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지혜씨의 취미는 홈파티다. 콘셉트에 맞춰 요리를 준비하거나 배달음식을 시키더라도 분위기에 맞게 소품과 접시 등을 활용하는 식이다. 1월 19일 사씨 부부가 준비한 홈파티 식탁. 사진 송현 기자
사지혜씨의 취미는 홈파티다. 콘셉트에 맞춰 요리를 준비하거나 배달음식을 시키더라도 분위기에 맞게 소품과 접시 등을 활용하는 식이다. 1월 19일 사씨 부부가 준비한 홈파티 식탁. 사진 송현 기자

#1. 경기도 판교에 사는 회사원 사지혜(34)씨의 취미는 홈파티다. 미혼 시절 혼자 살 때부터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만들어 먹고 어울렸다. 외국 화보나 인스타그램 등을 참고해 지금까지 사 모은 그릇과 테이블보, 촛대 등 홈파티 관련 소품도 제법 된다. 지난해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과 결혼 이후 그의 홈파티는 더 화려해졌다.

1월 19일 찾은 사씨의 집 식탁은 고급 레스토랑을 방불케 했다. 신혼집인데도 8인용 식탁이 손님들을 맞이했다. 사씨는 손님 6명을 맞이하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홈파티 콘셉트를 ‘와인 앤드 다인(Wine and Dine)’으로 정하고 메뉴와 그릇, 소품을 구상했다. 나무 그릇과 미색 접시, 주종(酒種)에 맞는 잔도 여럿 꺼내놨다.

이날을 위해 45일 전부터 저온 보관한 드라이에이징 등심을 수비드(sous vide·진공 포장한 재료를 미지근한 물에서 오랫동안 가열해 맛, 향,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하는 조리법) 방식으로 조리했다. 미처 준비하지 못한 서울 유명 베이커리의 케이크는 전날 밤 잠들기 전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 마켓컬리를 통해 급하게 공수했다. 그가 이 파티를 준비하는 데 쓴 식재료 비용은 20만원(주류 제외) 남짓이다.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인당 최소 8만원 코스로 먹을 법한 요리들이 식탁에 차려졌다.

#2.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살고 있는 주부 김세은(37)씨는 패션에 관심이 많은 두 아이의 엄마다. 외벌이 가정인 만큼 자신을 꾸미는 데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이 돈을 효과적으로 쓰는 게 관심사다. 그래서 그는 인스타그램, 네이버 여성 패션 커뮤니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각종 세일 정보를 얻는다.

최근에는 좋아하는 스페인 여성복 브랜드 ‘빔바이롤라’의 현지 세일 기간에 맞춰 ‘직구(직접 구매)’를 감행했다. 미국·일본 직구는 수차례 해봤지만, 스페인은 처음이었다. 그는 국내 판매가의 반값 수준인 37유로에 백조가 프린팅된 스커트를 결제하고 제품을 배송대행지로 보냈다. 한국인이 스페인 현지에서 운영하는 이 업체는 배송비 10유로 정도를 받고 장씨의 집으로 제품을 보내줄 예정이다. 그가 고른 스커트는 패션 커뮤니티에 세일 정보가 돌자마자 홈페이지에서 금세 완판됐다.

사씨와 김씨의 생활은 ‘이코노미조선’이 취재를 위해 만난 ‘아주미’ 16명의 취향과 관심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가족을 챙기는 한편 취미 생활, 외모 꾸미기 등 자기계발에도 관심이 많은 ‘요즘 30~40대’였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도 지난해 발표한 ‘2019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이 여성들을 주목하며 ‘밥 잘 사주는 예쁜 엄마’로 이름 붙였다. 자신을 희생하고 아이를 위해 밥을 짓는 엄마가 아니라 시중에 나와 있는 각종 제품으로 밥을 챙겨주고, 남는 시간에 자신을 가꾸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는 뜻이다.

이 ‘예쁜 엄마’들은 국내 패션, 식품, 리빙 등 유통 시장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대화방, 취미 생활 커뮤니티 등 각종 네트워크에서 같은 취향·취미를 가진 사람들의 정보 공유가 활발해졌고, 소비시장에서 이들의 힘은 더 커졌다.

대표적인 것이 홈파티 문화다. 특히 지난해 연말 유통업계 트렌드가 ‘홈파티족(族) 잡기’였을 정도로 획일적인 인테리어를 벗어나 공간을 자신의 취향껏 꾸미고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홈파티 기획전’을 통해 판매한 음식 예약 수량은 전년보다 4배 넘게 증가했다.

또 CJ ENM에 따르면 지난해 홈데커레이션 용품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86% 증가했다. 사씨는 “간단히 피자를 배달시켜 먹는 홈파티라도 소품을 갖추는 것을 선호한다”며 “취향에 맞는 소비가 취미”라고 말했다.

프라이빗 쿠킹클래스, 꽃꽂이 문화도 홈파티와 비슷한 갈래다. 인스타그램 게시글 중 ‘#홈파티’는 49만건, ‘#쿠킹클래스’는 23만건, ‘#꽃꽂이수업’은 52만건에 달한다(1월 30일 기준).

식문화도 바뀌고 있다. 시장에서 직접 장을 봐온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것에서 모바일을 이용해 간편하게 장을 보거나 ‘밀키트(meal kit·원하는 메뉴 조리에 필요한 손질 식재료를 통째로 모아 세트로 파는 상품)’를 이용하는 문화도 퍼지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10월 시작한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 유료 가입자 수는 서비스 시작 3개월 만에 100만명을 넘어섰다. 티몬 모바일 장보기 서비스 가입자도 지난해 상반기 누적 구매 고객 30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모바일 장보기 문화는 40대 이상 소비자로 확산되고 있다. 티몬 슈퍼마트에서 신선식품을 구입한 40대 이상 소비자는 2017년 37%에서 2018년 43%로 상승했다.


롯데백화점 3층에 있는 컨템퍼러리 브랜드 ‘메종 키츠네’의 매장 전경. 사진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3층에 있는 컨템퍼러리 브랜드 ‘메종 키츠네’의 매장 전경. 사진 롯데백화점

3040 여성 선호 브랜드 급성장

30~40대 여성들이 선호하는 패션 브랜드들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지만, 백화점에서는 이들이 선호하는 ‘컨템퍼러리’ 장르 매출이 고공 신장 중이다. 컨템퍼러리 브랜드는 명품은 아니지만, 유행을 빠르게 반영하는 수입 브랜드군을 말한다. 프랑스의 산드로, 마주, 클로디피에르, IRO, 이탈리아의 MSGM, 골든구스, 미국의 띠어리 등이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에서 취급하는 해외 컨템퍼러리 브랜드는 45개로 5년 전보다 약 30%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 신장률도 9.5%로 국내 브랜드 매출(5.3%)보다 크게 높았다. 조아라 롯데백화점 여성 컨템퍼러리 바이어는 “직구 영향으로 유통 채널이 다변화되면서 시장 전체 파이가 커졌다”고 말했다.

송현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