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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다’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심재원 작가. 사진 C영상미디어 조현호

국내 대형 광고 회사 이노션에서 14년간 일한 ‘심재원 부장님’은 이제 ‘그림에다’라는 필명을 가진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동안 육아휴직을 두 번에 나눠서 썼고, 한 번은 부인, 아들과 함께 핀란드에서 살다 돌아왔다. 현대·기아차, 현대카드, 유명 게임 광고를 제작한 아트디렉터로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던 그가 퇴사를 결심하기는 쉽지 않았다. 40대 초반(올해 41세)인 그에게 ‘가장은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주변의 시선도 퇴사를 망설이게 한 이유였다. 그러나 그는 작년 6월 회사를 나와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가족과 보내는 시간도 더 많아졌고 수입도 퇴사 전보다 더 늘었다.

회사를 다니면서 병행한 인스타그램 덕분이다. 3년 전 한 달간 육아휴직을 하면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그림 육아 에세이를 그리기 시작했고, 업로드는 직장에 돌아간 후에도 계속됐다. 야근이 많은 광고 회사 특성상 새벽 3~4시에 퇴근할 때도 있었지만, 잠 자는 시간을 줄이며 있었던 일들을 그려 올렸다. 그렇게 1년쯤 지나 첫 번째 책 ‘천천히 크렴’을 냈다. 그 뒤 11개월간 두 번째 육아휴직을 내고 핀란드로 떠나 그곳에서 올린 에세이를 모아 ‘똑똑똑! 핀란드 육아’를 출간했다. 얼마 전 나온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는 회사를 나온 뒤 펴낸 첫 번째 책이다.

5월 29일 오후 서울 중구 위워크 을지로점에서 만난 심 작가는 직장을 다니면서 에세이 작업을 병행한다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는 말에 “처음엔 그림 에세이 하나를 올리면 팔로어가 3000명이 늘었다. 많이 놀랐고 그래서 계속 올리게 됐다. 독자분들은 제가 올린 콘텐츠에서 위로받지만, 저는 독자의 뜨거운 반응에 힘을 얻어 꾸준하게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필명 ‘그림에다’는 ‘그림에다가 생각을 담는다’는 뜻을 담았다. 그림에서 주는 임팩트로 세상과 소통해보자는 생각에서 필명을 만들었다.


육아 에세이는 어떻게 그리게 됐나.
“육아휴직을 낼 때는 ‘내 시간’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직장에서 생길 법한 에피소드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작업을 해보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보는 그 순간부터 직장 생각이 하나도 안 나더라. 애 보는 것만으로 정신이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육아 쪽 콘텐츠를 만들게 됐다. 아이를 보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적고 그렸던 게 자연스럽게 육아 에세이로 이어졌다.

어느 날 집에 있으면서 아내의 육아 다이어리를 봤는데, 어느 순간부터 페이지가 비어 있었다. 아이를 보면서 도저히 다이어리를 쓸 짬이 안 났단 거다. 아내에게 점수도 딸 겸, 아내의 육아 일상을 대신 기록해주자고 생각했다. 근데 처음엔 ‘뭘 이런 걸 하느냐’며 아내에게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하하하.”

한국에서 남자 직장인이 육아휴직을 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내가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신청한 첫 남자였다. 회사에서는 ‘알았다’고 했지만, 주변 동료와 선후배들이 많이 염려했다. ‘너 이제 부장 진급해야 하는데 괜찮겠어? 인센티브 괜찮겠어?’라고. 원래는 6개월 쓰려고 했는데, 그래서 한 달로 줄였다. 물론 인사고과에 전혀 영향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금전적인 부분은 조금 잃었지만 아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통해 얻은 게 훨씬 많다. 제 삶의 전환점이 됐고, 지금 이렇게 살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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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원 작가가 그린 육아 에세이. 사진 그림에다 인스타그램

그러고 보니 육아휴직을 두 번 썼다.
“재작년에 남은 육아휴직 기간 11개월을 다 썼다. 핀란드에 가족이 함께 가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쓴 거다. 아내도 육아휴직을 냈다. 핀란드를 다녀와 그곳에서 겪은 경험을 담은 ‘똑똑똑! 핀란드 육아’를 냈다. 직장에선 사람들이 ‘회사를 그만두려는 거냐’고 걱정했다. 사실 계속 회사를 다니면 더 승진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고민 많이 했다. 그러다 밖에 나가 제대로 작업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사표를 냈다.”

그림을 보면 특이하게 등장 인물의 얼굴에 눈, 코, 입이 없다.
“아이의 얼굴, 아내의 얼굴, 제 얼굴을 그리지 않아 독자가 자신의 얼굴을 투영할 수 있다. 그림을 보면서 더 ‘내 이야기’라는 기분을 받게 하고 싶었다. 얼굴은 그리지 않지만, 일반 웹툰과 달리 몸 전체를 다 그린다. 몸의 동선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라는 책은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우리나라엔 ‘아이를 잘 기르는 법’ ‘잘 혼내는 법’ ‘자존감을 살리는 법’ ‘영어 공부를 시키는 법’ 같은 정보와 관련된 책이 굉장히 많다. 엄마·아빠들도 이런 책을 계속 읽는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무슨 책을 읽었는지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아이는 부모와 친밀감을 느껴야 행복해진다.

그래야만 아이가 스스로 행복해지는 방법도 알아가게 된다. 이런 고민은 하지 않고 ‘이런 것은 하지 말아라’와 같은 말만 써 있는 책을 읽는 것이다. 이런 책을 읽으면 엄마·아빠가 스트레스받고, 아이도 스트레스받는다.

책을 통해 엄마들에게 ‘육아를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위로하고 싶었다. 아빠들에게는 어떤 생각을 갖고 육아를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어떤 관계를 맺어야 행복한 가정을 꾸려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썼다. 정보는 하나도 없다. 그러다 보니 엄마들이 정말 많이 읽어주시는 것 같다. 요즘 엄마들이 ‘남편이 이 책을 선물해줬다. 남편에게 같이 보자고 했다’는 댓글을 많이 남긴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덕분에 심 작가는 기업, 정부와 광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엔 LG전자 공기청정기 광고 ‘아이의 숨바꼭질’ ‘아이의 만찬’ 편을 제작했다. 육아 에세이의 콘셉트를 그대로 연결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감성적인 영상이다.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특징이 있다면.
“페이스북은 비즈니스를 위한 도구가 됐다는 느낌이 든다. 기존 유저들이 이탈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많이 보지는 않는 것 같다. 카카오스토리는 아이 키우는 ‘엄마’들이 많이 한다. 카카오스토리는 폐쇄적인 특성이 있어서, 소통을 더 원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엄마들이 인스타그램으로 많이 옮겨갔다. 그렇지만 지금도 지방에선 여전히 카카오스토리를 많이 쓴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에서 소통하는 게 가장 피드백이 빠르다. 출판으로도 쉽게 이어질 수 있다. 네이버는 ‘맘 카페’가 탄탄하게 운영된다는 게 장점이다. 인스타그램이 초기에 이용자를 모으는 데 유용하지만 더 성장하려면 네이버 블로그나 카카오의 ‘플러스친구’ 서비스가 도움이 된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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