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너스 페터슨 로열디자인닷컴 대표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매그너스 페터슨
로열디자인닷컴 대표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달칵, 불을 켰더니 천장에 매달린 우주선 모양의 조명에서 나오는 노란 불빛이 부엌을 아름답게 밝힌다. 한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폴센’의 PH 5 모델이다. 인테리어 잡지처럼 집 안을 꾸미는 홈퍼니싱 열풍이 한국을 강타하면서 루이스폴센 같은 조명 브랜드부터 의자 브랜드 ‘아르네 야콥센’ ‘프리츠한센’, 그릇 브랜드 ‘스포드’ ‘이탈라’ 등 다양한 유럽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홈퍼니싱(home furnishing)은 소형가구, 조명, 벽지, 카펫, 인테리어 소품 등을 활용해 스스로 집을 꾸미는 주거 문화다.

글로벌 홈퍼니싱 업체들도 앞다퉈 한국 시장에 출사표를 내고 있다. 미국의 ‘윌리엄소노마’가 2017년 현대백화점에 입점했고, 지난해엔 스웨덴의 ‘그라니트’가 가로수길에 문을 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홈퍼니싱 시장은 2008년 7조원 규모에서 2016년 13조원 규모까지 커졌고, 2023년 18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엔 스웨덴의 홈퍼니싱 유통 업체 로열디자인닷컴도 한국 소비자를 잡기 위해 한국어 홈페이지를 열었다. 로열디자인닷컴은 이케아(IKEA), 미뉴(Menu)에 이어 스웨덴에서 세 번째로 큰 홈퍼니싱 업체다. 350개 유럽 브랜드의 5만여 개 상품군을 유통하는 편집숍인데, 한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가장 많이 취급한다. 1월 25일 한국을 방문한 로열디자인닷컴의 매그너스 페터슨 CEO를 서울 을지로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한국어 웹사이트를 연 이유는.
“품질 좋은 북유럽 인테리어 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실 2014년 이케아가 한국에 진출하기 전부터 한국 소비자들은 북유럽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이케아 진출로 이런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됐는데, 이제 조금 더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를 원하는 것 같다. 품질도 좋고, 디자인적으로도 훌륭한 가구, 조명 등을 선호한다. 한국 홈퍼니싱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는 것도 기대 요인이다.”

처음 한국 시장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2~3년 전쯤 본사 고객센터에 몇몇 한국 고객들이 이메일로 문의를 한 것이 시작이었다. 가구나 조명 제품을 사려고 하는데, 배송을 어떻게 해줄 것인지를 묻는 내용이었다. 이들은 우리의 미국 홈페이지로 접속해 들어와 제품을 샀고, 우리는 미국 물류창고에서 한국으로 배송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이때부터 본사가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기대를 갖기 시작했다. 그러다 작년부터 한국에 ‘루이스폴센’ 같은 북유럽 조명 브랜드가 유행하면서 이 브랜드를 비교적 저렴하게 취급하는 우리 웹사이트에 방문객이 급증했다. 한국인 사이에 북유럽 조명 브랜드는 로열디자인닷컴에서 사는 게 낫다는 인식이 생겼다. 한국 소비자들이 로열디자인닷컴의 문을 먼저 두드린 것이나 다름없다.”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플로스’의 샹들리에. 사진 로열디자인 닷컴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플로스’의 샹들리에. 사진 로열디자인 닷컴
덴마크 브랜드 ‘카이보예센’의 ‘로젤달 원숭이’. 사진 로열디자인 닷컴
덴마크 브랜드 ‘카이보예센’의 ‘로젤달 원숭이’. 사진 로열디자인 닷컴

