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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진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서울벤처대학원대학 박사(스마트시티 연구), 한글과컴퓨터 대표, 국회 미래인재육성포럼 대표

‘인터넷 전도사에서 블록체인 전도사로.’

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분당을)을 지낸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회장 진대제) 자율규제위원장 이야기다. 전 위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1998년 한글과컴퓨터(한컴) 대표이사(CEO)에 취임했다. 경영위기에 허우적거리던 한컴을 3년간 이끌며 위기 극복의 선봉에 섰던 그가 블록체인 알리기에 총대를 메고 나선 이유는 뭘까.

전 위원장은 최첨단 자족도시를 설계하는 부동산 기업 시티플랜(Siti Plan) 대표를 겸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주거환경에 관한 연구’로 서울벤처대학원대학에서 박사학위도 받았다. 블록체인에 관심을 두게 된 것도 그가 생각하는 스마트시티의 핵심 가치인 ‘지속가능한 공동체’ 형성에 블록체인 생태계 확립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지난 1월 발족한 사단법인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암호화폐 거래소 23개사와 블록체인 관련 기업 등 69개 회원사를 두고 있다. 전 위원장은 진대제 초대 회장의 권유로 협회 창립멤버로 합류했다. 스마트시티 관련 설명회 참석을 위한 베트남 출장을 하루 앞둔 5월 22일 전 위원장을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했다.


암호화폐 투기 광풍이 블록체인 기술을 가려버린 느낌이다.
“어려운 시기에 한컴 사장을 맡았던 20년 전, 회사를 살리기 위해 ‘인터넷 시대’가 온다고 떠들고 다녔다. 곳곳에서 닷컴기업 설명회가 열렸고 투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취임 당시 주당 500원에 받은 스톡옵션이 2000년 1월에는 주당 5만8000원으로 올랐다. 이후 거품이 꺼지면서 많은 기업이 사기 집단으로 몰렸다. 감옥에 가는 경영인들도 생겼다. 그렇다고 인터넷이 사기로 끝났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몇십조원짜리 기업들도 생겨나지 않았나.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인터넷 열풍을 넘어서는 암호화폐 열풍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높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 10년쯤 지나면 블록체인 기술이 인터넷만큼 대중화될 것이다.”

인터넷은 즉각적으로 편리성을 느낄 수 있었지만 블록체인은 다른 것 같다..
“인터넷이 ‘정보’가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세상을 만들었다면 블록체인은 ‘돈’이 빛의 속도로 이동하는 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란 분산 원장을 통해 이중지불 위험을 제거하면서 누구나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만든 사건에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대단한 업적이지만 초기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편리성과 기능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았기에 이후 여러 종류의 코인들이 생겨났다고 보면 된다.”

그렇다 해도 너무 많은 코인이 난립하고 있다. 가치가 시시각각 큰 폭으로 변하는 것도 문제다.
“블록체인 경제에 초점을 맞춰보면 그런 혼란이 정리될 것이다.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2100만개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 경제에서 기축통화 역할을 한다. 이더리움을 비롯해 이후 생겨난 코인들은 비트코인을 기준으로 가치가 매겨지기 때문에 블록체인 경제 내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 달러의 본원 가치가 미국의 경제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처럼 비트코인의 본원 가치는 블록체인 경제의 위상에 따라 평가될 것이다.”

누구나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이 어떤 이로움이 있을까.
“진정한 자아 실현이 용이한 사회로의 변화를 도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각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블록체인 생태계 확립은 그런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이를테면 음악과 그림에서 하드디스크 저장공간과 헌혈증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토큰화(Tokenization)해서 필요한 사람과 직거래가 가능해질 수 있다.”

‘토큰화’란 상품이나 자산에 대한 권리를 블록체인에서 추적할 수 있는 암호화폐(토큰)로 전환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암호화폐 가운데,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한 경우에는 그 암호화폐를 ‘코인’으로 전환할 수 있다.

현금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블록체인과 관계없이 진행되어 오지 않았나.
“맞다. 그렇다고 과도기적 편리함에 매몰되면 곤란하다. 블록체인 도입은 더 편리하고 발전된 모습으로 현금 없는 사회 구현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인터넷 보급 직전까지 프랑스는 ‘미니텔’이라는 정보통신단말기를 앞세운 정보통신 분야의 최고 선진국이었다. 그런데 미니텔 보급은 이후 인터넷 기술 확산에 걸림돌이 됐다. 블록체인 기술 도입도 기존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나라들이 앞서갈 가능성이 있다.

필리핀의 경우 은행 계좌를 보유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절반도 안 된다. 그런데 스마트폰 보급 대수는 1억대를 넘어섰다. 세계 각지의 필리핀 교민이 본국으로 송금하는 금액은 36조원에 달한다. 이 금액이 코인으로 거래된다고 생각해 보라. 하드웨어(스마트폰)가 깔려있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블록체인 기술 접목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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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보급 직전까지 프랑스에서 널리 사용됐던 ‘미니텔’ 단말기. 사진 트위터 캡처

블록체인 혁명이 투자 관점에서도 의미가 있을까.
“강남 아파트의 절반만 토큰화해서 거래하는 식의 부분 거래도 가능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부동산 투자에 소액 지분 참여가 가능해진다는 이야기여서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물론 토큰화되는 순간 국경을 초월한 거래가 가능해진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이를테면 아프리카에 사는 사람이 강남 아파트 100만원어치 지분을 사들일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지 배척할 것인지는 각국 정부의 선택에 달렸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게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할 수 있나.
“한국에서 ICO(암호화폐공개)가 막히면 스위스나 몰타 등 다른 나라에서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블록체인 경제의 부자들도 어딘가에서 땅을 밟고 살아야 하지 않나. 그들의 경제활동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규제를 풀고 받아들이는 것이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따로 분리해 생각할 수는 없는 건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굳이 그럴 이유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돼지고기의 원산지 추적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원산지 증명과 유통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자체 발행한 토큰을 기반으로 직거래가 가능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진다. 블록체인 경제를 우리 몸에 비유한다면 토큰은 혈액에 해당한다. 피가 온몸 구석구석까지 순환해야 우리 몸이 건강한 것처럼, 토큰이 잘 돌아야 건강한 블록체인 생태계 수립이 가능해진다.”

자율규제의 초점은 어디에 맞추고 있나.
“블록체인 경제의 심장인 거래소 운영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다. 문제가 줄어들면 각 거래소가 속한 국가 정부의 인식 변화를 끌어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거래소 설립 충족 요건에 대한 정부 기준도 없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기준을 만들어서 회원사를 관리하고 신뢰를 쌓아 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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