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아줌마 ‘아주미’들을 노리는 온라인 사기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젊은 아줌마 ‘아주미’들을 노리는 온라인 사기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생후 4개월 된 아이를 둔 김모(38)씨는 지난달 육아용품을 공동구매했다가 낭패를 봤다. 그는 마트보다 두 배 이상 저렴한 가격에 분유, 기저귀, 물티슈를 구매할 수 있다는 홍보글을 보고, S공동구매 온라인 카페에서 네 차례에 걸쳐 주문을 넣었다. 입금 금액만 58만8000원. 하지만 배송 예정일이 지나도 제품은 오지 않았고, 판매자는 “순차적으로 환불을 진행하겠다”는 공지를 남기고 한 달 가까이 잠적한 상황이다.

김씨는 “‘세이베베’에 홍보글이 올라와서 미처 의심할 수 없었다”면서 “같은 엄마들끼리 아이 물건에 사기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육아 커뮤니티 세이베베는 임신 경험이 있는 부모만 활동 가능한 대표적 육아 커뮤니티다. 초음파 사진을 보는 애플리케이션으로 병원에서 초음파 바코드 인증을 해야만 가입이 가능하다.

엄마들은 아이가 있는 사람끼리는 투명하게 거래할 것이라는 ‘육아 연대감’을 갖기 쉽다. 사기 거래를 잘 의심하지 않는 환경인 것이다. 지난해 맘카페를 뒤흔든 ‘미미쿠키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미미쿠키 사건은 맘카페에서 입소문을 타고 알려진 유기농 수제 쿠키 브랜드 ‘미미쿠키’가 대형마트 코스트코 제품으로 밝혀져 논란이 된 사건이다. 당시 판매자는 상호 ‘미미쿠키’의 ‘미미’가 사장 부부 아들 태명이라고 홍보했고, 엄마들은 ‘자식의 이름을 건 장사는 믿을 만하다’는 판단하에 쿠키를 샀다.

S공동구매 카페 거래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재 판매자를 경찰에 고소하기 위해 모인 단체 카카오톡방에는 피해자만 100여명에 이른다. 대부분 육아 커뮤니티에서 홍보글을 보고 공동구매에 참여한 이들이다. 세이베베를 비롯해 인스타그램에 ‘분유 공구(공동구매)’를 검색하거나, 페이스북 육아 커뮤니티에서 같은 공동구매 홍보글을 보고 물건을 구매한 피해자도 있다.

엄마들의 구매력을 노린 사기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어린 아들을 키우는 주부 박모(38)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360여명의 엄마들을 상대로 기저귀와 분유를 공동구매할 수 있다고 속여 전북 완주경찰서에 입건됐다. 박씨는 생활비와 사채를 갚기 위해 3억5000만원을 가로챘다. 2017년 7월에는 신용불량자 성모(55)씨가 여성들만 가입 가능한 육아용품 판매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84명으로부터 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입건되기도 했다.

저렴한 소비를 원하는 젊은 엄마들은 당하기 일쑤다. 인터넷 거래로 품질 좋고 가격대가 높은 제품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공동구매 사기 피해를 본 최모(27)씨는 “젊은 엄마들은 아이에게 좋은 것을 입히고 먹이고 싶어도 경제력이 부족한 사람도 많다”면서 “미심쩍은 마음도 있지만 돈을 아껴보자는 마음에 공동구매나 중고거래로 제품을 구하다가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다른 분유보다 가격대가 높은 ‘산양 분유’가 대표적 예다. 산양 분유는 네덜란드 산양의 원유 공급량이 적어 한 캔당 4만원이 넘는다. 시중 거래가격이 비싸다보니 카페에서 미개봉 제품을 중고거래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아이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아직 따지 않은 캔을 되파는 방식이다. 거래가 많은 만큼 돈만 받고 잠적하는 일도 많다. 피해자들이 소액 거래는 경찰에 잘 신고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실제로 ‘맘스홀릭베이비’ 카페에는 지난달 26일 ‘산양분유 사기 당할 뻔했네요. 이분 조심하세요’라는 글이 올라오고 3일 만에 같은 사람에게 “분유 거래 사기를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게재되기도 했다.


뉴질랜드의 사계절 자연방목 산양유로 만든 분유. 일반 분유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사진 일동후디스
뉴질랜드의 사계절 자연방목 산양유로 만든 분유. 일반 분유에 비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사진 일동후디스

중고거래시 판매자 꼭 확인해야

급기야 맘카페에서는 운영자들이 자체적으로 사기 피해를 예방하는 지침서를 올리고 있다. ‘맘스홀릭베이비’ 카페의 대문에는 ‘중고거래 사기 피해 꼭 알고 예방하세요!’라는 배너가 전면에 배치돼 있다. 카페 운영자는 게시글을 통해 “사기 피해 방지 지침으로는 판매자의 이름, 전화번호, 계좌번호를 확인하고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사이트에 접속해 신상을 조회해야 한다”면서 “카페 전체 게시판에 신상 정보를 검색해 유사 피해 사례가 없는지 알아보고, 확인 가능한 사진을 보내달라고 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사기 예방 앱인 ‘더치트’도 있다. 더치트에는 소비자가 등록한 피해 내용이 담겨 있다. 거래 전에 같은 사람에게 피해당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plus point

믿는 맘카페에 발등 찍힌다

지난달 20일 구리 갈매지구의 A맘커뮤니티 카페에서 ‘필라테스 대전(大戰)’이 일어났다. ‘필라테스 추천해주세요’라는 글에 필라테스 학원을 추천하는 댓글이 달렸다. 처음에는 추천글로 이어지던 댓글이 어느새 특정 업체를 비방하는 방향으로도 흘러갔다.

급기야 해당 비방글에는 ‘계속 닉네임을 바꾸시면서 비방 댓글을 다는데 보기 안 좋다. 다른 회원분들도 동종업계에서 이런 댓글 다는 거 다 안다’라는 대댓글이 달렸다. 상업적 목적으로 본인이 운영하는 필라테스 업체를 홍보하고 타 업체를 깎아내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었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카페 이용자들은 불만을 터뜨렸다. “맘카페 가입하면 정보 많이 얻는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업체 광고글이 많은 것 같다” “좋은 뜻으로 정보를 주려던 분들까지 의심하게 되는 분위기가 안타깝다”는 취지의 게시글과 댓글이 달렸다.

맘카페의 정보 공유 취지가 퇴색되고 상업화되고 있다. 맘카페 대문에는 성형외과나 피부과, 운동 학원 등 홍보 배너가 게재돼 있다. 보통 ‘입점 개념’으로 맘카페 운영자가 업체들에 자리를 내어주는 식이다. J맘카페는 주 1회 홍보글 게재에 월 5만원, 배너 광고와 주 3회 홍보글 게재에 월 15만원, 배너 상단 광고와 주 7회 홍보글 게재에 월 20만원의 돈을 받고 업체들의 홍보를 허용해주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한 달 치 월급이 나온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엄마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는 ‘공동구매’도 맘카페에 돈을 주고 광고하는 경우가 많다. 해당 제품들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식약처는 2017년 영유아 제품을 주로 공동구매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23곳을 대상으로 100개 제품을 점검해 이 중 57개를 불법유통 및 허위‧과대광고로 적발했다. 이런 공동구매는 소위 ‘보따리상’으로 불리는 개인을 통해 거래돼 정품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제품에 문제가 있어도 보상받기 힘들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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