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조호바루 푸테리 하버 지역의 쇼핑가.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푸테리 하버 지역의 쇼핑가.

언제든 ‘풍덩’ 뛰어들 수 있는 수영장을 갖춘 4성급 호텔, 미세먼지 없는 맑은 하늘과 따뜻한 기후, 저렴한 물가 덕분에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과일과 고기, 정부가 주도적으로 투자해 육성 중인 교육 인프라.

최근 아이 엄마들 사이에서 ‘한 달간 살아보기’를 위한 도시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의 모습이다. 열두 살, 열한 살 딸 둘을 둔 엄마 정수연(38)씨는 1월 19일부터 이곳 조호바루에서 두 딸과 함께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

정씨는 아이 엄마들 모임에서 ‘조호바루 한 달 살기’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말레이시아의 공용어는 말레이어이지만, 제2 공용어가 영어다. 아이들이 어학원을 다니며 영어를 배울 수 있고 물가가 싼 데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싱가포르로 여행 다녀오기에도 좋다는 얘기였다. 특히 말레이시아는 싱가포르와 공동으로 조호바루 지역에서 아시아의 미래형 도시 개발사업인 ‘이스칸다(말레이시아 첫 자유경제특구 지역)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인재 양성을 위해 다양한 국가의 국제학교를 유치하고 있다. 자녀의 국제학교 진학을 계획하고 있는 엄마들에게 조호바루가 주목받는 이유다. 조호바루에 있는 국제학교 진학에 앞서 사전 조사 차원에서 조호바루 한 달 살기를 해보는 엄마들도 많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치안 문제가 불거져 나온 필리핀 어학연수 대신 정부가 전폭적으로 교육에 투자하고 있는 말레이시아 조호바루 어학연수가 떠오르고 있다”며 “지난해 8월 진에어가 조호바루 세나이 공항에 직항 노선을 취항하면서 접근성이 더욱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항공비·숙박비·생활비·여행경비 등을 모두 포함하면 두 딸과 내가 조호바루에서 한 달간 사는 데 700만원 정도 들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아깝지 않다”며 “깨끗한 환경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공부도 하면서 즐겁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조호바루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어학원은 이미 인기가 높다. 이 중 한 곳에 두 딸을 보낸 정씨는 “우리 아이들이 다니기 전부터 이미 다섯 가족의 자녀들이 같은 어학원을 다니고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아이도 나도 정말 만족하고 있다”며 “조호바루 한 달 살기에 관심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구 숭의동에 사는 김정미(32)씨는 남자아이 둘을 둔 ‘직장맘(직장인 엄마)’이다. 김씨는 지난달 24일 직장에 휴가를 내고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성산아트홀을 찾았다.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에르베 튈레의 작품 전시회 ‘오! 에르베 튈레 색색깔깔전’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이 체험 프로그램은 에르베 튈레의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전시장을 둘러본 후, 오색찬란한 물감들로 놀이를 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뭐든지 직접 경험해보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오전 11시, 오후 1시 30분, 4시 세 가지 시간대에만 진행되기 때문에 김씨는 휴가를 내고 다녀올 수밖에 없었다. 이 체험 프로그램 가격은 입장권 포함 2만7000원으로 전시회만 둘러보는 일반 입장료(어린이 기준 7000원)보다 4배가량 비싸지만 내 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고 싶은 엄마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사전예약도 쉽지 않은 상태다.

김씨는 사실 자신에게는 1원 한 푼도 철저히 따져가며 쓰는 ‘자린고비’ 엄마다. 예전에는 한 달에 한 번꼴로 즐겨봤던 뮤지컬을,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이후부터는 분기에 한 번씩도 볼까 말까다. 그런 김씨도 아이들을 위한 소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이들을 위한 체험형 전시가 열렸다는 소식이 들리면 당장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예약부터 한다. 김씨는 “어른들에겐 별거 아닌 활동인데도 아이가 정말 재밌어하고 두고두고 오래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참 좋다”며 “내 아이를 위한 ‘특별한 경험’을 쇼핑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요즘 젊은 엄마들은 교육받은 세대로 많은 경험을 하면서 자라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공부가 아닌 경험을 통한 공부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다”며 “내 아이가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자라길 바라는 아주미들의 심리를 중심으로 여행·전시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plus point

“‘큰손’ 아주미 잡아라” 변신하는 키즈카페

그림책 2500권을 큐레이션해 제공하는 그림책 카페 스틸로. 사진 스틸로
그림책 2500권을 큐레이션해 제공하는 그림책 카페 스틸로. 사진 스틸로

내 아이에게 특별한 경험을 시키겠다는 아주미들이 늘어나면서 아이들의 놀이터인 키즈카페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대다수 키즈카페가 장난감을 구비해두고 간단한 음료를 파는 정도였다면 최근에는 과학놀이 교구와 영어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을 갖춰두고 ‘놀이’와 ‘교육’을 연계하거나 아이들이 마사지‧족욕을 받을 수 있도록 스파를 마련해 놓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교육’ 기반 키즈카페를 표방하는 ‘스마트브릭’은 교육열이 높은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건축 테마 블록 수업, 영어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캐리언니’로 유명한 캐리소프트는 여의도 IFC몰에 562㎡(170평) 규모의 캐리키즈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어린이 콘텐츠 ‘캐리와 친구들’의 캐릭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체험과 놀이가 가능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족욕과 마사지를 즐기는 ‘뷰티룸’, 비눗방울을 만들면서 놀 수 있는 ‘버블룸’ 등을 갖추고 있다. 얼마 전 네 살 딸과 IFC몰의 캐리키즈카페를 방문한 황자경(31)씨는 “딸이 평소 엄마가 화장하는 것을 보고 따라 하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는데 마스크팩‧네일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뷰티룸에서 나올 생각을 안 했다”며 “한 번 오면 3~4시간에 4만~5만원을 쓰는 수준이지만 아이가 재밌어해 다음에도 또 올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그림책카페 ‘스틸로’는 문을 연 지 9개월째인데도 사람들로 붐빈다. 약 330㎡(100평) 공간에 총 2500여권의 그림책이 구비돼 있는데, 1일 이용권은 어른‧아이 구분 없이 1만3000원이다. 스틸로가 특별한 점은 꿈, 잠, 요정 등 특정 주제에 맞춰 그림책을 큐레이션(선별)해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한 스틸로는 1~2달에 한 번씩 한 가지 주제를 잡아 전시회를 여는데 이번 달에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명유미 스틸로 큐레이터는 “키즈카페가 아닌데도 아이가 선별된 문화(그림책‧전시 등)를 접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엄마들 덕분에 엄마와 함께 오는 아이 방문객이 늘고 있다”며 “1~2달에 한 번씩 바뀌는 전시도 아이부터 어른까지 전 연령에게 어필할 수 있는 콘셉트로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경희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행‧공연‧전시 등 엔터테인먼트(놀이) 시장의 큰손은 단연 엄마들”이라며 “놀 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까다로운 엄마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필수이기 때문에 점점 더 이색 서비스를 내놓는 곳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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