한국 시장 주 고객층은 누구인가.
“한국인 기준으로 뽑은 정확한 데이터는 아직 없지만, 전체적으로는 30~45세 여성 고객 비중이 가장 높다. 세계 시장에서 우리 매출의 70% 이상은 이들로부터 나온다. 한국은 이들 소비층 비중이 어림잡아 90%에 달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들의 구매력도 굉장하다. 지난해 11월 말 ‘블랙프라이데이’ 할인 기간 회사 전체 매출의 11%가 한국 시장에서 나왔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브랜드는 이탈리아 조명 회사 ‘플로스’의 1371~1737유로(약 160만~200만원)짜리 샹들리에였다. 이 가격에서 25% 정도 할인해주는 행사를 하루이틀 정도 진행했는데, 이때 한국 소비자들이 엄청나게 몰렸다. 한국에서만 플로스의 조명 제품이 총 15만유로(약 2억원)어치 팔렸다.”

한국 시장의 잠재력도 그만큼 클 것 같다.
“그렇다. 현재 로열디자인닷컴의 주요 시장은 스웨덴, 노르웨이, 호주 순이다. 한국에서 아직 법인을 설립하기 전인데도 반응이 엄청나다. 스웨덴 인구가 현재 1000만 명인데, 한국은 5배가 넘는다. 두 나라 국민 소득은 비슷한 편이다. 한국은 2년 안에 우리에게 중요하면서도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스웨덴 소비자가 우리 웹사이트에서 구매하는 제품의 평균 단가는 110유로 수준인데, 한국은 이보다 훨씬 높은 250유로 수준이다. 물론 앞으로 이 가격대는 내려갈 것으로 본다.”

한국 소비자들의 특징이 있다면.
“한국 소비자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1년에 한두 차례밖에 구매하지 않는 상품을 더 자주 구매한다. 한국 소비자들은 새 상품이 출시됐다 하면 그 제품을 사서 사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반면 일본 소비자들은 좀 더 ‘방어적’이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인달까. 예컨대 새 디자인의 컵이 출시돼도 일본에서는 반응이 더디다. 반면 한국인은 바로바로 신상품을 사서 시도하는 편이다. 그리고 이 시장은 인스타그램 등 SNS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하고 있다.”

예를 든다면.
“가장 최근 사례를 들자면 1월 18일 하루 한국 시장에서만 원숭이 목각인형이 500개 팔렸다. 이게 얼마나 대단한 수치인지는 이 인형이 같은 날 유럽 대륙 전체에서 1만 개 팔렸고 일본에서는 단 3개 팔렸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알고 보니 한국 인스타그램 등지에서 요즘 이 인형을 놓고 찍은 인테리어 사진들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한국에서 유독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큰가.
“그렇다. 이 목각인형은 사실 1957년 출시된 오래된 인형이다. 그런데 이게 지금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통해 소비를 ‘학습’한다. 취향도 중요하지만, 타인이 산 것을 먼저 보고 이를 따라 사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인기 많은 브랜드는.
“우리가 취급하는 350개 브랜드 중 북유럽 브랜드와 이탈리아 브랜드가 가장 인기 있다. 이탈리아 플라스틱 가구 브랜드 ‘카르텔’과 조명 브랜드 ‘플로스’를 비롯해 스웨덴의 그릇 브랜드 ‘코스타보다’ 등이 있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만의 유행을 찾는 것이 무리일 수 있다. 과거엔 한국 시장에서 인기 있는 상품이 따로 있었다면 이제 이런 경향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과 SNS가 활성화된 덕분이다.”

왜 다시 북유럽 인테리어인가.
“세계적으로 프리미엄, 고품질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특히 20~45세 여성들의 환경 보호, 글로벌 트렌드 등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 한철 사서 쓰고 버려서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제품을 사기보다는 디자인적으로 가치 있고, 품질이 좋은 제품을 비싸더라도 사서 오랫동안 쓰다가 중고로 파는 방식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plus point

[Interview] 송문석 파나고라 CEO
“한국은 아·태 시장의 관문…노리는 북유럽 기업 많아”

