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올해 우승을 차지한 한국 두산 베어스, 미국 워싱턴 내셔널스,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사진 연합뉴스, 각 구단 홈페이지
왼쪽부터 올해 우승을 차지한 한국 두산 베어스, 미국 워싱턴 내셔널스, 일본 소프트뱅크 호크스. 사진 연합뉴스, 각 구단 홈페이지

“나가자. 싸우자. 우리의 베어스. 두산의 승리를 위하여!”

10월 23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프로야구 결승전) 2차전 현장. 9회 말 경기를 끝내는 안타가 터지자 홈 팀 두산 베어스의 팀 응원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두산 팬들이 위치한 1루 쪽 응원단상에서 축포가 터졌고 팬들은 두산 베어스의 홈 유니폼과 같은 색인 흰 풍선을 흔들며 승리를 만끽했다.

매년 약 800만 명이 국내 야구장을 찾는다. 한국시리즈 기간에는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날 경기 당일까지 한국시리즈는 22경기 연속 매진 행렬을 기록하는 등 야구팬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경기 시작 전부터 두산 베어스의 흰색 유니폼과 키움 히어로즈의 버건디색 유니폼을 입은 수많은 팬으로 야구장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뤘다.

야구장 내에 있는 두산 베어스 전용 굿즈(상품) 판매점 ‘베어스 하우스’에는 두산과 관련된 다양한 굿즈를 구매하려는 팬으로 긴 줄이 이어졌다. 베어스 하우스에는 유니폼, 가을 점퍼, 모자는 물론 휴대전화 케이스와 마스크팩, 보디워시 등 다양한 구단 관련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5회까지 2 대 2로 팽팽하던 경기는 6회에 키움이 3점을 얻으며 5 대 2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경기장 3루 쪽에 있는 키움 팬들은 가수 조용필의 노래 ‘여행을 떠나요’를 함께 부르며 흥을 돋웠다. 하지만 9회 말 두산의 마지막 공격 기회에서 경기가 요동쳤다. 타자들의 연속 출루로 5 대 5 동점 상황이 연출됐다. 경기를 끝내는 두산 박건우 선수의 안타가 나오자 경기장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가 됐다. 이날 극적인 역전승으로 한국시리즈 2승째를 챙긴 두산은 기세를 몰아 이후 2승을 더해 10월 26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두산과 키움은 공통점이 있다. 두 팀 모두 큰돈을 주고 스타 플레이어를 데려오는 팀이 아니다. 대형 스타에게 의존하지 않고 2부 리그 활성화 등 시스템적인 야구로 승승장구해 결국 결승전에서 만났다. 두산은 2015년부터 5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그러나 그동안 대형 선수들을 계속 놓쳤다. 2018년 민병헌(4년 80억원), 김현수(4년 115억원), 2019년 양의지(4년 125억원) 등은 타 팀으로 이적했다. 두산이 스타 플레이어 유출에도 우승을 거둔 비결은 이른바 ‘화수분 야구’라고 불리는 2군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졌기 때문이다. 재물이 계속 나오는 보물단지를 의미하는 화수분처럼 1군 선수 못지않게 활약해주는 어린 유망주가 구단 내에서 계속 양성되는 시스템이다.

키움은 정규시즌 3위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왔다. ‘돈의 논리’가 지배하는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돈을 지출하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움 선수단(43명, 신인 및 외국인 선수 제외)의 총연봉은 56억9400만원으로 10개 구단 중 9위다. 총연봉 1위에 오르고도 정작 순위에서는 최하위에 그친 롯데 자이언츠(101억8300만원)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는 철저히 각본대로 전략을 실행하고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팀이 우승했다. 워싱턴 내셔널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월드시리즈에서 경합을 벌여 10월 31일(한국시각) 워싱턴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워싱턴의 승리는 전략적인 판단이 성과를 거둔 사례다. 워싱턴은 캐나다 구단 몬트리올 엑스포스를 인수해 지난 2005년 창단했다. 워싱턴은 창단 후 6년 동안 5번이나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이는 워싱턴의 의도된 전략이었다. 노골적인 ‘탱킹(우수 신인 지명을 위해 성적을 포기하는 전략)’을 통해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브라이스 하퍼라는 투타의 핵심 선수를 얻었다. 워싱턴은 두 선수가 풀타임 빅리거로 활약한 2012년, 창단 8년 만에 처음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올해는 최초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거뒀다. 워싱턴의 ‘원투펀치’ 투수 스트라스버그(연봉 약 448억원)와 맥스 슈어저(약 438억원)는 올해 MLB 최고 연봉 1, 2위에 올라 있다. 워싱턴의 올해 연봉 총액은 약 2305억원(30개 구단 중 5위)으로 휴스턴(약 2200억원·7위)보다 많다.

일본 프로야구는 자금력과 신인 육성책이 결합한 소프트뱅크 호크스가 일본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소프트뱅크는 최근 6시즌 중 5번 일본시리즈를 제패하는 기염을 토했다. 소프트뱅크는 한신 타이거스나 요미우리 자이언츠처럼 스타 선수가 많은 유서 깊은 명문 구단은 아니다. 소프트뱅크는 2군은 물론 3군까지 운용하면서 선수를 육성한다. 선수 선발과 육성 시스템 면에서 단연 일본 프로야구 톱이며 최근 성적이 성과를 증명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호크스는 모기업 소프트뱅크 회장이자 구단주인 손정의 회장이 적극적으로 자본을 지원하는 팀이다.


10월 23일 오후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서울 송파구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 사진 김두원 인턴기자
10월 23일 오후 한국시리즈 2차전이 열린 서울 송파구 서울종합운동장 야구장. 사진 김두원 인턴기자

프로리그와 함께 성장하는 스포츠 산업

한·미·일 가을야구는 서로 다른 이유로 승패가 갈렸다. 한국은 신인 육성책, 미국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 스타 선수 영입과 변칙 전략, 일본은 자본력이 결합된 신인 육성책이 승리의 이유였다. 하지만 한·미·일 프로야구 모두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점차 산업화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브스코리아’에 따르면 한국 프로야구단의 경제적 가치는 1조4000억원으로 평가된다. 미국 MLB는 연 매출액이 12조원에 달한다.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에 이은 세계 두 번째 규모다. 일본 프로리그의 모기업은 신문사나 철도 회사 등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프트뱅크 등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팀을 키우고 있다.

다른 프로리그도 점차 거대해지고 있다.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프로리그인 NFL 수퍼볼 경기의 1초당 광고비는 2억원이다. 미국 프로농구(NBA)의 전설 마이클 조던은 은퇴 후에도 자산 가치가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전 세계 부호들은 영국프리미어리그(EPL) 구단에 눈독을 들인다. 수익성이 아닌 우승 트로피가 그들의 목표다.

‘이코노미조선’은 이번 커버스토리를 통해 ‘스포노믹스(스포츠와 경제학의 합성어)’의 의미와 다양한 사례를 살펴봤다. 1950년대에 등장한 스포노믹스는 프로리그의 등장과 함께 발전하고 있다. 또 해외 진출 방안 등 국내 스포츠 산업 발전을 위한 전문가 제언도 담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초 발간한 ‘2017스포츠산업백서’에 따르면 세계 스포츠 산업 규모는 약 1519조원이었다. 한국은 약 75조원으로 점유율이 4.9% 수준에 불과한 상태다. 가을야구는 이제 막 끝났다. 그러나 프로농구와 프로배구 등 겨울 스포츠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김문관 차장, 김두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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