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필화 하버드대 경영학 박사, 독일 빌레펠트대 초빙교수,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학장

“혁신은 돈이 아닌 사람과 문화에서 나온다.” 유필화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중견기업이 성장하기 위해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 분야에만 집중해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며 독일의 강소기업, 즉 ‘히든 챔피언’에서 한국 중견기업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개발(R&D)의 연속성과 연구원(마이스터·전문 기능인력)을 존중하는 문화가 바로 히든 챔피언이 혁신할 수 있는 힘”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에서 중견기업이 왜 중요한가.
“고용 창출은 물론 한국 경제의 지속 성장을 위한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경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반대로 보면 대기업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중견기업이 대기업의 협력업체 형태로 성장했다. 중견기업이 성장하려면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앞으로 10~20년 동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히든 챔피언’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실력을 갖춘 중견기업을 배출하는 것은 한국 경제에 절체절명의 과제다.”

중견기업이 어떻게 대기업 의존도를 줄일 수 있을까.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한 분야에만 집중해서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대기업의 단순 협력업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세계 시장을 무대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국내 중견기업이 성장하려면 전문성, 세계화 두 가지 전략을 무조건 펼쳐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답이 없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R&D,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히든 챔피언을 보자. 이 기업들은 시장(고객)과 기술 두 요소를 적절히 조화시킨 전략을 펼쳤다. 독일 대기업에서는 1년에 한 번이라도 고객과 만나는 직원이 전체의 5% 정도인데, 히든 챔피언은 그 비율이 25%에 달한다. 고객을 이해하고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것이 바로 혁신이다.

R&D의 경우, 히든 챔피언은 연구원 수도 적고 예산도 많지 않다. 한국의 중견기업과 비슷하다. 그런데 그들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차이는 단순하다. 한 분야만 오랫동안 연구했기 때문이다. 특히 히든 챔피언에 속한 연구원(마이스터)은 회사를 거의 옮기지 않는다. 그들을 존중하는 문화가 회사 내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혁신과 R&D는 돈이 아닌, 사람과 문화에서 나온다.”

한국의 경우,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줄 때 내는 상속세가 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상속세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진국 대부분이 상속세를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개인 자산에 대한 상속세는 몰라도 기업에 관한 상속세는 기업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2, 3세 오너 경영자가 상속세로 인해 너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기업을 물려받을 역량이 충분한지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부의 중견기업 지원을 어떻게 평가하나.
“중견기업을 지원한다면서 울타리를 만들어 대기업과 경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잘못됐다. 한국 중견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온실 속 화초(중견기업)로는 성장하지 못한다.

정부의 지원은 기업이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기술을 개발 수 있는 지원책을 펼쳐야 한다. 단순 자금 지원은 효과가 없다. 대학교, 연구소와 연계해 실제로 중견기업의 연구 능력, 기술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박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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