송현 기자

송문석 스톡홀름대 경영학, 펄스소프트웨어시스템, 2010년 스웨덴 일간지가 뽑은 ‘급성장하는 300대 기업’ 선정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송문석
스톡홀름대 경영학, 펄스소프트웨어시스템, 2010년 스웨덴 일간지가 뽑은 ‘급성장하는 300대 기업’ 선정 / 사진 채승우 객원기자

‘보보쇼즈’ ‘봉쁘앙’ ‘스텔라 맥카트니’. 한국 ‘육아맘’들이 열광하는 수입 아동복 브랜드들이다. 백화점 정식 매장에서 파는 제품 가격은 티셔츠 한 벌당 10만원이 훌쩍 넘지만, 해외 직구로 사들이면 거의 반값, 할인할 때 사면 더 싸게 살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이들이 직구할 때 선호하는 아동복 브랜드 편집숍은 스웨덴의 ‘베이비숍’, 영국의 ‘알렉스알렉사’가 대표적이다.

이 두 회사는 공교롭게도 같은 회사의 도움을 받아 한국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스웨덴 전자상거래 플랫폼 회사 파나고라다. 이 회사의 송문석 CEO는 스웨덴 교포 2세다. 19년째 회사를 운영하면서 그의 손을 거쳐 간 기업들만 100곳이 넘는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북유럽 기업들이 가장 먼저 찾는다는 인물이기도 하다. 현재 로열디자인닷컴의 한국 플랫폼도 운영하고 있다. 1월 25일 매그너스 CEO와 함께 방한한 송 CEO를 만나 인터뷰했다.


고객사가 모두 한국 여성 소비자들의 지지를 받는 곳인 것 같다.
“그렇다. 한국 여성들의 구매력이 대단하다. 고학력자 여성이 많은 덕분에 이들의 직업과 소득 수준도 좋은 편이다. 지출도 거리낌 없이 한다. 세계적으로 40대 초반 여성 소비자군만 놓고 봤을 때 한국 여성들의 구매력과 영향력이 그중에서도 크다고 판단한다.”

고객사들을 보니, 한국 소비자들이 직구 등을 통해 먼저 접근한 곳이 많은데.
“맞다. 이쪽 업계에서 20년 가까이 일하고 있는데, 지금 소비자들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쇼핑하고 있다. 예컨대 15년 전 위즈위드 같은 해외 쇼핑 중개 업체를 통해서만 물품을 사던 방식에서 더 나아가 직접 해외 사이트에 가서 구매하고 중간에 관세·부가세 문제도 공부해서 해결하는 식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성숙해졌다.”

한국에 대한 북유럽 기업들의 선호도는.
“한국 진출을 원하는 곳이 많다. 고객사 중 하나인 로열디자인닷컴은 세계에서 가장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른 나라에 진출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트렌드에 대한 민감도가 한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지금 한국 시장을 잡아야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을 잡을 수 있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해외 기업들이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가.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떨어진다. 아직 많은 북유럽인들이 아시아에 대해 잘 모른다. 아시아라고 하면 중국 시장만을 생각하는데, 여기엔 알리바바, 위챗 같은 중국의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한 것이 2년 전 한 럭셔리 키즈 브랜드가 한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고 나서부터다. 앞으로 더 많은 북유럽 브랜드들이 한국에 진입하려 할 것으로 본다.”

로열디자인닷컴의 한국 현지화 전략은.
“마케팅보다는 고객 서비스 측면에서 차별화 하려고 한다. ‘이 채널로 사면 서비스가 믿을 만하면서도 괜찮구나’ 할 수 있도록 고객 경험을 강화할 방침이다. 솔직히 광고나 마케팅만으로는 똑똑한 소비자들을 잡을 수 없다. 트렌드를 단순히 따르기보다는 소비자가 자기 취향을 잘 찾아낼 수 있도록 가이드해 주는 데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앞으로는 제품을 구매해 집에 설치하는 부분까지 서비스를 확장할 예정이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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