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뷔통은 미국의 대표적인 길거리 패션 브랜드 ‘슈프림’과 협업해 주목받았다. <사진 : 루이뷔통>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명품 업계에서 ‘온라인 쇼핑’은 금기와 같았다. 클릭 몇 번으로 제품을 어디든 배송해주는 온라인 거래가 이뤄지면 명품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거래에서는 제품의 신뢰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 시장에 대한 명품 업체의 인식이 바뀌었다. 온라인 시장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며 명품 브랜드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최대 명품 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급기야 그룹이 보유한 브랜드는 물론 경쟁 브랜드 제품까지 판매하는 종합 명품 온라인 쇼핑몰을 구축했다. 명품 업체들이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는 소비 변화에 맞춰 변화를 시작한 것이다.


온라인 소비자 구매금액이 50% 더 많아

LVMH는 지난 6월 그룹이 소유한 백화점 ‘봉마르셰’의 온라인 사이트인 ‘24세브르닷컴(24Sevres.com)’을 개설하고 루이뷔통·디오르·펜디 등 그룹이 보유한 20개 브랜드뿐 아니라 구찌·프라다 같은 경쟁업체 제품 등 150여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세계 75개국에 직배송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난 7월에는 중국에서 온라인 사이트를 열었다. 베이징·상하이를 포함한 중국 12개 도시에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루이뷔통 온라인숍에서는 중국 소비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

LVMH가 전략을 바꾼 이유는 온라인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를 외면해서는 지속적인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명품을 할인 판매하는 ‘길트(gilt)’나 ‘오트룩(HautLook)’ 같은 온라인 편집숍에서 LVMH 제품이 이미 판매되고 있다. 온라인으로 명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봉마르셰 백화점을 포함해 오프라인 매장의 판매는 줄어들고 있다.

물론 명품 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이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7% 정도로 작지만, 지금의 성장세가 이어진다면 온라인 명품 판매 비중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명품의 온라인 판매 비율이 2020년 12%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다가 온라인 소비자의 씀씀이가 더 크다. 엑산BNP파리바에 따르면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이용하는 소비자의 구매 금액은 오프라인 매장만 방문하는 소비자보다 50%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시장 변화를 감지한 LVMH는 지난 2015년 애플뮤직의 수석디렉터 이안 로저스를 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영입해 그룹의 온라인 소매 확장 사업을 맡겼다.

다양한 시도는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와 중국 소비 지출 감소, 유럽 테러 사태 등의 영향으로 명품 업계 매출이 감소하며 LVMH 영업이익도 2013년 60억유로에서 2014년 57억유로로 감소했지만 2015년 회복세를 보이며 66억유로로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70억유로였고, 올해 상반기에도 36억유로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주가도 상승세다. 프랑스 파리증권거래소에 상장된 LVMH 주가는 지난해 8월 155유로 수준에서 거래됐는데 올해 꾸준히 상승하며 이달 210~220유로에서 거래되고 있다.



루이뷔통이 올해 개설한 종합 명품 온라인 쇼핑몰 ‘24세브르닷컴’. <사진 : 24세브르닷컴>

로고 무단 도용했던 ‘슈프림’과 협업

LVMH의 새로운 실험은 유통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을 제작하는 시도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프랑스 파리패션위크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과 미국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슈프림’의 협업이었다. 스케이트보더들이 입는 옷을 만들며 패션 사업을 시작한 슈프림은 2000년 루이뷔통 로고를 무단 도용해 법정 고소까지 갔던 브랜드다. 고급스러움보다는 자유분방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인 루이뷔통 로고가 슈프림 데님, 재킷, 가방에 들어간 것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협업 제품을 판매하는 세계 각국의 팝업 스토어는 문을 열자마자 제품이 동났고, 중고 시장에 나온 협업 제품의 가치는 수십배로 치솟았다. 세계 패션 업계의 관심도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루이뷔통이 이번 협업을 통해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나 합리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는 선택받지 못한 브랜드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해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며 새로운 시대에도 어울리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plus point

루이뷔통 온라인 혁신 주도한 이안 로저스 최고디지털책임자


이안 로저스 LVMH 최고디지털책임자. <사진 : 이안 로저스 트위터>

LVMH는 온라인 소매 채널을 확대하기 위해 2015년 애플뮤직 수석디렉터로 일하던 이안 로저스를 영입했다. 미국 고센 출신인 로저스의 이력서에는 명품 브랜드 경력이 전혀 없다. 인디애나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유명 힙합 밴드 ‘비스티보이스’의 로드매니저로 일하며 디지털 음반 작업 제작을 주도했고 이후 널소프트, 비츠뮤직, 야후, 애플뮤직에서 웹마스터 등 IT 전문가로 일했다.

LVMH는 로저스가 음악 시장의 디지털 전환을 경험한 것에 주목했다. CD 같은 음반에 담겨 소비되던 음악은 이제 컴퓨터 파일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로 판매된다. LVMH는 명품 소비 역시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매장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로저스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로저스는 LVMH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LVMH에 합류한 로저스가 내놓은 첫번째 결과물은 지난 6월 개설된 ‘24세브르닷컴’이다. 지난달에는 중국에서 LVMH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했다. 앞으로 로저스의 역할은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 판매를 늘리는 데 집중될 예정이다. 로저스는 “성장 잠재력이 큰 온라인 명품 채널의 발전은 아직 초기 단계”라며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온라인에서 명품 판매를 늘리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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