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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연 윤현상재 이사. 사진 C영상미디어 김종연

윤현상재는 1989년부터 수입 타일을 전문적으로 팔기 시작했다. 지금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지하 1층, 지상 6층 사옥에 쇼룸을 갖춰놓고 타일을 판매한다. 타일은 집을 신축하거나 기존 건물 내부를 리모델링할 때 쓰이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가 아닌 시공 업체를 상대로 판매하는 게 대부분이다. 매출이 B2B(기업 간 거래)에서 일어난다. 일반 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한 소셜미디어를 운영할 필요가 크게 없는 셈이다.

그러나 윤현상재가 B2B에서 B2C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면서 일반 소비자와의 접점을 마련하고 있다. 5월 24일 오전 논현동 사옥 3층에서 만난 최주연 이사는 “윤현상재는 디자이너에게 잘 알려진 회사다. 하지만 2010년대 초부터 경쟁 회사가 많아지면서 매출이 정체된 상태였다. 그때부터 ‘우리가 한정적인 소비자(디자이너나 시공 업체)만을 타깃으로 판매하는 게 옳은 길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일반 소비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2012년부터 네이버에 블로그를 만들어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글을 올렸다. 최 이사는 “제품을 소개하는 직접적인 마케팅이 아니라, ‘윤현상재는 이런 회사입니다’라는 은유적인 메시지를 담아, 소비자들이 스스로 오고 싶어 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며 “블로그를 시작하고 1년, 2년 지나면서 개인 고객이 많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6년부터는 일반 소비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플리마켓 ‘보물창고’를 열고 있다.

회사명의 윤현(荺呟)은 ‘초목의 새싹이 돋아나는 소리’라는 뜻이다. 늘 새로이 시작하는 생명의 싱그러운 기운을 담아내는 회사로 거듭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상재(商材)는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라는 의미다.


소셜미디어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개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방송이나 잡지에 광고하기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접근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블로그에 건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글을 올렸고 인기가 많아졌다. ‘윤현상재는 자재만 파는 곳이 아니라 디자인 정보를 공유하는 곳’이라고 알리고 싶었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이라는 도구가 생겼고, 인스타그램 계정에 집중해 윤현상재의 인지도가 높아졌다.”

플리마켓인 보물창고가 대규모 리빙페어보다 실속 있다는 평가도 있다. 보물창고를 시작한 이유는.
“처음엔 갤러리 전시를 통해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을 끌어모으려고 했다. 그러나 전시는 대중에게 조금 거리감이 있다. 그래서 보물창고를 기획했다. 거창한 생각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2016년 일반인들 사이에서 인테리어 붐이 크게 일었는데, 그런 붐에 맞춰 ‘인테리어는 하고 싶은데 돈이 부족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시작한 게 보물창고다. 점점 인터넷에서 좋은 자료를 볼 수 있게 됐고, 발품 팔아서 자재를 싸게 사 직접 타일도 붙이고 페인트도 칠하면 큰돈 들이지 않고 인테리어할 수 있다는 게 알려졌다. 보물창고는 그런 이들을 위한 곳이다.”

경기도 광주 윤현상재 물류창고에서 열린 첫 번째 보물창고는 전국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 일대 교통이 마비됐고, 결국 행사가 취소됐다. 긴 시간을 도로에 써가며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분노한 건 당연했다. 윤현상재는 인스타그램에 “멀리서 오셔서 돌아가시게 되신 분, 한 분 한 분 얼마나 분노하셨을지 진심으로 마음이 아프고 저립니다”라며 사과문을 올렸다. 그리고 항의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달며 다시 사과했다.

첫 번째 보물창고 행사 때 올린 사과문 덕에 오히려 더 신뢰를 얻었다.
“정말 난리가 나서 수천 명이 행사장에 들어오지 못하고 돌아갔다. 그 와중에 입장한 사람도 있고, 그런 사람은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리고, 돌아간 사람은 그걸 보고 화를 내고, 아수라장이 됐다. 부산, 강원도에서 오신 분도 있었다. 남편들이 더 화를 냈다. 부인이 가자고 해서 왔는데 차에 갇혀서 부부싸움도 많이 했다고 하더라. 정말 당황했다.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화가 나신 분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풀어드리려면 무조건 사과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날 오신 손님이 다시 본사로 오신 경우 혜택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다시는 보물창고를 열지 말자는 고민도 했다. 두 번째 행사는 본사에서 조용히 진행했다.”

세 번째 보물창고는 현대백화점의 제안을 받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서 열었다. 주제는 ‘리빙 인 인스타그램(Living in Instagram)’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주거공간이 오프라인에 재현된다’는 개념이었다.

인스타그램과 보물창고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윤현상재를 일반 고객들이 알게 된 건 이런 플랫폼을 통해서라고 생각한다. 타일을 윤현상재에서만 파는 건 아니니까. 매출이 늘어난 데 큰 영향을 줬다고 판단한다. 이런 방법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더니 더 많은 사람들이 윤현상재를 인지하게 됐다. 그들 중 일부는 집 고칠 일이 있을 때 윤현상재를 찾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몇 년이 걸렸지만, 로열티가 있는 고객을 확보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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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상재 보물창고 인스타그램 계정. 보물창고 행사를 마친뒤 찍은 사진이다. 사진 인스타그램

윤현상재 공식 계정과 보물창고 계정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보물창고는 제품을 홍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윤현상재 공식 계정은 시공 사례를 올리기는 하지만 제품을 홍보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힌트를 얻고 디자인에 대한 공부를 하는 곳이다. 여기서 ‘가구 사세요, 카페트 사세요’라고 하면 사람들이 싫어한다. 처음에 홍보물을 하나 올릴 때마다 팔로어가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그래서 홍보할 수 있는 보물창고 계정을 따로 만들었다.”

인스타그램에서 많은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는 비결은.
“인스타그램을 제대로 하는 건 힘들다. 시간도 많이 들여야 하고, 어떨 땐 피로도 쌓인다. 매일 하나씩 사람들이 정말 갖고 싶어 할 물건을 만들어낸다면 괜찮겠지만, 그렇게 소개할 만한 것들이 넘쳐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과 끊임없이 교감하려면 대화밖에 없다. 그래서 글을 올릴 때 작성자의 기분이 살짝 느껴지도록 쓴다.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 사이에 있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의 감성이 그대로 드러나게 한 것이 윤현상재가 인스타그램에서 이만큼 커진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이 비결을 물어보면 항상 ‘인스타그램을 직접  운영하세요’라고 말한다.”

※ 이 기사 작성에는 박지영 인턴기자(연세대 국제학과 4년)가 참여했습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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