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하남시 광암동의 땡큐마켓 물류창고에서 직원들이 중고 옷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경기도 하남시 광암동의 땡큐마켓 물류창고에서 직원들이 중고 옷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에서 사람들은 아이폰 이어폰 줄을 끊고 에어팟이라며 당당하게 사진을 올리기도 한다. 돈을 입금받자마자 잠수 타는 ‘먹튀(돈 먹고 튀기)’ 피해를 봤다는 사람도 끊이지 않는다. 중고나라는 전 국민의 절반이 사용하는 거대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카페가 개설된 2003년부터 사기 관련 잡음 및 불편 사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틈을 타 당근마켓과 번개장터 등 새로운 중고 거래 플랫폼이 신뢰 및 편리성을 무기로 내세우며 다양한 전략으로 중고나라의 상징성에 도전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이웃사촌 간의 직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2015년 출시된 당근마켓에선 거주지에서 최대 반경 6㎞ 내에 있는 이용자와의 거래만 진행된다. 다시 말해 서로 슬리퍼 신고 마트 가는 길에서, 바쁜 출근길 지하철에서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동네 주민끼리의 거래다. 당근마켓 최정윤 마케팅팀장은 “기존 중고 거래는 택배배송과 선입금 위주라 사기가 빈번했다”며 “당근마켓에서는 동네에서 얼굴 보고 거래가 이루어지다 보니 사기 위험성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서울처럼 매물이 자주 올라오는 지역은 최대 반경 4㎞ 내로 거래를 제한하다 보니 한 번 거래한 사람과 계속 만날 확률이 커 사기를 치기 더 어려운 환경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당근마켓은 주 소비자층인 30~40대 여성 사이에서 ‘맘카페’가 되면서 강력한 신뢰 기반을 얻었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격만으로 움직이는 경직된 기존의 중고 거래 시장과는 달리 거래 비용이 비교적 낮으며 신뢰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수평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인 ‘커뮤니티’가 당근마켓에서 형성됐다”고 말했다. 당근마켓 애플리케이션(앱)에는 중고 거래와 별도로 ‘동네생활’ 게시판이 있어, 동네 주민들이 인근 맛집과 학원을 추천하고 요리 팁과 육아 이야기 등 일상을 공유한다. 이 교수는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서 친한 친구에게 물건을 파는 것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모바일 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쇼핑 외 목적으로 앱을 사용하는 고객이 늘면서 당근마켓 앱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3월 446만 명을 기록하며 번개장터(134만 명)를 앞질렀다.


안심결제, 덕질 코너…다양한 전략 등장

번개장터 역시 거래 신뢰도를 높이며 또 다른 중고 거래 플랫폼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2010년 출시된 번개장터는 일명 ‘먹튀’ 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자체 안심결제(에스크로) 서비스인 ‘번개페이’를 제공한다. 구매자가 3.5%의 수수료를 내면, 택배 거래와 직거래 시 거래가 합의되면 구매자가 미리 결제한 금액을 번개페이가 보관하고 있다가 상품 전달이 완료되면 판매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12월 번개장터 월 거래액 약 1000억원 중 번개페이로 결제한 금액이 10%를 넘기면서 에스크로 거래액은 전년보다 111% 성장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과 신뢰를 기본으로 하는 거래에서 사기 발생 비율이 높다 보니 소비자는 돈을 더 부담해서라도 안전장치를 찾기 마련”이라고 했다.

번개장터는 더 나아가 자신만의 취향을 가진 ‘덕질’하는 1020세대라는 명확한 소비층을 중심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번개장터 중고 거래 카테고리에는 아이돌 팬이 CD 및 각종 기념품을 거래할 수 있는 ‘스타굿즈’ 코너, 프라모델, 애니메이션 피겨 등 희귀품을 거래하는 ‘취미/키덜트’와 ‘희귀/수집품’ 코너 등이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오타쿠(어떤 분야에 몰두하며 마니아 열성을 가진 사람) 문화와 이들을 위한 시장은 이전부터 오프라인에 있었다”며 “최근 이들을 위한 거래 플랫폼이 증가하면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틈새시장도 함께 커졌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특정 분야 관련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버티컬 전략’을 사용하는 중고 거래 플랫폼도 등장했다. ‘팔라고’는 기프티콘 및 모바일 상품권을 사고 파는 중고 거래 앱이다. 소비자들은 커피 기프티콘, 영화 할인권, 도서상품권 등을 정가보다 싸게 팔고 구매할 수 있다. ‘필웨이’는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으로 샤넬, 카르티에 등 다양한 명품의 중고 거래가 이루어진다.


