새 덜 나고 주인장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야 ‘진정성’이 느껴진다, 초반엔 예쁘게 사진을 올리다가 어느 정도 조회 수가 늘어나면 ‘이 계정은 누가 운영하는 거지’라고 궁금해하는 사람에게 조금씩 너희를 알리라는 조언이었다. 그래서 제 가족 얘기를 하면서 가족사진을 어떻게 찍는지에 대해 올린 적도 있다. 그랬더니 보통 사진에 달리는 댓글과 전혀 다른, 마치 친구에게 하는 말 같은 댓글이 달렸다. 비슷한 경험을 했고, 어떻게 결정했다는 말씀을 남겨 주셨다. 그래서 진짜 소통,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효과적으로 인스타그램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댓글도 조금이라도 더 성심성의껏 달아 드리려고 노력한다.”

인스타그램 계정과 계정에 올린 사진의 홍보 효과는.
“B2C 촬영을 시작할 때 홍보 채널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많은 온라인 홍보 채널이 있다. 다 테스트를 해 봤고, 지금은 오직 인스타그램으로만 홍보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중심의 소셜미디어이기 때문에, 손님들이 그레이그라피가 어떤 작업을 하고 어떤 취지로 이런 촬영을 하고 있는지 미리 파악하기 아주 쉽다. 예를 들어 네이버에서 ‘강남 사진관’이라고 검색해서 나온 걸 클릭해 전화를 걸어 예약하는 것보다, 인스타그램에서 사진과 글을 보고 예약한 분들이 저희의 작업을 존중해 주는 경우가 더 많았다.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효과도 물론 뛰어나지만, 그레이그라피를 계속 지켜봐 주시는 분들과 만날 수 있다는 게 큰 이점이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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