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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가림 광문고, 전남대 수의학과, 이리온 청담 본점 수의사

장대비가 오락가락 이어지던 5월 17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있는 약국 건물의 계단을 따라 올랐다. 곧 ‘펫트너’라는 이름의 사무실이 눈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강아지와 함께 반갑게 인사한다.

앳된 얼굴의 여성은 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를 뜻하는 ‘펫시팅(pet sitting)’ 전문 스타트업 펫트너의 최가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펫시팅이란 아기돌봄 서비스를 뜻하는 베이비시팅(baby sitting)에서 아기(baby) 대신 반려동물(pet)을 넣어 만든 용어다. 최가림 CEO는 지난해 2월 전남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청담동의 한 대형 동물병원에서 수의사로 근무하던 중 체계적인 펫시팅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같은 해 7월 펫트너를 창업했다.

반려동물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펫시팅 업체 수도 늘고 있다. 국내 펫시팅 산업 자체가 초창기이긴 하지만 펫트너는 자신들의 서비스 범위와 전문성은 국내 최고라고 주장한다. 320여 명에 달하는 펫시터(반려동물 돌봄 서비스 제공자) 전원이 수의사나 수의대 재학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창업한 지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전국 서비스를 하고 있다. 어떻게 가능했나.
“전국에 수의대가 있는 학교는 10곳에 불과하지만 지방 국립대를 중심으로 강원·충청·전라·경상·제주 등에 널리 퍼져 있다. 이들 학교의 재학생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단기간에 서비스망을 구축할 수 있었다.”

최근 생명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애완견 등 동물 관련 산업이 발전하면서 수의학과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수의과대학은 전국에 10개가 있으며, 서울에는 서울대와 건국대 등 2개밖에 없다. 교육 과정은 총 6년으로 2년간의 수의예 과정과 4년간의 수의학 본과 과정으로 나뉜다.

운영 방식과 수익모델이 궁금하다.
“학교마다 매니저를 두고 운영과 교육을 일임한다. 돌봄 의뢰는 펫트너 홈페이지를 통해 받는데, 별도 앱을 만들 예정이다. 일단 접수가 되면 대응 가능한 펫시터들이 지원한다. 최종 결정은 고객 몫이다. 비용은 기간과 서비스 종류, 반려동물 상태 등에 따라 세분화돼 있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반려동물이나 대형견은 요금이 올라간다. 본사는 책정된 요금의 20~25%를 수수료로 받는다. 지금까지 서비스를 이용한 반려동물의 60%는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였다. 수의학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대상이다.”

펫시터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현재 320여 명의 펫시터 중 15명이 수의사고 나머지는 수의대생이다. 수의사나 수의대생 중에서도 동물에 대한 애정, 책임감과 경험 등을 기준으로 본사 통화와 매니저 면접을 거쳐 선발한다. 수의대마다 유기동물 관련 봉사 동아리가 있는데 활동 경력이 있으면 뽑히는 데 유리하다.”

수익성은 어떤가.
“초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아직 수익을 많이 내는 단계는 아니지만 창업 이후 매달 평균 24% 정도 성장하고 있다.”

어떤 부분에 비용이 많이 드나.
“사업 초기에는 이름을 알리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검색 포털의 키워드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을 많이 썼다. 홈페이지도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어서 보완하는 데 추가 비용이 예상된다. 좋은 인재를 뽑는 데도 비용이 꽤 들었다. 하지만 중요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현재 디자인·개발·기획 담당자를 각각 따로 두고 있다. 창업 후 5개월간 모든 것을 혼자서 했기 때문에 성장이 더뎠다. 물론 그런 과정이 향후 사업 방향을 정하고 팀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는 큰 도움이 됐다.”

수의사라는 본업이 따로 있는 경우 성의 있는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지 않나.
“그렇지 않다. 본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수의사들의 평판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펫트너의 서비스 재이용률은 53%에 달한다. 성의 없이 대응한다면 이루기 어려운 성과다. 이와 별개로 펫시팅 업무에 몰입하는 과정에서 본인 스스로가 ‘힐링’을 체험하는 수의사도 적지 않다.”

힐링 체험이라니.
“수의사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직업이다. 반려동물을 사랑해서 선택한 직업인데 늘 아픈 동물들만 보니 마음이 편할 리 없다. 수의사를 보면 겁부터 내는 동물도 많다. 사람을 상대하는 병원과 달리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보호자가 거부하는 경우도 많다. 반려동물을 안락사시키는 과정에서 트라우마도 생긴다. 건강이 좋지 않은 반려동물을 펫시팅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의사들이 동물병원에서 겪는 상황보다는 낫다.”

경쟁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한 전략은.
“유능한 인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험이 쌓이고 능력이 입증되면 수수료를 차감하는 방식으로 혜택을 주고 있다. 고양이 전문 병원을 시작으로 차별화된 전문성을 보유한 동물병원과의 의료 서비스 제휴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캣트너’라는 이름으로 별도의 고양이 전문 돌봄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고양이 관련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애묘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바쁜 직장인들 중에는 강아지보다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고양이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는 ‘반려묘’ 숫자가 반려견 숫자를 넘어선 지 오래됐다. 일본에서는 최근들어 고양이를 키우는 비율과 강아지를 키우는 비율이 비슷해 졌다.”

경쟁이 과열될까 걱정될 수도 있는데.
“동종 업계에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아직은 수요에 비해 시장의 파이가 충분히 크지 않기 때문에 경쟁 업체라 하더라도 잘하는 곳이 늘어나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단 ‘사고를 치는’ 업체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단계에서 어떤 업체가 문제를 일으키면 펫시팅 업계 전체의 이미지가 나빠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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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산업의 역사가 긴 서구에서는 ‘펫 시팅’ 서비스가 보편화 되어 있다. 사진 트위터 캡처

반려동물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특이한 동물을 돌봐달라는 부탁 때문에 당황한 적은 없나.
“수의학과에서 개나 고양이에 대해서만 배우는 건 아니다. 닭과 소·돼지·산양·말 등 가축에서 조류와 어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물에 대해 공부한다. 닭과 토끼·도마뱀·앵무새 등을 돌봐달라고 부탁하는 고객도 있었다. 필요한 경우에는 특수 동물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수의사의 도움도 받고 있다.”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시장이 커진다니까 무작정 뛰어드는 일이 있어 걱정된다.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과 지식, 경험이 없다면 아예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 것이 반려동물과 본인을 위해 현명한 선택이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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