plus point

땡큐마켓 체험기
귀차니스트 기자를 위한 ‘대신’ 중고 거래

서울시 도곡동에 있는 기자의 집에서 땡큐마켓 직원이 전용 앱으로 중고책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서울시 도곡동에 있는 기자의 집에서 땡큐마켓 직원이 전용 앱으로 중고책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경기도 하남시 광암동의 땡큐마켓 물류창고 검수대에서 직원이 깨끗이 닦은 중고책을 사진 찍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경기도 하남시 광암동의 땡큐마켓 물류창고 검수대에서 직원이 깨끗이 닦은 중고책을 사진 찍고 있다. 사진 이소연 기자

이것도 저것도 다 싫은 ‘귀차니스트(귀찮음을 자주 겪는 사람)’는 어떡 할까. 지금까지 소개된 기존 중고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물건 사진 찍기, 포장, 흥정하기가 귀찮은 사람들 말이다. 기자는 물건을 내놓았더니 대뜸 막무가내로 무료 나눔을 해달라는 사람들과 언쟁이 불편했고, 물건 포장도 귀찮았다. 그래서 기자는 이 모든 과정을 대신해줄 사람, 아니 기업을 찾았다. 바로 직원이 직접 집까지 와 중고품을 픽업해가고, 물건을 세척, 개보수해 나 대신 인터넷으로 팔아주는 중고 거래 앱 ‘땡큐마켓’이다. P2P(개인 간 거래)가 아니라 P2C2P(개인·기업·개인 간 거래)라고나 할까.

5월 8일 오전 11시, 서울시 도곡동에 있는 기자의 집 현관문을 열자마자 땡큐마켓 직원 박훈씨가 마주한 건 거실 바닥에 수북이 쌓인 각종 어린이 만화책 수십 권과 오래된 핸드백 한 뭉텅이였다. 박훈씨는 분주하게 직원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보물찾기 시리즈’ 책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책을 훑어보며 물건 상태는 미개봉, A 좋음, B 보통, C 나쁨 중 ‘B’를 선택했다. “이거 진짜 저 초등학교 때 베스트셀러에 장난 아니었어요”라는 기자의 말에 “그래도 오래됐잖아요”라며 박훈씨가 웃었다. 웃다보니 5분이 지나고 알람이 울렸다. 사무실에서 직원이 사진을 보고 내부 데이터베이스(DB)를 확인해 적정 가격을 박훈씨에게 보낸 것이다. 기자는 현장에서 바로 적정 금액 1만5000원을 계좌로 받았다. 핸드백 등 잡화류는 물류창고에서 직원이 직접 보면서 가격을 측정한다고 한다.

이후 과정도 지켜보기 위해 땡큐마켓 트럭을 타고 1시간을 달려 경기도 하남의 물류창고에 도착했다. 물류창고 3층 검수대에서 직원 김현옥씨는 책은 한 장씩 넘겨보며 낙서가 있는지 확인하고, 핸드백은 흠집, 오염, 변색이 있는지 체크했다. 함께 트럭에 싣고 온 유아용 장난감은 배터리를 일일이 다 끼워보며 작동하는지 확인했다. 꼼꼼하게 세척한 물건들은 직원 배주희씨가 쨍한 스튜디오 조명 아래 하얀 배경에 세워두고 다양한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다. 이날 물류창고에서는 핸드백 등 잡화류 가격으로 8000원을 입금해줬다. 3일 뒤, 땡큐마켓 사이트에는 기자가 판매한 책들에 마진이 붙어 한 권당 2100원에 올라왔다. 이로써 구매자와는 말 한 번 섞지 않고 물건을 팔 수 있었다.

한창우 땡큐마켓 대표는 “이용자의 절반은 중고 거래 경험이 전혀 없는 분들이다”라며 “기존 중고 거래를 불편하게 여기는 소비자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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